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 하주현 교수

▲ 건양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 하주현 교수(사진=유미라 기자)
▲ 건양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 하주현 교수(사진=유미라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가정에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비대면 수업은 저학년일수록 부모의 손길이 필요하며,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분분하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장애인 자녀와 그 부모의 삶은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지금은 모든 국민들이 힘든 시기이지만, 대면 서비스가 아니면 어려운 조건이 많은 장애인은 더욱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왜냐하면 코로나19 초기에 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복지관과 이용시설들이 휴관되어 집안에만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애인 수만 해도 전 국민의 5퍼센트 정도로 많은 편인데 아무도 이들에 대한 관심은 없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건양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에서는 코로나19로 힘든 장애인 가정에 힘을 보태기 위해 언택트 가족여행을 진행해 가족 간에 화합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누구보다 앞장서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건양대 초등특수교육과 학과장 하주현 교수를 만나 그녀의 교육철학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필요

초등특수교육과 학생들 중에는 처음부터 특수교육을 희망한 학생도 있지만 교대 진학을 꿈꾸다가 성적으로 인해 특수교육과로 오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학생들은 처음에는 장애인에 대한 지식의 부족으로 어려워하기도 하지만, 학과에서 진행하는 캠프나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감이 생기면서 특수교사로서의 자질이 형성된다고 한다. 이에 하 교수는 “우리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사회에서 장애인을 덜 만나기 때문이겠죠. 우리 학생들이 그랬던 것처럼, 더 많은 장애인들을 만나야 장애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지 않을까요? 더 많은 장애인들이 사회로 나와서 생활하여야 그 분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장애인이건 누구건 누구나 사회에서 불편함없이 생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라고 전했다.

 

▲ 15년째 계속되고 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화합 건양대 새싹이캠프
▲ 15년째 계속되고 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화합 건양대 새싹이캠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차별화된 교육

방과 후 활동, 장애비장애통합 새싹이캠프, 여행동아리 등은 모두 학과회의 후 얻은 아이디어다. 대부분 학과 교수님들이 대학 시절 경험했던 프로그램들을 토대로 구성하고 있으며, 건양대 초등특수교육과에서는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곳과는 달랐다.

새싹이캠프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교내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2박3일간의 캠프이며, 4학년을 제외한 전 학년이 한 달이라는 긴 시간동안 합숙을 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학과의 다양한‘특기 동아리’들이 연극, 연주, 춤, 수화, 만들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참가학생들에게 제공한다. 

또한 하 교수는 발달장애인 가정은 여행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학생들과 함께 여행 동아리도 만들었다. 건양대 초등특수교육과 동아리인 ‘여행나누리’는 지난 2014년부터 ‘여행을 통해 기쁨을 나누고 행복을 누리자’는 의미로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등을 가진 초등학생부터 스무 살 초반까지의 발달장애인과 장애부모, 일반인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있다. 지난해에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과 그 가족들을 위한 1박2일 ‘비접촉 가족여행’을 진행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하 교수는“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장애인 가족들이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가족단위 비접촉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참여한 가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이 앞으로 더욱 많아지면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수교육 전문가가 필요

인구수 감축으로 인해 해마다 교사임용 수도 줄어들고 있지만 특수교사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이 학과에서 초등특수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한 학생은 33명이다. 건양대 초등특수교육과는 지난해 임용시험에서도 42명, 지난 2019년에는 29명의 합격자를 배출한 바 있다.

이 학과는 재학생들에게 실무 경험을 쌓아주기 위해 2학년 때 장애학생을 위한 방과후멘토링수업을 운영한다. 2004년부터 대전시와 논산시의 특수학교 또는 특수학급에서 진행해왔다. 교수의 지도하에 각 동아리에서는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수업을 준비한다.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학교를 가지 못하는 장애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제자들의 의견이 있어, 학생들과 줌(ZOOM)으로 수업을 하며 교재를 직접 만들어 제공하였다고 한다. 

하 교수는“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장애영역에 대하여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곳이 특수교육과말고 별로 없습니다. 장애학생은 졸업한 이후에도 장애인인데, 특수교육과는 유아특수교육과, 초등특수교육과, 중등특수교육과 등 학령기 밖에 관여하지 않지요. 전생애관점에서 장애인에 대한 교육과 그 밖의 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라며 각 영역에서 장애에 대한 지식을 갖춘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건양대 학생들과 상품 기획과 관련해 회의를 하고 있는 발그래 하주현 이사(가운데)
▲ 건양대 학생들과 상품 기획과 관련해 회의를 하고 있는 발그래 하주현 이사(가운데)

 

사회적기업 ‘발그래협동조합’ 

하주현 교수는“저도 대학시절에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눈을 낮춰 가까운 이웃이라도 바꿔보자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나 하나라도 변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사회적 기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 주 전공은 창의성인데, 이 창의성을 발휘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라며 발그래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를 전했다. 

‘발그래협동조합’은 건양대학교 가족기업이자 사회적 기업으로, 2018년 지역의 발달장애인 부모와 건양대교수, 건양대 재학생들이 함께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발그래는‘발달장애인과 함께 그리는 미래’라는 뜻으로, 함께 여행을 다니는 발달장애학생이 자꾸 나이를 먹는 것을 보고, 그 학생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발그래협동조합에서는 숙성비누, 디퓨저, 캔들, 보드게임 등 각종 생활용품을 제작·판매하고 있으며, 수익금은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일자리 지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주현 발그래 이사장(건양대 초등특수교육과 교수)은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발달장애인 부모님과 발달장애인의 고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며 “발그래의 활동을 통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나아가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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