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흡사 ‘번아웃의 시대’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최근의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장인 10명 중에 9명은 번아웃과 슬럼프를 경험했으며, IT 종사자들의 번아웃은 일반 직장인보다 더욱 심하다. 5명 중에 무려 2명이 이런 증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된다고 한다. 세계적인 아이돌 스타 BTS의 맴버도 과거 번아웃을 겪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펜데믹이 길어지면서 미국 의사의 5명 중 한명이 번아웃으로 인해 진료를 그만두겠다는 호소를 하기도 했다. 최근 발표된 조사에 의하면 공무원 사망자 3명 중 한 명이 과로사라고 한다. 산불이 나거나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폐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도 번아웃을 부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부의 특정 후보 지지자들은 여전히 허탈감과 무력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으며, 아예 뉴스 자체를 거부하는 증상까지 보이고 있다. 

번아웃이 심각한 이유는 자존감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삶에 대한 희망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번아웃은 일종의 만성 스트레스를 부르게 되는데, 그 결과 전두엽 피질 중의 일부가 점점 얇아진다는 점이다. 전두엽은 우리가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복잡한 의사결정과 추상적인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영역이다. 만약 이 부분이 심각하게 손상된다면 우리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반면, 공포를 만들어내는 감정은 더욱 강해지기 때문에 우리 뇌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번아웃의 본질

사실 번아웃의 본질은 많은 일을 하기 때문이라기보다 ‘나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강박감, 그리고 ‘내가 제대로 뭔가를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상실감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이것이 발전해 ‘나는 소외되어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쳐 결국 번아웃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더욱 일에 몰입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강제하게 되고, 더욱 완벽하게 일을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즉, 일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일과 관련된 자신의 생각이 번아웃을 부른다는 점이다. 

따라서 만약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번아웃 증상이 있다면 주저없이 스스로의 생활과 일에 대한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물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법도 있다. 술을 마시기 보다는 운동과 명상을 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 등이다. 물론 이런 방법들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하나 더 중요한 방법은 바로 ‘타인과 자신에 대한 연민’을 가지는 방법이다.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주거나 혹은 자원봉사를 통해 타인을 돕게 되면 소속감이 들게 되고 또한 자존감도 높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물론 이런 일을 위해서 많은 시간을 쏟아부을 필요는 없다. 또 하나 중요한 처방전은 바로 ‘닉센(Nicksen)’이라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네덜란드어로 ‘아무것도 안하기’라는 의미이다. 일과 잡념에서 벗어나 작은 시간이라도 ‘완전한 휴식’을 즐기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 휴대폰에서 완전히 멀어지고, 시계도 보지 말고 자신을 정서적으로 안정시키는 것을 하면 된다. 좋아하는 장소에 가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것도 ‘닉센’의 일종이 될 수도 있다. 여하튼 그 모든 부담에서 일순간이라도 멀어질 수 있다면, 번아웃의 증상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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