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선언 이후 연일 구설에 올랐던 윤석열 후보가 토론에 나오기만 하면 곧바로 지지율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같은 당의 홍준표, 유승민 의원이 거센 공격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설사 윤 후보가 토론에 미숙하더라도 지지율이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재 보수층에서는 ‘윤석열이 꺾이면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라는 정서가 팽배해 절대로 지지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와 윤석열. 그 함수 관계를 들여다본다. 


 

▲ 국민의힘 대권주자 홍준표 의원(사진=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대권주자 홍준표 의원(사진=국회사진기자단)

홍준표, 尹 향해 “토론 때 보자”

현재 일반 대중들은 ‘윤석열은 토론회를 싫어한다’라거나, 혹은 ‘토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는 같은 국민의당 예비 후보들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8월 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대통령 후보를 하겠다는 사람이 토론을 겁내서 어떻게 대통령 후보를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또 유승민 후보는 지난 8월 12일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토론을 겁내면 선거를 못 나오는 것이다. 토론을 겁내고 어떻게 선거에 나올 수 있겠나. 그런 후보가 본선에 가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어떻게 이길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유 후보는 자신의 SNS에 윤석열 총장 측의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자는 주장에 대해 “어느 수험생이 자기 입맛대로 시험 문제를 바꾼다는 말인가”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같은 당 주자들이 이렇게 토론회와 관련, 윤석열 후보를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일반 국민들 역시 이러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말실수를 연이어 여러 번 했다는 점에서 즉흥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토론회에서 과연 윤석열 후보가 견딜 수 있는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더구나 현재 국민의힘 경선 토론은 거의 ‘살인적인 일정’으로 준비되고 있다. 경선 후보 등록 직후인 9월부터 비전 토론회, 스토리텔링 토론회, 후보 프레젠테이션, 공개 면접, 미디어 데이, 택시 면접 등이 있으며 일대일 맞수 토론 역시 3번이나 잡혀있는 등 총 20번의 토론회가 진행된다. 이런 토론회를 대강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에 무엇보다 단단히 벼르고 있는 사람은 홍준표 후보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윤석열 후보가 검사로서 문 정권의 선봉에 서서 적폐 수사로 우리 진영을 궤멸시킬 때 매일 매일 그것을 지켜보며 우리 진영 사람들이 차례로 끌려가 직권남용이라는 죄명을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감옥에 가는 것을 가슴 아프게 바라본 야당 대표였다. (…) 토론 때 보자”라고 적었다. 이러한 홍준표 후보의 지적은 윤 후보에게 있어서는 매우 가슴 아프게 작용할 수가 있다.

무엇보다 첫 토론회는 ‘대권가도의 분수령’으로 점쳐지고 있다. 심지어 정가에서는 ‘토론회 한두 번이면 일부 후보의 밑천이 드러날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회자되고 있다. 이러한 불안감은 과거 안철수 대표의 TV 토론에서 확인된 바가 있다. 2017년 대선 초반까지만 해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승승장구했지만, TV 토론회에서 “내가 MB 아바타입니까?”라는 말로 지지율은 37%에서 19%로 떨어졌다. ‘토론회의 악몽’이라고 칭할 만하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후보가 과연 토론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사진=윤석열 캠프)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사진=윤석열 캠프)

무려 20차례 토론회 예정

하지만 일각에서는 윤석열 후보의 토론회가 완전한 ‘폭망’의 수준이 아니라면 지지율에 그렇게 큰 타격이 되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있다. 한 야권 인사는 과거 TV에 출연, “지금 보수진영은 윤석열 후보가 무너지면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곧 윤석열 지지층이 ‘묻지마 지지’에 가까운 견고한 지지를 한다는 이야기다. 만약 정말로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들에게는 토론회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거기다가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가 적용되면 윤 후보자에 대한 지지는 더 견고해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지지가 무너져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탄핵 전 ‘콘크리트’라고 칭해지면서 40%가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탄핵의 과정에서 최소 4%까지 무너진 바가 있다. 이는 보수층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사안에 대해서 많은 실망을 하게 되면 급속하게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윤석열 후보가 무려 20여 차례에 이르는 토론회에서 계속해서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명확하지 않은 정책, 혹은 말실수라도 하게 되면 지지율이 급격하게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제까지 윤 후보의 말실수는 기자들에 의해서 간접적으로 전해진 것이다. 따라서 윤 후보 측은 ‘특정 부분만 잘라서 맥락이 달라졌다’, ‘오해다’라는 식의 대응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 국민 앞에서 생생하게 모든 토론 내용이 생중계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대응도 할 수가 없게 된다. 결국 몇 번의 실수가 이어지게 되면 윤 후보에 대한 견고한 지지 역시 빠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또 윤 후보를 지지하는 중도 성향을 가진 지지자들은 더욱 빠르게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윤 후보 측 캠프에서는 경선 토론회를 대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모래시계>의 PD겸 조연출로 참여했던 박창식 전 의원이 캠프의 미디어 본부장으로 합류했다. 그가 바로 윤 후보의 대선 토론회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훈련’이 실전에서 제대로 그 힘이 발휘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토론회란 각본이 없는 즉석의 토론이다. 상대가 무엇을 질문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일 뿐만 아니라, 일단 대응을 했다고 하더라도 반박에 재반박의 과정이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오랜 숙련의 과정이 아닌, 속성의 과정으로는 토론의 힘을 기를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선 후보 토론은 하나의 특정 정책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가는 것이 아니다. 경제부터 국방, 외교, 사회, 문화 등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토론의 의제로 올라오게 된다. 그런 점에서 수년간 정치를 했던 정치인들조차도 여기에 적절히 대응하기는 힘든 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평생 검찰에서만 활동을 해왔던 윤 후보가 과연 여기에서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윤 후보는 이미 토론회와 관련해 이준석 대표와 한 차례 내홍을 일으킨 바가 있으며, 그것이 비전 발표회로 바뀌면서 ‘초등학교 학예회 수준’이라는 비난을 자초한 적도 있다. 따라서 이제 더는 토론회에 대한 왈가왈부는 윤 후보에게 치명적인 내상을 안길 수도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토론회는 늘 많은 국민적 관심의 초점이 되어왔고, 또 국민의 심판대에 오르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대선 토론회만큼 초미의 관심사가 집중되는 것 역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점점 다가오는 토론회의 시간에 윤석열 후보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지 촉각이 곤두서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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