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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페이퍼스'가 뭐길래…각국 지도층·부호 역외탈세 의혹 일파만파
  • 기사등록 2021-10-06 14: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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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단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지난 10월 3일 '판도라 페이퍼스'라는 이름으로 1,190만 건의 역외탈세 의혹 관련 문서를 폭로했다/사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홈페이지에서 발췌

대량의 조세회피처 관련 파일이 유출됨에 따라 역외탈세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비영리 단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지난 10월 3일 '판도라 페이퍼스'라는 이름으로 1,190만 건의 역외탈세 의혹 관련 문서를 폭로했다. 전 세계 지도자와 억만장자 등이 조세회피처에 거액을 숨겨놓고 탈세와 불법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이번 문건은 파나마, 스위스 등 세계 도처에서 14개 역외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오던 대형 로펌의 문서를 입수한 것으로, 분량은 3테라 바이트 정도다. 문건이 다루는 광범위함은 2016년 폭로됐던 2.6테라 바이트 분량의 '파나마 페이퍼스'를 능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ICIJ는 앞서 2016년 파나마 공화국에 소재한 로펌 모색 폰세카가 보유한 약 1,150만 건의 비밀 문서를 폭로한 바 있다. '파나마 페이퍼스'라고도 불리는 이 문건에는 각국 정부 고위관료, 유명인 등 전 세계 부유층이 어떻게 세무조사를 회피해 재산을 은닉해 왔는지에 대한 정보가 수록돼 있었다.

이때의 폭로로 인해 당시 아이슬란드 총리가 사퇴했으며,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도 불법 탈세를 한 인물에 대한 고강도 수사와 제재가 가해졌다.

이번에 폭로된 '판도라 페이퍼스'에는 세계 각국 전‧현직 지도자 35명 및 고위 공직자 336명, 포브스지 등록 억만장자 90여 명의 해외 계좌 및 거래 내역이 담겼다. 여기에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세바스티안 파녜라 칠레 대통령,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 등도 포함된다. 

압둘라 2세는 스위스에 있는 영국인 회계사와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변호사의 도움으로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최소 36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이 회사명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약 1억 600만 달러 규모의 호화주택 14개를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880만 달러 어치의 빅토리아 시대 건축물을 보유한 버진아일랜드 업체 인수를 통해 2017년 건물주가 됐으며, 이 거래를 통해 40만 달러 이상의 세금을 절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공개된 이들 중 상당수가 언론에서 반부패, 개혁 등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 왔는데, 이번 폭로로 위선자의 가면이 벗겨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실 역외금융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케이맨 제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파나마 등은 주요 역외금융센터인데, 이들 지역은 세금을 부과하지 않거나 매우 낮은 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기업 및 금융기관이 세금 절감 목적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이는 불법인 탈세와는 다른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판도라 페이퍼스 공개 이후 당사자로 지목되거나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인사들 상당수가 "불법성은 없다", "정상적인 거래였다"는 반응을 보이며 오히려 허위 정보에 대해 비난 성명을 내기도 했다. 

문제는 단순한 절세 차원이 아닌, 애초에 탈세와 자금세탁을 목적으로 역외금융을 악용하는 경우다.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해외로 자산을 빼돌리거나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의 '역외탈세'가 바로 이것인데, 그 규모가 실로 막대하기 때문에, 단순히 도덕적 문제를 넘어 개별국가의 세입세출 정책을 교란하고, 전 세계 자본투자의 흐름을 왜곡시키는 등의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단순 의혹을 섣불리 불법이라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 이번에 불거진 역외탈세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는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며, 각국 검찰 수사 등 사태의 추이를 당분간은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한편, 이번 판도라 페이퍼스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 비영리 언론 뉴스타파를 비롯해, 117개국 159개 미디어에서 약 600명의 언론인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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