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시민단체의 결의문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남북 범국민 통일운동 연대단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이하 민화협)가 11월 초에 채택한 결의문에 “민족문제는 누구의 승인도 필요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부 인사들은 미국이나 주변 강대국의 이해를 완전히 배제하자는 입장으로서, 그 순수성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런 강경한 입장이 계속될 경우 견고한 한미동맹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으며, 더불어 남남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반대의 입장도 있다. 이는 민족문제를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에 대한 것일 뿐, 지나치게 이데올로기적으로 보지 말라는 의견이다.
민족 우선, 민족 중시의 관점
민화협은 지난 3~4일 북한 금강산에서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민화협 연대 및 상봉대회’를 가진 뒤 공동결의문을 채택했다.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민화협 연대모임 공동결의문’이라는 이름의 이 결의문에는 통일과 민족문제를 대하는 민화협의 기본 입장이 드러난다. 우선 민화협은 이렇게 밝히고 있다.
“남과 북이 서로 화해하고 협력하며 번영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자주적 권리에 속하는 문제이며 우리 민족 자신이 결정할 문제다. 모든 문제를 민족 우선, 민족 중시의 관점과 입장에서 보고 대할 것이다. 높은 민족적 자존심과 과감한 결단으로 남북선언들에 천명된 조항들을 하나하나 실천해나갈 것이며 각계각층의 폭넓은 연대와 민족적 단합을 실현하는 것은 북남관계 개선과 선언이행의 굳건한 담보를 마련하는 중요한 문제다.”
이러한 결의문과 함께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당시 행사를 할 때 양철식 북측 민화협 부위원장이 했던 발언이다. 그는 “민족 내부 문제를 논하면서 구태여 그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으며 승인을 받을 필요도 없다. 누구든 민족 내부 문제에 끼어들어 간섭하려 하거나 북남관계를 저들의 이해관계에 종속시켜 농락시키려는 것을 절대 묵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 인식과 동떨어져 있다?
물론 이러한 결의문은 한민족으로서 얼마든 작성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 결의문의 내용이 북한의 이념을 반영하고 있으며, 현재의 평화 정착 프로세스에서 국제 사회의 인식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국제 사회는 절대로 ‘우리 민족 끼리’라는 내용을 원치 않으면, 또한 대북제재 역시 늦추지 않을 태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민족이 중심이 되는 통일 논의는 결국 ‘북한식 통일 논의’에 다름이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또 다른 의견도 있다. 이러한 결의문을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보지 말고 그저 ‘민족적 차원의 상징적 합의’라고 보는 것도 더 타당하다는 것.
특히 시민단체가 남북평화 프로세스의 기조를 바꾸지도 못하고 강대국의 이익을 조절할 권리도 없는 만큼, 민족의 단합을 강조하는 상징적인 선언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이야기다. 또한, 앞으로도 통일에 대해서는 진보나 보수의 차원에서 다양한 논의가 나올 것이니만큼, 지나치게 민감한 대응은 통일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막을 수도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