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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2020년의 균형과 화합, 그리고 ‘절대적 확신’의 문제

글: 이수덕 데일리뉴스 회장

 

2019년 한해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분열과 갈등이 있었습니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 프랑스의 반정부 시위에 이어 칠레, 볼리비아, 레바논에서도 격렬한 시위가 불타올랐습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에서 탄핵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태를 기점으로 국론이 극명하게 분열되며 시위가 있었고, 여성 혐오와 관련해서도 대규모 시위가 있었습니다. 또 연말 국회의 풍경은 여야에 대한 지지와 상관없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열 양상 때문이었을까요? 전국 1,000명의 교수는 2019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습니다. 이 새는 많은 불교 경전에 등장합니다.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운명 공동체이지만, 한쪽 머리가 몸에 좋은 열매를 자신만 챙겨 먹자, 여기에 질투를 느낀 다른 한쪽 머리가 독이든 과일을 먹고 결국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사자성어가 선정된 것은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의 어리석음’ 때문이라고 합니다.

 

열린 자세의 중요성

한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다룰 때,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양비론(兩非論)입니다. 이쪽도 틀린 것이 있고, 저쪽도 틀린 것이 있으니 적당히 화해하라는 관점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의 분열과 갈등을 양비론으로는 치유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현시점에서의 적당한 타협일 뿐, 사회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분열과 갈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고, 그 부정적인 에너지를 다시 사회를 위한 긍정적인 에너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절대적 확신’에 대한 자기반성이 필요합니다. 영국의 논리학자이자 철학자, 사회사상가이며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이자 지성인’으로 알려진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자유주의자의 10계명’을 남겼습니다. 그중 일부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떤 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하지 말라. … 반대에 부딪힐 경우, 설사 반대자가 당신의 아내나 자식이라 하더라도, 권위가 아닌 대화를 통해 극복하도록 노력하라. 권위에 의존한 승리는 비현실적이고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 견해가 유별나다고 해서 두려워하지 마라. 지금 인정하고 있는 모든 견해가 한때는 유별나다는 취급을 받았으니까.”

 

러셀의 이러한 말에서 저는 ‘열린 자세의 중요성’에 주목합니다. 절대적 자기 확신이라는 폐쇄적인 자세를 내려놓고, 자신의 의견에 대한 반대에 폭력적으로 대하지 않고, 또 상대의 유별남도 긍정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열린 자세입니다.

 

우리 사회의 분열도 이러한 열린 자세가 부족한 절대적 자기 확신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보수는 진보가 나라를 망친다고 생각하고, 진보는 보수가 나라를 망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실체적 목소리를 들어보면 누구 하나 진짜 나라를 망치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 각자 다른 방식으로 나라를 살리고 싶어 할 뿐입니다. 여성들은 남성이 기득권으로 뭉쳐있다고 판단하고, 남성들은 여성들이 자신의 기회를 빼앗아 갔다고 확신합니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냉철함

하지만 역시 젊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상대방이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원치는 않습니다. 남성의 엄마도 여성이며, 여성의 아들도 남성입니다. 그저 좀 더 공평한 세상이 오길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열과 갈등의 뒤에는 절대적 자기 확신이 존재합니다. 더 극단적인 분열과 갈등 뒤에는 더 견고한 자기 확신이 뇌리를 틀고 있습니다. 극단적 무장세력 IS는 오로지 자신들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으며, 자신들이 ‘약속의 땅’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곳곳에 증오를 심고, 분열의 틈새에서 자신의 견고한 세력을 만들어 갑니다. 이들의 뒤에도 절대적 자기 확신이라는 오류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양비론을 넘어 우리 사회를 통합과 조화의 길로 이끄는 첫 번째 길은 각자의 확신이 완벽하지 않으며, 상대방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각자의 에너지가 하나로 합쳐질 수 있고, 그리고 새로운 사회 발전을 위한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흰 쥐의 해’입니다. 흰쥐는 다른 쥐 중에서도 우두머리의 쥐이자, 매우 지혜롭기 때문에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경자(庚子)’라는 말에는 금(金)의 하얗고, 물(水)의 맑고 냉철한 이성의 기운이 충만하다고 합니다.

 

지혜, 맑음, 냉철한 이성 …. 어쩌면 2020년은 우리에게 지금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좋은 기운이 있는 해인지도 모릅니다. 사태와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반대자들을 포용하고, 함께 발전의 동력을 모으기에는 최적의 시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영하 10도에 이르는 연말의 세밑 한파를 뚫고 2020년의 새로운 한 해가 밝았습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의 소망이 성취되길 간절히 바라며, 우리 모두가 더 지혜로워져 지금의 분열과 갈등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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