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엉 딘 후에 베트남 국회의장 방한(사진=데일리뉴스)
▲  브엉 딘 후에 베트남 국회의장 방한(사진=데일리뉴스)
코로나로 잠시 멈칫했던 한국과 베트남 관계가 코로나 이전의 관계로의 회복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그 첫번째 징표는 지난 12월 12일부터 15일까지 한국을 실무적으로 방문한 브엉 딘 후에(Vuong DInh Hue) 베트남 국회의장의 방한 일정과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다.

행정부 각료(장관급) 5명과 국회사무총장을 비롯한 다수의 국회의원을 대동하는 등 '국가 원수급' 대표단과 함께 우리나라를 찾은 후에 의장은 경제·사회 전 분야에 대한 양국의 협력 확대 의지를 피력했다. 특별히 내년 한·베 수교 3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과거 30년을 평가하고 새로운 30년의 비전을 공유함으로써, 후에 의장의 방문을 통해 양국의 지도자급 인사가 서로 견고한 신뢰를 쌓는 디딤돌이 되었다고 평가된다. 

후에 의장은 당초 140~200명의 대규모 방한 대표단을 준비하였다고 한다. 정부 각료와 국회의원뿐 아니라 지방정부 관계자, 기업인 등을 포괄한 인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어 오히려 한국 측에서 대표단의 규모 축소를 요청하였고 이를 베트남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공산당 중앙집행위원회 정치국 회의까지 거쳐 이를 전격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차관급 이상 고위급 인사 22명이 포함된 60~70명대의 대규모 방문이 이뤄진 것이다. 이는 베트남 측이 우리나라를 미래 핵심교류국으로 꼽고 있다는 반증이며, 베트남 권력 실세이자 베트남을 이끌어가는 최고 지도자 중 한 명인 후에 의장이 향후 한·베 관계를 전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후에 의장은 베트남 경제학 권위자로 슬로바키아 브라티 슬로바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20년 넘게 하노이 금융회계대학에서 회계학을 가르쳤으며, 베트남공산당 중앙경제위원장과 재무부장관, 경제부총리를 거친 베트남 정부를 대표하는 경제 전문가 이기도 하다. 또한 호치민 주석의 고향인 응에안성 출신으로서 하노이 당서기를 역임하는 등 권력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한 사람이다.

아쉽게도 금번 방한기간과 문재인 대통령의 호주 방문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문 대통령 방문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철저한 실무방문 형식으로 초청자인 박병석 국회의장과는 수차례의 만남을 통해 깊은 신뢰와 우의를 다졌으며, 김부겸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서는 향후 양국 간 협력 관계 강화에 기여하는 △고위급 등 모든 수준에서 대표단과 교류 지속적으로 촉진 △2022년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포괄적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 △안보와 국방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확대하며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활동을 공동으로 시행 등 다양한 내용을 이행하는 데 협력하기로 하였다. 또 견고한 교역·투자를 위해 한-베트남이 2023년으로 예상한 교역 규모 1000억 달러를 조기 달성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한국과 베트남의 협력관계 현황

2021년 10월말까지 베트남에 대한 한국의 직접투자(FDI)는 9186건의 프로젝트로 73억9130만달러의 누적액을 기록 여전히 1위 투자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한국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41억 달러로 94곳의 투자국 중에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1월~10월까지 양국의 무역액은 56.9억 달러에 달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5%가 증가했다. 그 중 대한국수출액은 15.9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대비 18.5% 증가했다. 대 한국 수입액은 40.4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0.5% 늘어났다. 양국은 2023년에 양자무역총액을 1천억달러로 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국방· 보안·문화·교육·스포츠·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도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 지난 29년동안 이뤄진 양국 교류에서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인적교류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연간 약 480만 명의 관광객이 1,000편 이상의 항공편을 통해 양국을 오갔다. 현재 약 6만 5000여명으로 추산되는 베트남과 한국인 다문화가정을 포함하면 약 20만 명의 시민이 상대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브엉 딘 후에 국회의장의 방문을 시작으로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기대하고 있다.

▲ 김길수 코베카 회장과 브엉 딘 후에(Vuong DInh Hue) 베트남 국회의장(사진 =데일리뉴스)
▲ 김길수 코베카 회장과 브엉 딘 후에(Vuong DInh Hue) 베트남 국회의장(사진 =데일리뉴스)

민간단체 코베카와의 특별한 만남

금번 방문 일정 중 매우 특별한 이벤트로 한베경제문화협회(코베카)와의 깜짝 만남을 들 수가 있다. 방한 3일째인 지난 12월 14일 오후 3시, 소공동 롯데호텔 3층 아테네가든룸에서 열린 만남에는 후에 의장과 응웬 부 뚱 주한베트남대사, 뷔 반 끄엉 베트남 국회사무총장과 국회의원들이 참석했고, 코베카 측에서는 김길수 코베카 차기회장, 권성택 상근부회장, 최규엽 상임고문, 권혁근 부회장 그리고 정하연 홍보위원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후에 의장은 베트남 방역을 위해 코베카가 추진했던 한국의 119 중고구급차 지원에 대한 감사를 표명하면서 “코로나 이후에 있을 양국 민간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코베카의 역할을 주문”하였다. 이에 김길수 회장은 “코베카는 119 중고구급차 지원사업은 새해에도 지속적으로 실시할 것이며 베트남의 코로나 방역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첨단 코로나 진단키트 지원과 내년도 한.베 수교 30주년 기념사업에 적극 참여할 것” 임을 밝혔다. 

코베카는 후에 의장을 위해 조선대 미술대학장을 역임한 박일재 화백이 손수 그린 호찌민주석 초상화(15호 사이즈)와 후에 의장의 캐리커쳐를 선물하였다. 뜻하지 않은 귀한 선물을 받은 후에 의장은 대만족을 표하면서 박일재 화백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나타내는 등 경제교류 뿐 아니라 민간단체와의 만남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이렇듯 3박4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매우 광범위한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간 후에 의장의 방한은 코로나 여파로 다소 서먹한 관계까지 감안해 한·베 관계의 약점을 보완하고 더 뜨겁고 가까운 관계로의 전환이라는 큰 성과를 남겼다. 이렇듯 결론적으로 박노완 주 베트남 한국대사는 베트남 매스컴 VNA과의 인터뷰에서 “브엉 딘 후에 베트남 국회의장의 방한은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의 미래 관계를 위한 새로운 협력 틀을 구축하며 코로나19 전염병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협력 프레임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양국 간 질적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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