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아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매우 특별한 글을 썼던 작가가 있다. 바로 미국의 SF소설가인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다. 그가 1992년에 발간한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는 ‘아바타’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했고, 지금 ‘인터넷의 미래’라고 불리는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말도 최초로 사용되었다. 그리스어 메타(Meta)와 세상(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생생한 현실감을 느끼게 하는 온라인 세상을 의미한다. 가상현실, 혹은 가상세계는 그의 소설이 나온 이후 오랫동안 회자되었지만, 완전한 몰입감을 가지기에는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특히 가상세계에서의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VR기기의 사용이 불편했기 때문에 활용성이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점들도 개선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메타버스의 세상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 메타버스라는 또 하나의 세상이 창조된 것이다.

바이든, 방탄소년단도 메타버스 활용
메타버스의 개념은 아직 모두가 인정할 만한 명확한 개념 규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현재까지는 두 가지 층위에서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하나는 현실 생활과 비슷한 온라인 세상을 의미한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이 대표적이다. 이 게임에서 이용자들은 자신만의 섬을 꾸미고 다른 섬을 방문하고 돈도 벌고 취미생활도 즐긴다. 심지어는 결혼식을 올리거나 자신의 생일파티를 열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또하나의 인생’이 그대로 펼쳐진다. 물론 ‘이런 게임의 궁극적인 목적이나 목표가 무엇이냐?’라고 물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주어진 미션을 달성하거나 혹은 특정한 목표가 정해져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질문은 사실 무의미하다. 우리가 실제 인생을 살아갈 때에도 특별한 목적이나 목표가 없을 수도 있다. 그저 행복하게 사는 것. 돈을 버는 일을 반복하고 취미도 즐기는 것이 인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메타버스는 현실 생활을 그대로 옮겨놓은 복사판이자, 각 개인이 스스로 창조한 또 하나의 세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이용자들은 스스로 조물주가 되고, 현실에서와는 다르게 자신의 외모를 선택하며, 또다른 인간관계를 맺어 간다. 
메타버스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개념은 VR기기로 즐기는 생생한 현실이다. 즉, 컴퓨터 앞에서 모니터 화면을 통해 또하나의 세상을 즐기는 것도 메타버스이지만, VR기기로 마치 자신이 가상공간 속에 완전히 들어가 무엇인가를 체험하는 것이 메타버스라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경매 출품작 VR 전시’와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참여자들이 VR기기를 쓰면 마치 진짜 전시회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된다. 그 안에서 작품을 보고 경매에 응모하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게 된다. 
현재로서는 위의 두 가지 개념이 혼재되어 ‘메타버스’라고 불린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메타버스의 영향력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두 사람,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방탄소년단(BTS)의 활동을 보면 메타버스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2020년 9월 26일,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3억 5천만명이 즐기는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뮤직 비디오를 공개했다. 현실 공간이 아닌 온라인 공간에서, 온라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공개를 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포트나이트는 그저 일반적인 3인칭 슈팅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메타버스로서의 기능도 하고 있다. 단순히 게임만 즐기는 곳이 아니라 서로 대화를 하고 관계를 맺어 나가기 때문에 ‘또 하나의 사회’가 형성되어 있다. 이곳에서 뮤직비디오를 공개한다는 공지가 뜨자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일정한 공간에 모여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영상을 즐겼다. 바이든의 경우 앞서 말한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선거 유세를 펼치기도 했다. 대통령 후보의 선거유세가 가지고 있는 엄중함과 진정성에 비춰본다면, 이제 메타버스는 부인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을 대체하긴 힘들어
미래에는 ‘VR기기를 활용한 메타버스’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게임을 할 때에도 VR기기를 쓰고 하면 마치 자신이 정말 자신만의 섬에 있는 듯한 환경이 펼쳐지고, 총이나 화살을 쏠 때에도 진짜 같은 느낌이 들게 된다는 이야기다. 일상생활을 하더라도 현실과 거의 비슷한 형태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메타버스의 세계는 향후 SNS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현실 세계에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타인과 대화를 하지만, 메타버스의 세상에서는 VR기기를 쓰고 또다른 세상에 들어가서 메시지를 읽고 쓸 수 있다. 또 이런 메타버스가 원활하게 돌아가면 이제 학교를 갈 필요도 없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고, 병원에 가서 치료법을 조언받을 수도 있다. 친구들과 카페도 가고, 술도 마시며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 
메타버스는 한마디로 ‘리얼리티(Reality)’에 대한 거대한 혁명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가상 세계는 현실의 세계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며 현실의 비즈니스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 5년 후라면 지금보다 6배나 많은 300조 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인터넷 세상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이 이보다 훨씬 생생한 현실감을 가지고 있는 메타버스의 세계로 몰려갈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메타버스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VR기기를 활용한 메타버스는 가장 전형적인 ‘비대면, 비접촉’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비록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또다른 감염병의 위험을 배제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사태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대면과 접촉을 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19는 메타버스를 확산시킬 수 있는 1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메타버스의 확산은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현실의 나’라는 정체성에서 혼란을 겪게 되고 가상의 세계가 아니면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현실에서의 관계가 악화되거나, 혹은 관계맺기 그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만약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정신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메타버스는 인류에게 다가온 또하나의 신세계이자 사업적 기회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세계가 무조건 아름답다고 보기는 힘든 면도 있다. 증요한 것은 그 세계를 이제 어떻게 관리하고 적응해 나가냐의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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