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부채는 국가경영이라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지표다. 지금 현재 아무리 경제적인 부흥을 누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빚이 많으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빚에 대해서는 시각 차이가 크다.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47%다 106%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10~20%도 아니고 거의 60% 이상이 차이가 난다는 것은 두 관점 사이의 격차를 잘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지원금 문제가 나올 때마다 국가 채무 문제가 함께 불거진다. 우리나라 경제의 건전성 여부는 국가의 채무를 국내 총생산(GDP)으로 나눈 ‘국가채무비율’을 보면 알 수 있다.

GDP에 비해 국가채무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는 지표이다. 일반적으로 40%를 넘지 않아야 ‘건전하다’고 하며 현재 우리나라는 약 47% 정도 수준이다.

국가채무비율이 정치권에서 논쟁으로 떠오른 것은 2019년 5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국가채무비율을 40%에서 관리하겠다”고 보고한 것에서 시작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그 근거가 무엇이냐”라고 되물으면서 사회적 논쟁이 시작됐다. 따라서 이때부터 ‘국가채무비율의 마지노선은 40%이다’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60%를 넘었다’고 하거나 심지어는 ‘106%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주로 보수언론과 야당측에서 제기하는 주장이다. 이러한 차이가 나는 것은 각각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非) 금융공기업 부채’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기업들이지만, 금융을 다루는 공기업은 아니다. 따라서 이런 기관들은 ‘비금융 공기업’이라고 불린다.

이것을 국가 부채에 포함하느냐, 포함하지 않느냐가 국가부채비율이 왔다 갔다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만약 이것을 빼면 국가부채비율은 47%가 되고, 합치면 60%가 넘어가게 된다.

여기에 ‘금융 공기업’의 부채가 추가된다. 이들 기업은 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KDB산업은행 등을 말한다. 이들 공기업의 빚은 기본적으로는 정부가 보증을 서게 되어 있다. 따라서 만약 이들 기관이 빚을 갚지 못하게 되면 그것이 곧바로 ‘국가 채무’로 전환된다는 이야기다.

이것을 야당과 보수언론에서는 이러한 빚들도 국가 채무에 포함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현재의 국가채무비율은 60%, 혹은 100%를 훨씬 넘는다고 주장한다. 즉 국가채무비율에 대한 논쟁은 우선 ‘어디까지 빚으로 볼 것이냐’의 논쟁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마치 무처럼 딱 잘라서 말하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현재 한창 대출금을 갚아 나가고 있는 아파트는 분명 자산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빚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금융 공기업의 빚을 정부가 보증을 서기 때문에 빚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런 공기업들의 부도가 자주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또한 실제 그런 부도가 일어나기 전에 정부가 대책을 세울 것이기 때문에 국가 부채로 전환되기는 쉽지 않은 점도 있다.

일본의 국채는 대체로 일본인이 지니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대부분 외국인이 지니고 있다. 따라서 만약 우리 경제가 위험하면 외환보유고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하지만 일본은 이럴 위험성은 없다.

미국 역시 국가채무비율은 매우 높다. 현재 미국은 100%에 육박하고 있으며 2021년이면 10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역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의 달러는 전 세계에서 우대를 받는 ‘긴축통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달러를 찍어낼 여력이 있고 거기다 경제 대국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국가 채무 비율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사실 이러한 비율은 경제학의 정설도 아니고 이론적 근거도 별로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유럽연합에서는 국가채무비율을 60% 내에서 관리하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협약을 정작 주도했던 선진국들 역시 이를 잘 지키지 않는다.

이러한 비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리’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매년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신상품이나 신사업들이다. 실물 경제는 계속해서 역동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따라서 다음 연도에 새로 통계를 잡게 되면 그간 반영이 되지 않았던 것들이 한꺼번에 반영된다.

실제로 2019년 5월의 국가 채무 비율은 38% 정도 수준이었는데 통계가 새로 잡히자 35%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냥 가만히 있는데 국가채무비율이 떨어진 것이다. 따라서 경제 체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국가부채비율은 잘 관리가 된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국가 채무 비율이 40%이든, 60%이든 큰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국가 채무 비율은 최소한 통계학적으로는 의미 없는 논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나치게 국가부채비율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과도한 빚은 결국 재정 건전성을 해치기 때문에 경제의 활력 자체를 꾸준하게 유지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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