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은 참으로 진귀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제3세계 독재 국가도 아닌, 세계 최강대국이자 선진국으로 알려진 미국에서 그러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적인 선거에 의해 당선된 바이든을 ‘불법 대통령’이라고 정의하고 “나라를 줄 수 없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트럼프는 물러나고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리라는 예견이 우세하다. 문제는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의 4년이다.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내세우는 한, 미국의 분열은 가속화되고 정치적으로 날선 주장이 오갈 것은 예견된 일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만든 ‘위대한 미국’이라는 마법
트럼프가 대통령에서 물러난 후 생길 일은 지금 현재 백악관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된다. 대체로 선거에서 지면 퇴임을 준비하고, 조용히 퇴임 이후의 개인적인 생활을 구상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선거에 지는 순간부터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일을 별로 하지 않는다.  다음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히 다르다. 그는 권력 이양기에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미국 130년의 전통을 깨고 9번째 사형을 집행했으며 FDA를 향해 ‘느린 거북’이라고 백신 승인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산 무기를 구입하는 터키를 제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연이어 코로나19 백신을 미국인이 먼저 접종한 후 외국에 공급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본다면 트럼프는 임기 마지막날까지 최대한 자신의 정치적 치적을 쌓으려고 할 것이며, 이를 통대로 향후 4년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퇴임 후 결코 조용하게 지내지 않겠다는 점을 만방에 공표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이다. 
트럼프는 2021년 1월 20일 이후에는 ‘민간인’으로 돌아간다. 그런 민간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신분이 아니라 트럼프가 재임 기간 동안 만들어낸 독특한 ‘정치적 지지 블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미국 선거에서는 유권자의 소득이나 인종이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쳐왔다. 예를 들어 고소득자는 비교적 우파에 투표하고, 저소득자는 좌파에 투자한다는 점이다. 또 사회의 주류인 백인은 우파에 투표하고 유색인종은 좌파에 투표하게 된다. 그런데 현재 미국의 선거, 그리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계층에서는 이러한 전통적인 구분이 깨졌다고 볼 수 있다. 원래 백인 고소득자와 백인 저소득자는 서로 함께 할 수 없는 정치적 지지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유독 트럼프에서 이 두 계층은 서로 연합해서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또한 유색인종들은 트럼프를 매우 싫어할 것 같지만, 의외로 25% 이상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잘 사는 한국인과 못사는 한국인이 모두 동일한 정당을 지지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외국인 노동자들도 일부 같은 정당을 지지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투표 성향, 혹은 지지 성향은 과거에서는 거의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새로운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바로 ‘트럼프’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인들은 트럼프가 보여준 ‘위대한 미국’이라는 마법에 걸려 자신의 소득, 인종을 고려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대통령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끊임없이 그가 소환될 수 있는 이유는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이 ‘위대한 미국’에 대한 꿈을 놓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바이든에 대한 실망, 혹은 공격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이든이 외국 이민자에 대해 너그러울수록, 중국과의 관계가 평화로울수록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국이 몰락하고 있다’고 여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수록 우파 지지자들은 더욱 트럼프를 그리워하게 된다. 

이빨이 빠져도 호랑이는 호랑이
더구나 현재 트럼프가 ‘소(小)통령’이 될 것이라는 예견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그는 자신의 트럼프 호텔에 일정한 공간을 만들어 놓고 이곳에서 기자들을 만나고 TV에 등장하고 정치적 논쟁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통해 트럼프는 계속해서 접촉면을 늘려갈 수가 있다. 따라서 그는 공식적으로는 대통령이 아니지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대통령으로 남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뿐만 아니라 퇴임한 대통령이 흔히 하듯, 자서전을 내면서 또 한번의 인기몰이를 하게 될 가능성도 매우 크다. 만약 트럼프가 퇴임 후 4년 동안 이러한 활동을 꾸준히 하게 되면 그는 ‘반(反) 바이든 지지층’을 확실하게 자신의 편으로 만들며, 더욱이 그들을 공고한 정치세력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바이든을 비롯한 민주당의 입장에서 트럼프는 보통 골치아픈 존재가 아니다. 국민들에게 계속해서 분열된 관점을 제시하고 과격한 정치적 조언을 하면서 국론을 갈라치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퇴임 후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재등장하는 시기도 주목해봐야 한다. 전통적으로 미국 선거에서는 ‘자비의 기간(Grace Period)’이 존재한다. 퇴임한 대통령은 일정 시간 동안 언론에 모습을 비치지 않음으로써 후임 대통령에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자비를 베풀 것이라고 예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는 퇴임 직후부터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바이든을 반대하며 지지자들에게 적극인 호소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미국 국민들은 새로운 대통령을 맞는다고 해도 ‘통합’의 구심점을 잃게 된다. 아무리 혼탁한 선거 과정을 겪었다고 하더라도 일단 선거가 끝난 후에 대부분의 당선자는 ‘통합’을 외치면서 정국을 수습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트럼프라는 ‘강력한 훼방꾼’은 이를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4년 이후라도 트럼프의 나이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통령에 당선된 바이든이 79세이며, 트럼프는 75세이다. 4년 뒤라고 해봐야 바이든이 당선된 시점의 나이와 동일한 79세 정도이다. 따라서 그의 대선 가도에서 나이가 문제될 리는 없다.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말이 있다. 트럼프의 퇴임 후 4년이야 말로 ‘이빨 빠진 호랑이’의 신세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전히 호랑이는 호랑이라는 점이다. 거기다가 지금은 이빨이 빠져 있지만, 다음 선거에서 얼마든시 새 이빨을 갖출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결코 쉽게 그를 떠나가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충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가 대통령이든, 대통령이 아니든 트럼프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정치인이고,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트럼프에게 충성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 지형이 미국에 별로 도움이 될리는 없다. 누군가 계속해서 분열을 조장하는 사람이 있는 이상, 그 사회는 삐걱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