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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정치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

국민과 함께 하는 자살 예방 프로그램
소방공무원·군인 등 고위험군 관리 필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자살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자해행위’로 정의하고 있으며, 자살행위란‘ 어느 정도의 자살의도를 가지고 그 동기를 인지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가한 상해’라고 하였다. 즉, 자살(Suicide)이란 개인적 혹은 사회적 원인으로 당사자가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행위를 말한다.

 

자살의 원인은 우울증 같은 임상적 문제로 인한 개인적 요인, 혹은 실업률 등의 경제적 지표, 공공사회지출과 같은 사회정책의 중요성을 다룬 실증적 연구 등을 통해 점차 다양하게 규명되고 있다.

 

자살예방문헌집(세계보건기구 게재, 중앙심리부검센터 번역)에 따르면 2000년에 약 100만 명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어, 자살이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10대 사망원인의 하나가 되었다. 한편 10배에서 20배나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실제 수치는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자살은 인구통계학적 범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과거 50년 동안 약 60% 늘어났다. 자살로 인한 생명 손실을 줄이는 것은 세계적으로 중대한 정신보건 목표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중 1위라는 사실은 10여 년 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노인빈곤으로 인한 자살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된 지 오래이다. 최근에는 자살고위험군과 관련된 직업이 있다는 사회적인 인식에 따라 소방공무원 및 군인 등 사회적으로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직업군에 대한 정기적인 심리검사가 실시되고 있다.

 

마음건강 상태 설문조사 정기 실시

지난 8월 1일 소방청(청장 정문호)은 지난해에 이어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과 공동으로 전국 소방공무원 52,759명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상태 설문조사 1차 결과를 밝혔다.

 

설문조사는 자체개발시스템 설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온라인으로 실시되었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PTSD), 우울증, 수면장애 등 15개 분야 208개 항목에 대해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하였고 조사대상자의 98% (52,759명 중 49,649명) 가 응답하였다.

 

올해 조사에서는 지난해에 없었던 소방공무원 삶의 만족도, 자해 시도 등 몇 가지 항목을 추가시켜 소방공무원의 마음건강 상태를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에서 조사결과를 분석 중이며 자세한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4대 주요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빈도분석 결과에 따르면 PTSD가 5.6%(전년대비 1.2% 증가), 수면장애 25.3%(전년대비 2.2% 증가), 음주습관장애 29.9%(전년대비 1.6% 증가), 우울증 4.6%(전년대비 0.3% 감소)를 보여 작은 수준이지만 항목별로 증감현상을 보였다.

 

소방청 관계자는 자세한 분석결과가 나와야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그동안 보건안전 지원 사업을 확대 실시하면서 소방관들이 과거와 같이 스트레스를 감추려는 경향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상세 분석결과가 나오는 대로 스트레스 유형별 원인 파악 및 관리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소방청은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을 위해 ▲찾아가는 상담실 ▲스트레스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 ▲마음건강 상담 및 검사, 진료비 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다.

 

국방부, 생명존중시민회의와 업무협약 체결

국방부는 지난 1월 30일 장병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병영 내에 생명존중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생명존중시민회의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서주석 국방부차관, 생명존중시민회의 박인주 공동대표 등이 참가했다.

 

생명존중시민회의는 생명존중문화 형성과 자살예방 운동을 추진하기 위해 결성한 시민운동 네트워크단체로, 한국생명운동연대를 모체로 지난해 8월 출범했다. 생명존중시민회의는 생명연대, 한국생명의 전화, 한국자살예방협회 등 9개의 관련기관장을 공동대표로 선임하고 있으며 종교계, 복지단체, 학부모 연합 등 총 32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국방부는 업무협약을 통해 자살예방 등 관련 전문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군내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 교육 내실화 ▲캠페인, 홍보 활동 등 생명존중과 자살예방 활동을 위한 인적⋅물적 자원의 폭넓은 교류와 지원 ▲자살예방 교육 및 치유 등 양 기관이 보유한 온·오프라인 네트워크 활용 등으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에 대한 장병들의 인식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주석 국방부차관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이 임무를 마치고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방부와 군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군 복무 중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기관과 협업하여 관련 정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협약 체결의 의미를 강조했다.

 

국방부와 생명존중시민회의는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국민생명지키기 프로젝트)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생명존중과 전우사랑, 배려와 공감의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상호 동반자가 되어 함께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높은 자살률 원인 찾기 노력 계속

범의료 자살예방연구회(범자연)는 그 동안 미국, 유럽, 일본 등 자살률이 많이 떨어진 외국의 사례를 조사하여 한국의 높은 자살률의 원인을 찾는 노력을 했다.

 

범자연에 따르면 한국의 2015년 사망 원인에 대한 통계청 조사결과를 보면 10대, 20대, 3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고, 40대, 50대의 사망 원인 2위가 자살로 나타났다. 자살은 암에 못지않게 중요한 국민 건강의 문제이며 2016년 자살예방에 사용된 정부 예산은 85억원으로 추정된다.

 

범자연은 이는 암 진료비의 1천분의 1도 안 된다고 설명하면서 의료계 입장에서 한국의 높은 자살률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자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율이 10%도 안 된다. 둘째, 의사들이 병의원을 방문하는 일반 환자들에게 자살생각을 물어보지 않는다.

 

당뇨, 신장질환, 폐질환, 간(肝)질환, 심장병, 통증, 신경계 질환 등 신체 질환 환자들의 우울증 유병율은 2~10배이며, 자살 위험율은 2~20배로 많이 높아서 모두 자살 위험군에 속한다는 것이 범자연의 설명이다.

 

또한 우울증 환자들은 정신과뿐만 아니라 우울증의 다양한 신체증상으로 내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신경과 등 비정신과를 더 많이 방문한다. 또한 자살자의 60~70%가 자살하기 한달 이내에 신체 통증, 두통, 소화불량, 가슴 답답함, 요통, 불면증, 어지러움 등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병의원을 방문한다. 따라서, 병의원에서 모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우울증과 자살생각에 대한 질문을 한다면 우울증을 조기에 진단하고, 자살 고위험군을 발견할 수 있어서 한국의 자살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범자연의 활동에 대해 국회토론회 이후 창립된 활동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정신분석의들을 배제한 모임이라는 점에서 비판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범자연의 활동이 정치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국민 자살 예방을 위해 의미가 있는 활동으로 보인다.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문학도 때로는 필요할 수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시지프스의 신화(The Myth of Sisyphus)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 있어 참으로 위대한 철학의 문제는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자살이다. 인생이 괴롭더라도 살아볼 만한 가치를 발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철학이 제시하는 존재론적 질문에 대한 대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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