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활기를 띈 북한 경제를 목격했다. 최대의 압박과 제재가 무색해 보였다. 이 경제 활력이 현재 진행 중인 북-중 경협과도 크게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 결국 북한 경제의 활력은 내부의 자력적인 발전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었다.”
전 통일부 장관이었던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한겨래신문>의 칼럼에 실은 내용이다. 북한 경제에 대한 이런 분석과 진단은 그리 흔한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남한 사람들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무척 힘든 상황에 있으며 그 결과 제재를 풀기 위해 비핵화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위원의 말이 맞다면, 북한과의 평화를 원하는 우리와 미국의 자세는 완전히 달라져야할지도 모른다.
북한 경제의 성장을 증명하는 모습들
이종석 위원은 해마다 북한과 가까운 국경에 가서 북한을 관찰해왔다. 이것이 거의 20년이 넘었으니 북한의 외부 모습에 대해서는 그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는 최근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눈에 띄에 다른 북한의 모습을 목도했다고 한다.
“김정은 시대에 이르러 확달라졌다. 2014년부터 국경 곳곳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더니 2015년에는 그 현상이 두드러졌다. 도처에서 공동주택, 공공기관 등의 신개축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수송 차량이 증가했으며 뙈기밭으로 누더기가 된 산들에 일부 조림이 시작되었다. 북한 경제의 성장을 증명하는 움직임이 다양하게 포착되었다. (…) 압록강 상류의 양강도 해산시에서는 수십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나 대형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기차역, 세관 등도 다시 지어졌다. 짐이나 광물을 실은 트럭과 택시도 쉼없이 오갔으며 공장가동이 더 활발해졌다.”
이러한 모습은 한마디로 매우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그간의 압박과 제재로 인해 북한 경제는 그 성장이 현저하게 둔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행이 2017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실질적인 GDP 성장률은 무려 3.5%나 감소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하지만 만약 북한의 경제가 정말로 이렇게 활성화되고 있다면 우리는 무엇인가를 크게 놓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현재 진행하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는 자신들의 굶주림 떄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지금 북한에 가해지고 있는 제재 역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는 북한으로는 별로 의미가 없는 요구일 수도 있다. 제재의 완화가 자신들에게 그다지 절박한 문제가 아닌 다음에야 자신들이 마치 외부의 명령에 의해서 끌려다니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비핵화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북한은 결국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당장 비핵화를 명분으로 굶주임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경제부국’이 되어서 이제는 전 세계에 당당한 정상국가로 도약하려는 것이 북한의 진정한 의도라는 이야기다. 이럴 경우라면, 제재 해제가 아닌 보다 글로벌한 미래의 비전제시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