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정한 세계의 지도국인가’라는 점, 국민의 삶의 질 성장 정도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직접적이고 격렬하게 중국과 대립했다. ‘정상 간의 외교’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막말이 오갔고, 설전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이런 상황이 바뀌어 훈풍이 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의견도 회의적인 경우도 있다. 결국, 중국의 부상을 막는 것은 대부분 미국 정치인들의 공통적인 희망 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양자 간에서 눈치 보기를 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결국 경제에 영향을 받을 수 없다. 미·중 마찰과 한국 경제의 여파에 대해 살펴본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미국의 중국 압박,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아

많은 이들이 인정하듯, 한국을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어정쩡한 위치다. 미국과의 ‘혈맹’을 포기할 수 없고,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중국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 거기다가 둘 다 세계 1, 2위의 경제 대국이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세계 경제전문가들은 2035년 정도면 중국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초월할 것으로 전망했고, 이는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그 시점을 2032년 정도로 당겨 잡고 있다. 대략 지금으로부터 빠르면 11년 후는 중국이 세계 경제 1위가 된다는 이야기다.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지난 세기 동안 세계 경제 1위의 패권국이었던 미국이 그 자리를 호락호락 내줄리는 없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이런 경향은 미국의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에게 위협이 된다. 따라서 미국은 여야를 불문하고 최고치의 대응을 통해 중국의 발호를 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이제 미·중 간의 마찰이 단순한 무역 마찰이 아니라 기술전쟁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시점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서 앞서가는 국가가 결국 패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를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구호가 바로 바이든의 ‘최우선으로 미국에 투자(Investing in America first)’이다. 이를 통해 화웨이에 대한 강력한 제제도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바이든은 중국과 1:1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G20이나 WTO, 세계은행 등의 동맹들과 결속해서 대응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는 두 가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간 트럼프가 행해왔던 ‘미국 우선주의’가 세계 다른 나라와의 신뢰 관계를 훼손해왔다는 점에서 이를 복원하고, 인권, 자유 등의 더욱 근원적인 가치들로 중국을 압박할 수가 있게 된다. 단순히 ‘누가 돈을 더 많이 버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진정한 세계의 지도국인가’라는 점을 부각한다는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홍콩시위 문제, 신장 자치구 문제 등을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면서 국제적인 공분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서 중국에게 민주주의의 기본질서, 그리고 도덕적인 압박을 가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대중국 압박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미국과는 기본적으로 혈맹의 관계를 맺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의 경제가 회복되면 결국 우리나라의 수출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펜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의존도는 좀 더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 한국은 동반 성장하는 관계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만약 바이든이 미·중 마찰을 격렬하게만 몰고 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수출과 성장률에서 다소 긍정성을 확보할 수가 있게 된다. 

중국은 정말 미국을 제칠 수 있을까?

또한 미국 경제 자체도 우리에게는 도움이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바이드노믹스의 특징과 시사점’보고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바이드노믹스가 추진되면 미국 경제 성장세 확대, 세계 교역 질서 회복에 따른 교역량 증가로 한국 경제가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국 수출 증가율은 0.6∼2.2%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1∼0.4%포인트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확산세가 꺾였을 때는 글로벌 경제의 회복과 함께 우리나라의 경제도 당분간 상승세를 탈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회복의 시기에 미국이 중국과 격렬한 대립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일단 자국의 상황을 안정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나라가 코로나19의 극복에 최선을 다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의 회복세와 함께 대중국, 대미국 사이에서 좀 더 빠른 경제 성장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오히려 미국과 중국의 마찰이 우리나라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019년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 정책 세미나에서 이렇게 밝히기도 했다. 

“미·중 무역 갈등 상황을 가정해볼 때 중국 시장에선 마이너스가 나오지만, 한국이 중국을 대체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한국 경제가 이익을 얻는 것으로 나온다.”

다만 이러한 견해는 코로나19의 대유행 전의 상황이고, 또한 이후에는 실업률이나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 높아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이익은 ‘총합’이면 된다는 사실이다. 어느 쪽에서 이익이나 손해가 있든 간에, 전체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에서의 손해에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는 미·중 무역 마찰에 따른 한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보아야 한다. 앞서 머지않아 중국이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 과연 실질적으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초강대국’의 위치를 점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논쟁이 많지만, ‘중국이 미국을 압도할 수는 없다’라는 견해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사실 ‘초강대국’이 된다는 점은 단순히 나라가 생산하는 부(富)가 많다는 의미는 아니다. 각 국민의 삶의 질이 어느 정도 성장했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다. 즉, ‘1인당 GDP’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2020년 현재 중국의 1인당 GDP는 1만 839달러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무려 6만 3051에 이른다. 무려 5배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차이를 10년 정도의 시기에 극복하기는 매우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전체 국가의 각 지역이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러한 불균형이 매우 심하다. 경제만 발전한다고 초강대국이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에서의 문화, 예술, 학문과 같은 분야에서도 강대국의 위치를 점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 이 부분에서도 현저하게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자국 내에서의 기본적인 민주주의의 질서마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의 처신은 이런 면에서라도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져서는 안 된다. 중국이 급속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해서 중국에 의존해도 안 되고,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라고 해서 무조건 믿고 있을 수만은 없다. 어쩌면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보다 더 지혜로운 위상의 정립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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