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텍아이엔씨 정은하 대표

지금 당장 자신이 있는 곳의 주변을 돌아보면 곳곳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대체로 ‘PVC(Poly Vinyl Chloride)’라고 불리면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중의 하나이다. 또 고강도 PVC는 산업용 원단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플라스틱에는 큰 단점이 있다. 바로 ‘독이 든 플라스틱’이라고 말해질 정도로 다이옥신, 프탈레이트 등의 가소제 첨가물과 유기염소로 이루어져 있다. 사용할 때 배어 나오는 다이옥신과 유기화학 가스 등을 사람이 흡입할 경우 호르몬 교란이 발생하고 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정부는 유아 사무용품, 문구, 매트리스 등에 PVC 사용을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폴리텍아이엔씨 정은하 대표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무독성 원료인 PP(Polyprophylen)와 PE(Polyethylene)로 이루어진 고강도의 원단을 개발해 PVC 시장을 대체한 것이다. 최근 ‘탄소중립 녹색경영대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까지 수상해 겹경사를 맞았다.


 

 

▲ XPO 350gsm(사진=폴리텍아이엔씨 제공)
▲ XPO 350gsm(사진=폴리텍아이엔씨 제공)

영문학 전공했지만, PVC 개발

정은하 대표가 만들어낸 무독성 친환경 원단 XPO는 ‘세계 최초’라고 타이틀을 붙여도 무방할 정도다. 과거에 비슷한 제품이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적은 있지만, 일반 PVC보다 무려 3배나 비싼 가격이라서 상업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 대표의 제품은 기존 제품에 비해 절반 가격에 불과하고 무게를 줄여 초경량으로 만들었다. 그간 PVC 제품의 경우 독성도 문제지만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모든 생산량이 사용 후 곧바로 산업 쓰레기로 귀결된다고 보면 된다. 그 결과 매년 2백만 톤의 PVC 제품이 생산되고, 그 2백만 톤이 곧 폐기되고 있다.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매립 시에는 토양오염, 소각 시 공기오염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불이 나게 되면 다량의 유독 가스로 인해 인명피해가 심각했다. 이에 정부는 꾸준히 재활용 제품 사용을 법규화해서, 대체품 개발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발된 무독성 친환경 원단 XPO는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사실 정은하 대표가 공학이나 플라스틱을 전공한 것은 아니었다. 기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영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 영어를 가장 많이 활용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무역회사에 입사하게 됐고 그곳에서 PVC 제품을 다루다 보니 문제점을 점차 많이 알게 됐다. 무역회사에서 퇴사한 후 독립하면서 창업을 했고, 과거 자신이 알게 됐던 PVC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해결하려다 보니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대다수 그렇듯이 비용 문제가 만만치 않았다. 특히 ‘신제품’을 만들려다 보니 모든 것이 처음부터 시작이었다. 이제까지 투자된 비용은 제품 판매액과 은행 빚까지 거의 50억 원이 들었다고 한다. 사업은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외부로부터의 별도 투자를 받는 것을 거의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최근 ESG투자를 받아 사업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게 됐다. 그녀에게 이번 녹색경영대상을 수상한 소감을 물어보았다. 

“20년 동안 PVC 원단을 수출하면서 오히려 PVC의 문제점을 해결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었고, 이것이 저희 고강도 친환경 원단인 XPO 개발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처음 개발 당시 많은 분이 부정적 전망을 했고, 안된다는 주류의 의견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집념으로 끝내 이루어 냈고, 이제 시장에서 그 가치를 평가받고 있습니다. 저희 개발품이 선순환 구조로 지구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환경 오염 등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녹색 제품이기 때문에 영업도 자연스레 잘 되고 있습니다. 저희의 노력이 점점 커져서, 환경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기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 정부에서도 이번 수상을 통해 그 노고를 알아주는 것 같아서 매우 기쁩니다. 이를 토대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천안 300평 유소년 실내 축구 연습장(사진= 폴리텍아이엔씨 제공)
▲ 천안 300평 유소년 실내 축구 연습장(사진= 폴리텍아이엔씨 제공)

에어돔 사업으로 확장

그녀가 거침없이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처음 전기 자동차가 나왔을 때, 성능은 미미했고,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비웃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제 전기차는 대세가 되었고, 10년 후에는 엔진 자동차 판매가 금지된다. 정은하 대표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PVC분야에서 이룩하고 있다. 특히 녹색경영 분야에서 혁명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정은아 대표가 개발한 XPO는 화재 시 유독 가스를 발생하지 않아 치명적이지도 않다. 더 나아가 모든 단계에서 재활용이 가능하며 특히 간단한 분리수거만으로도 재활용을 할 수가 있게 되고 생산하는 모든 제품이 자원화가 될 수 있게 된다. 기존 PVC에 들어가는 규제 대상인 다이옥신, 프탈레이트의 가소제를 전면 배제하고 생산함으로써,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원단을 생산하여 토양, 공기오염을 절감하고, 생태계 교란 호르몬을 배출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시장과 국내시장을 통한 경제적 가치 창출과 농업 혁명을 이끌 기반 완성과 확대로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하고 녹색경영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처음 정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5년 8월. 당시 오랜 연구를 통해 XPO를 개발해 완성했으며, 이를 UN을 통해서 전 세계의 텐트 제작업체에 제공했다. 이후 친환경 XPO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법인을 세웠으며, 생산능력을 2배로 확충하는 등 발전을 거듭했다. 2017년에는 곡물 덮개를 호주 Grain Corp 사에 납품했다. Grain Corp 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곡물 공급 업체 중의 하나이다. 또한 호주의 가장 큰 체인 마트인 Bunnings 사에도 가정용 타프를 탑품하여, XPO를 시장 진입시켰다. 

정은하 대표의 도전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스마트팜’과 ‘스포츠 에어돔’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무독성인 XPO 에어돔(Airdome)은 전통적인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 식물 공장 등에 사용할 수 있으며, 냉난방을 위해 기존의 화석연료를 쓰지 않으면서도 에너지를 무려 70%나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탄소중립의 시대로 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스포츠 돔은 기존 돔을 밀어내고 새로운 차별화를 이뤄냈다. 미국에서 개발된 돔의 경우 화학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운동을 오래 하게 되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면 XPO 에어돔은 공기 질이 무척이나 쾌적하고 필터를 통해서 공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미세먼지에도 매우 강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또 기존 제품은 지붕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무려 8.5t이나 되지만 XPO 에어돔은 2t에 불과하다. 건축비 역시 기존 제품은 일반 건축물의 2배이지만 정 대표의 에어돔은 절반에 불과하다.

“아무리 친환경이라고 해도 가격이 맞지 않으면 사람들은 쓰질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케익의 크림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때로는 장식으로 ‘친환경’을 가져다 붙일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가격을 낮추고 더욱 튼튼한 제품으로 선순환을 불러왔습니다.”

▲ ㈜폴리텍아이엔씨 정은하 대표와 직원들(사진=데일리뉴스 DB)
▲ ㈜폴리텍아이엔씨 정은하 대표와 직원들(사진=데일리뉴스 DB)

농업 혁명도 가능케 해

비닐하우스 분야도 크게 혁신하고 있다. 스마트팜을 구성하는 최고 효율의 하우징인 농업용 에어돔을 완성, 차세대 농업 혁명을 이끌 제품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스마트팜은 생산성을 3배 높이고, 자연광으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다. 또 수확량과 과일의 당도를 높여 스마트팜의 운영체제와 결합해 최고의 농업 생산성을 확보했다. 

“2018년 6차 차세대 농업 혁명을 이끌 스마트팜 에어돔 시장에 진출해, 모든 기술적인 점검을 완료하고 지금은 점차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스마트팜 운영체제의 미진함은 주로 생산성과 비용 효용 면에서 기대치에 못 미치는 구조적인 결함에 있었는데, 이를 해결함으로써 농업 생산성, 자원 보호,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스마트팜 에어돔의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이제 정은하 대표에게 앞으로 남은 길은 ‘꽃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일단 대규모의 ESG 투자를 통해 생산설비를 혁신적으로 늘릴 예정이고 독일의 대형 유통 회사 중 한 곳이 XPO 원단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코로나 시국인데도 독일 회사 관계자가 두 번이나 한국을 방문했고, 이제 곧 정 대표가 독일에 들어가 공식적인 활동을 하면서 본격적인 유통을 할 계획이다. 그리고 그간 함께 고생해온 직원들에게도 많은 보상을 할 예정이며, 더욱 많은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생각이라고 한다. 

정은하 대표는 얼핏 보면 사업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외모이지만, 한번 마음먹으면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철의 여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승승장구를 통해 전 세계에 최고의 무독성 친환경 원단 XPO가 더 많이 알려지고 판매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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