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당일 출구조사가 나왔을 때만 해도 민주당은 승리의 분위기였다. 사전 투표 결과를 보정했다고는 하지만, 표 차이가 워낙 작게 났기 때문에 개표가 후반으로 갈수록 승리한다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였고 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재명 후보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선거 패배 이후에도 열렬한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밝혀진 것이 없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향후 이재명 후보의 행보를 예측해본다.

 패배한 대통령 후보의 이상한 인기

대체로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는 정치적 재기가 쉽지만은 않다. 일단 당이 초상집 분위기인데다가 후보자 자신도 큰 후유증을 겪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시 재기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다시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도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의 경우에는 사뭇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이제까지 역대 민주당 후보 중 가장 많은 1,600만 표를 얻었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더불어 당 내부에서도 이재명 후보를 두고 ‘소중한 자산’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다음 지방선거에서도, 그리고 차기 대선에서도 얼마든지 지금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담겨 있다. 또한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난 대통령 선거가 2~3일만 뒤에 밀어졌어도 승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막판의 20~30대 여성의 지지가 너무도 거셌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선이 끝난 후에도 이재명은 젊은 여성들의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심지어 ‘아빠-개딸’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개딸’이란 지난 2012년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나온 말로 아빠 성동일이 자신의 딸이 성질이 더럽지만 사랑스럽다는 이유로 ‘개딸’로 부른 것에 연유한다. 20~30대 젊은 여성들은 이재명 SNS에 ‘아빠!’라고 부르고 이재명 후보는 ‘개딸!’이라고 호응해준다. 이러한 젊은 소통 방식에 대해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재명 후보의 나이가 58세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향후 5년 뒤라고 하더라도 63세밖에 되지 않는다.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 당시 나이는 65세, 김대중 대통령은 74세, 이명박 대통령은 66세, 문재인 대통령은 64세라는 점에 비하면 차기는 물론 차차기를 노려도 되는 충분한 나이다. 

또한 이재명 후보가 가지고 있는 자질 자체가 ‘역대급 대통령감’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백낙청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는 지난 3월 16일 유튜브 방송 <오마이TV>에 출연해 ‘이재명은 김대중 이후 최고의 정치지도자’라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노무현 대통령은 참 훌륭한 분이지만 대통령으로서 썩 잘한 분은 아니었다고 봐요. 문재인 대통령은 아주 착한 분이죠. 촛불 정부의 대통령으로서 잘해보려고 열심히 애쓴 건 사실이지만, 그분은 정치지도자라고 보기는 좀 어려운 면이 있어요. 김대중 대통령 이후로는 뛰어난 정치인이 없었고. 특히 촛불혁명 이후에 촛불혁명을 현실 정치권과 연결시켜 줄 인재가 없었다고 봐요.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우리가 드디어 (뛰어난 정치지도자) 한 사람을 발견했다, 건졌다 하는 점에서 다소나마 위로가 됩니다.”

민주 진영 원로의 입에서 이러한 말이 나왔다는 것은 향후 이재명 후보의 미래 행보를 밝게 만들어준다고 볼 수 있다. 

사법 리스크가 관건

이재명 후보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예측할 수 있다. 하나는 어떤 형태로든 지방선거의 전면에 나서서 민주당의 승리를 이끄는 행보이고, 또 하나는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대표가 되어 향후 민주당을 이끌다 다시 선거로 나서는 행보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방법 모두에 장단점은 존재한다. 

우선 당장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전면에 나선다는 것은 ‘이재명을 너무 헐값에 쓴다’는 비판도 있다. 대선 패배 후 시간도 오래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나서기가 쉽지도 않고 차기 대통령 후보감을 그렇게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거기다가 혹시라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라도 하게 되면 이는 이재명 후보에게는 두 번째 패배로서 치명타를 안길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지방선거는 지금의 구도에서 치른 후 당 대표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를 추대하는 방법도 제안되고 있다. 특히 선거 기간 동안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선언을 한 만큼, 향후 민주당의 개혁에 이재명 후보가 앞장선다면 다음 대선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전망이다. 또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는 했지만, 국회의원이 되어 당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따라서 만약 그가 당 대표가 된다면 지금보다 더 확고한 리더십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또 당을 이끄는 과정에서 수많은 의원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다만, 어느 행보를 선택하더라도 이재명 후보가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당의 중요한 선거를 외면하고,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이재명 후보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운 등판을 위해서는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법적 문제도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대장동 특검에 따른 사법 처리,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용에 따른 사법처리의 문제이다. 물론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에서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는 있지만, 법적인 처리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여기다 현재 검찰이 윤석열 당선인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법적인 처리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음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의 공식적인 후보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도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한 이낙연 후보와 그 지지자들이 칼을 갈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 당시 이낙연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치열함을 넘어 ‘난타전’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지지자들은 완전히 양쪽으로 나뉘었다. 심지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서 일부 이낙연 후보 지지세력들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에 대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아연실색을 하곤 했다. 그런 점에서 또다시 이러한 분열이 다음 대선 경선에서도 재연될 수 있고, 그렇다면 또다시 이재명 후보에게 상처가 나면서 민주당은 분열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의당 후보의 다음 대선 출마도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 향후 5년 뒤에도 정의당이 활동한다고 전제한다면, 대선후보를 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 또다시 정의당의 대선 후보로 추대될 것이고, 단일화하지 않는다면 다시 20대 대통령 선거와 마찬가지로 표가 갈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후보의 행보는 꽤 험난하고, 갈 길은 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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