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넘버세븐’ 최경호 대표

지난 11월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서 개최한 ‘제35회 섬유의 날’ 행사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관계자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공자 49명이 포상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기업이 바로 ‘홀리넘버세븐’의 최경호 대표(회사명 블랙쏭)이다. 창업한 지는 만 5년밖에 되지 않는 신생기업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디자이너인 아내와 함께 집에서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연예인들이 많이 찾는 브랜드로 성장했고, 현재 중국, 미국, 일본으로까지 진출하는 큰 성공을 이뤘다. 무엇보다 최 대표는 ‘돈을 많이 벌어 더 많이 나누고 싶다’라는 봉사와 헌신의 정신으로 사업을 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법인을 세울 예정이다. 최 대표를 만나 패션과 관련된 그의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 홀리넘버세븐 패션쇼(사진=홀리넘버세븐 제공)
▲ 홀리넘버세븐 패션쇼(사진=홀리넘버세븐 제공)
탤런트 이준기 덕분에 ‘빅 히트’

최경호 대표는 어느 날 TV를 보다 깜짝 놀랐다. 탤런트 이준기 씨가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TV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패션업체가 TV 프로그램에 협찬하는 일은 흔하지만, 최 대표가 한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 이후에도 이런 일은 자주 벌어졌다. 예능이나 드라마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이 정말로 많이 ‘홀리넘버세븐’의 옷을 입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는 모두 최 대표의 뛰어난 디자인 실력 때문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브랜드가 론칭된 지 만 5년 밖에 되지 않은 이런 신생기업의 옷이 아무런 협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TV에 등장하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홀리넘버세븐은 처음 등장부터가 심상치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처음 지인의 소개로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의 팬시점에 몇 점의 옷을 들여놨을 뿐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판매가 잘 됐고, 마침 연예인들이 홀리넘버세븐의 옷을 입고 TV에 등장하면서 한마디로 ‘빅히트’를 하게 됐다. 당시 트렌치 코트와 라이더 자켓을 주로 판매했었는데, 물량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그때는 그저 테스트용으로 제품을 고작 30~40점밖에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만 5년이 지난 지금, 홀리넘버세븐은 중국, 미국, 일본으로 진출할 수 있는 실력파 브랜드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산업통상장원부 장관상을 받은 것도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처음에 빚을 안고 시작하다 보니 돈 때문에 좀 힘들었습니다. 특히 제작에 관련해서는 바로 결제를 해야하지만, 유통사는 익월 말일에 결제를 해주는데 이 때문에 곤란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생각으로 견뎠고, 이제는 거래처와 많은 신뢰가 쌓여서 이런 문제들로 곤란을 겪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봅니다. 이번 장관상 수상 역시 함께 하는 모든 직원이 다 함께 기뻐해 주고 있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욱 좋은 디자인과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할 예정입니다.”

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전공한 최 대표는 2010년 남성복 회사에 입사하면서 디자이너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기획MD팀 과장으로 패션MD 및 디자인 업무를 맡아 7년 10개월간 근무를 했고 2017년부터 사업을 시작,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홀리넘버세븐의 대표 디자이너로 MD 업무 및 디자인 업무 총괄을 맡고 있다. 

▲ ‘홀리넘버세븐’ 최경호 대표(사진=데일리뉴스  DB)
▲ ‘홀리넘버세븐’ 최경호 대표(사진=데일리뉴스  DB)
‘환경’ 경각심 일깨우는 활동

최 대표는 2017년부터 현재 2021년 6월까지 총 11번의 패션쇼에 참가했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서울패션위크는 2019 S/S, 2019 F/W, 2020 S/S, 2020 F/W, 2021 S/S, 2021 F/W 등 총 6번 참여했으며, 특히 2019 S/S시즌 중국 광저우 및 항저우 패션위크에서는 ‘글로벌 패션 인터시티 얼라이언스 디자이너 상’을 수상했다. 또, 동시에 ‘글로벌 오리지널 디자인 브랜드 디자이너 상’까지 수상하면서 큰 영예를 얻었다. 

‘홀리넘버세븐’은 애초 부정적인 말이 쓰여 있는 옷을 ‘스트릿 패션’으로 착각하는 청소년들을 겨냥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홀리넘버세븐은 ‘성스러운 숫자 7’이라는 의미로 성경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로고인 물고기 문양도 마찬가지죠. 저는 기독교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기독교적 색채를 나타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성경에 있는 올바르고 훌륭한 문구를 활용해서 얼마든지 멋진 옷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저희 옷에 모두 성경 구절이 들어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최 대표가 또 하나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바로 환경문제다. 사회적으로 쓰레기로 인한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엔조이 유어 밀(Enjoy your meal)’ 시리즈를 시작했다. 옷을 만들고 나서 버리는 쓰레기 옷감으로 음식 모양을 만들어 그것을 먹는 컨셉이다. 이는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는 결국 우리가 먹게 된다’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이 시리즈 역시 연예인들이나 셀럽들의 큰 호응이 있다고 한다. 또 실제 최 대표는 많은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네이버스, 컴페션, 그린피스 등 총 7개 단체에 수익금을 나누고 있다. 앞으로 회사가 더욱 발전하면 할수록 기부를 하는 단체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특이한 점은 최 대표의 브랜드 제품들은 ‘완전한 한국산’이라는 점이다. 

“저희가 생산하는 대부분의 원단과 부자재를 한국에서 진행하는 진짜 한국 브랜드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온 한국 디자이너 손에서 탄생한 진짜 한국산인 셈이죠. 그리고 브랜드 초기부터 생산을 같이 진행해왔던 봉제공장, 프로모션 업체, 부자재, 인쇄&프린트 등 협력업체들과 지금까지도 계속 협력해서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 위에 그간 꾸준하게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개척해오기도 했다. 2017년도에 국내의 온라인 유통채널인 W컨셉, 무신사, 서울쇼룸 매니지먼트와 협약을 맺어 총 3개의 유통망을 확보했고, 해외 오프라인 유통채널로는 중국의 편집숍 DUIER, 쇼룸 DIA에 입점 했고, 일본에서도 NIB CO LTD에 입점해 3개의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확보했다. 이후 대만, 프랑스 등에 진입했다. 

그 결과 매출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처음 집에서 사업을 시작하던 2017년에는 7천여만 원이었던 매출이 2018년에는 2억 3천, 2019년도에는 3억 7천, 2020년에는 4억 7천만 원이었다. 올해는 이미 상반기 매출만으로도 작년 매출을 넘어섰다. 매년 평균 45%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 홀리넘버세븐 최경호 대표, 송현희 디자이너와 직원들(사진=데일리뉴스 DB)
▲ 홀리넘버세븐 최경호 대표, 송현희 디자이너와 직원들(사진=데일리뉴스 DB)
직원들 평생 돈 걱정 없도록

“특히 저희는 올해 초부터 자사몰을 4개 국어(국문, 중국어, 영어, 일어)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사에서 해외 결제까지 가능한 홈페이지를 운영하여 글로벌 소비자들이 바로 제작사인 저희에게 다이렉트로 구매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성장하는 회사가 되면서 지금은 본사에 정직원 4명, 매장에 5명의 직원을 두고 있습니다. 처음 들어왔던 직원부터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다 같이 일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최경호 대표는 이제 본격적으로 사업을 더 키워볼 생각이다. 현재 홀리넘버세븐은 ‘컬렉션’으로 진행된다. 이는 곧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자사의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는 단점이 있을 수가 있다. 애초에 디자이너 본연의 강점을 살리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청바지를 잘 만드는 디자이너는 면바지를 잘 못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컬렉션을 고집하는 것은 사업을 크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며, 이는 단지 돈의 문제만은 아니다. 

“저희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계속되는 환경 캠페인으로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그 수익금은 더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직원들 역시 평생 돈 걱정 없이 열심히 일만 하면 되는 수준이 되었으면 합니다. 내년에 법인을 세우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제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통해서 본격적인 컬렉션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싶습니다.”

최 대표의 해외 진출도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과 라이센스 계약을 해서 직접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현지 생산 판매를 할 수 있게 되고, 미국에도 바이어가 생겨 이미 진출을 했다. 무엇보다 미국은 한국처럼 패션 시장이 레드오션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한 매출이 기대된다.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최경호 대표. 이제 지난 2년간의 어두운 동굴이었던 코로나19의 시대를 지나면서 앞으로 ‘밝음의 시대’에 더 많은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회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홀리넘버세븐’의 성장이 ‘함께 하는 모든 이의 성장’이 되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데일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