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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사

이문태 패럴림픽개폐회식 총감독 인터뷰




명함에 묻어난 그의 신념

어렵게 감독님과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이문태 총감독의 명함에는 이색적인 문구 하나가 씌여있다. 바로 생장로병사(生障老病死)’라는 것이다.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원래의 말에 장애를 뜻하는 (막을 장)’을 넣어서 만든 말이다. 이는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 생활하면서 병을 맞이하듯이 장애를 맞이하게 된다는 뜻이다.


총감독에 선임된 이후에 제일 먼저 저만의 철학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하나의 깃발을 세우고, 나의 정신과 마음을 온전히 담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말이 생장로병사입니다. 인간은 죽기 전에 누구나 장애를 맞이하게 됩니다. 단 한명의 인간도 예외없이 죽기전에는 드러누워 거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또 애초에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일반인들도 갑작스레 기간제 장애인이 되기도 합니다. 발을 삐끗하면 한동안은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장애라는 것을 이상하게 보거나 특별한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그는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면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고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서울시장애인재활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지금도 장애인의 창업을 지원해주는 <장애인기업지원센터>의 이사이다. 더불어 KT가 주관하는 기업의 사회적 임무를 수행하는 사업에서 홍보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휠체어 퍼스트 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어느 공간에서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오면 먼저 배려를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했던 그가 이번 평창패럴림픽의 총감독을 맡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이번 패럴림픽의 역사성에 대해서 이렇게 강조한다.


패럴림픽에 있어서 88서울올림픽은 매우 중요한 역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전의 올림픽인 84LA올림픽은 동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정치적 문제로 참여를 하지 않아 반쪽 올림픽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또 그 이전의 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역시 서방 60여개 국가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88올림픽이 개최되면서 드디어 전 세계인이 함께 참여하는 위대한 올림픽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그 당시 최초로 패럴림픽이 일반 올림픽과 동일한 수준으로 치러졌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다음 해에 IPC(International Paralympics Committee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가 생겼습니다. 결국 패럴림픽에 있어서 88올림픽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위대한 성과를 얻어낸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2018년에 다시 패럴림픽이 개최됩니다. 이러한 역사성을 알게 된다면, 우리 국민들이 패럴림픽에 대해 충분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존중의 무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

무엇보다 패럴림픽의 4대 가치인 용기·투지·감동·평등이 잘 드러난 개회식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 무대를 전체적으로 지휘한 사람은 이문태 총감독. 지난 20155월에 팰러림픽 총감독으로 선임되어 약 1000일간을 쉬지 않고 준비해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KBS 예능국장을 거쳐 현재 전통공연예술진흥회재단 이사장에 재임하고 있다. 특히 그는 대규모의 국제적 무대에 대한 탁월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책임 PD를 맡았고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 만찬 문화행사를 연출한 경력도 있다. 그가 선임된 이후 패럴림픽의 개폐회식을 걱정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문태 총감독을 만나 이번 개폐회식의 의미, 그리고 패럴림픽에 대한 그만의 철학을 들어봤다.

  

퓨전국악 통해 전 세계인 만나고 싶어

이문태 총감독은 이러한 패럴림픽의 역사성과 더불어 인간의 문제가 이번 개폐회식에서 가장 중요한 연출 컨셉이었다고 말한다. 일반 올림픽 개폐회식의 경우에는 올림픽 주최국의 통합된 문화역량을 보여주면 된다. 하지만 패럴림픽은 소주집단의 문제이자, 장애의 문제이기 때문에 차원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 총감독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가 되어 멋진 인간의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개회식 후반부에 등장했던 공존의 구()’ 역시 이러한 연출 컨셉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공존의 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상징적·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비장애인으로 구별되는 차별적인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하나의 동일한 인간이라는 의미입니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은 면이 되고, 면은 둥그런 구가 됩니다. 이렇게 개별적인 인간 한명 한명이 모여서 전체의 세상이 되는 공존의 미학을 선보이려고 했습니다.”


패럴림픽이 끝난 이후 이문태 총감독은 문화와 예술에 대한 자신만의 새로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악을 퓨전으로 꾸며 전국 방방곡곡과 전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특히 그는 이번에 방남했던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을 보고 느낀 점이 많다고 한다. 북한과 남한이 오랜 시간 같은 문화를 공유하지 못했지만 음악을 통한 예술적 정서는 지금도 여전히 함께 공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빗물이 땅 속에 고여 면면히 흐르듯, 정치적인 상황이 어떻게 변하다고 하더라도 그 예술적 정서는 공유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그는 이러한 한민족의 정서를 퓨전국악으로 만들어 앞으로도 계속해서 전파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이문태 총감독을 앞으로도 개최될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을 부탁하는 한편, 개인적인 소회를 밝혔다.“사실 조그만 대한민국에서 이런 패럴림픽을 치러내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입니다. 패럴림픽은 일반 올림픽보다 돈이 더 많이 들어갑니다. 많은 장비와 기구들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잘 치러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저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향후 장애인 스포츠가 하나의 시장으로 형성되기를 바랍니다. 이제까지는 국가의 투자에 의해서 진행되었지만, 보다 많은 국민들이 관심이 쏟게 되면 기업들도 투자를 해서 시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 개인적으로 양심에 비추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정말로 후회없는 작업이었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오는 318일까지 장애인들의 열띤 경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아마도 이문태 총감독 역시 그 누구보다 열심히 그들을 응원하고, 장애를 넘어서는 인간의 위대한 정신에 감동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