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지난 9월 28일 `2021년 산림 가을 단풍 예측지도`를 발표하며, 올해 단풍 절정 시기의 전국 평균은 10월 26일로, 이는 전년 대비 3일가량 늦어진 것이라고 밝혔다/사진 Unsplash 제공
▲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지난 9월 28일 `2021년 산림 가을 단풍 예측지도`를 발표하며, 올해 단풍 절정 시기의 전국 평균은 10월 26일로, 이는 전년 대비 3일가량 늦어진 것이라고 밝혔다/사진 Unsplash 제공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단풍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질 전망이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지난 9월 28일 `2021년 산림 가을 단풍 예측지도`를 발표하며, 올해 단풍 절정 시기의 전국 평균은 10월 26일로, 이는 전년 대비 3일가량 늦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 관측이 시작된 2009년 이래, 국내 단풍 절정 시기는 연평균 0.4일씩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풍 시기가 늦어진 것이 최근 들어 가속화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관측 자료에 따르면, 여름 기온이 1℃ 올라갈 때마다 단풍 절정 시기는 1.5일씩 늦춰졌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정수종 환경계획학과 교수는 "식물에 단풍이 드는 시기가 늦어지는 것은 분명한 기후변화 신호"라며, "이는 기후변화가 식생의 생장 리듬을 바꾸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어 "온대 산림의 식생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를 낮추는 중요한 흡수원"이라면서, "식생의 생장 시기가 변하는 것은 탄소순환의 변화가 생기는 것을 뜻하므로 탄소중립이란 국가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단풍 시기 지연이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관찰되는 현상은 아니다.

미국 ABC뉴스 보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9월 말에는 미국 전역에 걸쳐 단풍이 진행된다. 그러나 올해에는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많은 지역에서 늦게까지 잎들이 푸른 빛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9월 말 단풍이 절정을 이루곤 했던 미국 동부 메인주에서는 1/3가량의 나뭇잎이 여전히 녹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와 대조되는 현상도 있다. 미국 중서부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덴버시에서는 나뭇잎의 가장자리가 마르며 벌써부터 잎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는 기온의 갑작스러운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다.

또 미국 서북부 오리건주에서는 잎이 갈색으로 변하는 `생리적 잎마름증상`(Foliage scorch)이 나타났다. 오리건주립대학의 크리스 스틸(Chris Still) 산림생태계·사회학부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의 주원인은 올해 여름 발생한 폭염 때문이다. 오리건주는 올여름 기온이 43℃ 이상으로 치솟는 등 고온 현상에 시달렸다.

이처럼 한편에서는 고온 현상으로 푸른 잎이 장기간 유지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극심한 기온 변화, 폭염, 가뭄 등으로 잎이 빠르게 말라 떨어지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전역에서 단풍을 볼 수 있는 시기와 지역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위성 관측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북미 지역에서도 1982년 이후 10년마다 단풍 시기가 최대 4일 정도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여름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 `딕시`가 엄청난 규모의 산림을 전소시켰을 뿐 아니라, 여름철 평균 기온도 크게 상승시켰다.

실제로 미국 해양대기청은(NOAA)은 지난 8월 13일(현지 시각) 2021년 7월이 지구상에서 역대 최고로 뜨거웠던 달이라고 밝히며,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캘리포니아, 터키, 시베리아, 캐나다 등에 걸쳐 발생한 산불의 영향이 컸다고 전했다.

한편, 이상 기후로 인한 변화는 관광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산림청에 따르면 미국 북동부의 뉴잉글랜드 지역에서는 가을 단풍 관광으로 연간 80억 달러 규모의 수익이 창출된다. 버몬트주에서만 연간 5억 달러 가까운 매출이 단풍 관광으로부터 발생하며, 이는 주 연간 관광산업의 20~35%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앞서 언급한 메인주 역시 뉴잉글랜드 지역에 속한다. 기후 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단풍 시기가 줄어든다면, 이들 지역의 관광산업에도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지금껏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가 초래할 위험은 결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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