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창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지난달 27일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을 확인한다며 압수수색에 나서자 ‘조국힘내세요’가 실검 1위에 오르며 전면전의 시작을 알렸다. 조 후보자를 반대하는 진영도 ‘조국사퇴하세요’라는 키워드로 반격에 나섰다. 모순된 두 문구가 실검 1, 2위에 오르는 얄궂은 상황이 펼쳐졌다. 지난해 1월에는 현 정권 지지자들이 ‘평화올림픽’을 실검 1위에 올리자, 이에 맞선 ‘평양올림픽’이 2위에 오른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 적도 있다. 28일에는 ‘가짜뉴스아웃’, 29일에는 ‘한국언론사망’과 ‘정치검찰아웃’, 30일에는 ‘법대로임명’과 ‘보고싶다청문회’가 숨 가쁘게 검색어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람들은 포털의 실검 상위권에 들어간 검색어를 발견하면 호기심에 눌러 보게 된다고 한다. 한국언론재단의 언론수용자의식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52%가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른 뉴스를 주로 이용한다. 실검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순위를 올리려는 노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포털은 검색어의 총량이 아니라 갑자기 검색이 늘어난 비율을 바탕으로 실검 순위를 매긴다고 한다. 이번 실검 전쟁도 조 후보자를 지지하는 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문구와 시간을 정해 집단적으로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는 캠페인을 벌이며 시작됐다.
반면 구글이나 야후는 실검창이 없다. 검색어와 뉴스를 연동시켜서 광고 수익을 얻는 네이버나 다음의 운영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검은 한국 문화의 일부라고 봐야겠다. “언론들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무조건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부터 제기하는 상황에서 SNS 전사들이 힘을 합해 조국과 문재인 정부를 지켜 달라"고 올린 한 네티즌의 글에서 실검 전쟁에 나선 이들의 자세를 읽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당사자를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움직임은 올바른 시민운동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여론, 다수의 의견은 항상 옳은 것일까. 1일 현재 교보문고를 비롯한 인터넷 서점 대부분의 베스트셀러 1~2위는 〈반일종족주의〉가 휩쓸고 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징용과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정하고 독도를 한국 영토라고 볼 학술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담아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많이 팔린다고 좋은 책은 아니다. 당신의 믿음은 온·오프라인을 통한 여론 조작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짜와 진짜를 가리는 안목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