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의달 이미지(출처=클립아트코리아)
▲ 가정의달 이미지(출처=클립아트코리아)

지금은 인구절벽 시대에 코로나19로 어지러운데 ‘혼살(혼자 살기)’과 ‘비혼족’이 점점 늘고 있어 가히 풍진(風塵) 세상이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기에 ‘사람 인(人)’이라 쓰고 있지 않은가. 가정이 해체되는 ‘위기의 시대’라,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여 가정의 소중함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불교 경전에 “믿음으로 가정이 화평하면 살아생전에 복과 좋은 일이 저절로 찾아온다. 복이란 자신의 행위에서 오는 결과일 뿐 결코 신(神)이 내려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가르쳐 주고 있다.

가정의 중심은 어머니이다. 율곡의 어머니 ‘사임당(師任堂)’처럼 장계향(張桂香, 1598~1680)은 효의 실천과 10남매 자녀교육에 본보기를 보였고, 가정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남겨 ‘위대한 어머니상’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부친인 경당(敬堂) 장흥효는 퇴계 이황의 심학(心學)적 도통(道統)의 합일점을 이룬 인물이다. 장계향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로부터 지경(持敬)과 수신(修身)을 배워 철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10세 전후에 지은 ‘학발시(鶴髮詩)’·‘소소음(蕭蕭吟)’·‘성인음(聖人吟)’ 등은 시상이 탁월한 명시로 꼽힌다.

19세에 부친의 제자이면서 이미 1남 1녀를 둔 이시명과 결혼, 6남 2녀를 두었다. 슬하에 이휘일·이현일 등 대학자를 많이 길러내어 송나라 정호(程顥)·정이(程頤) 형제를 낳은 후부인(侯夫人)에게 비견되기도 한다.

장계향은 자녀들에게 늘 “너희들이 비록 글 잘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해도 나는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착한 행동 하나를 했다는 소리가 들리면 아주 즐거워하여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가르쳤다.

또한 그녀는 “함께 사는 것이 우주의 질서다. 함께 사는 최고의 도덕률은 나누고 돌봐주는 것이다.”라는 ‘나눔의 철학’을 가졌다. 그리하여 “다시 태어나도 재령 이씨 집안의 노비로 태어나고 싶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비에게 사랑을 베풀었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을 도왔다. 이처럼 단아하고 엄하면서도 부덕(婦德)과 학식이 높으므로 세상에서 ‘여중군자(女中君子)’라고 불렀다.

장계향은 특히 초서에 뛰어났다. 오세창은 “장씨 부인은 그 읊조리는 시에 나타나고 붓끝으로 써내는 것은 풍아(風雅)의 체와 종요(鍾繇)와 위부인(衛夫人)의 법을 갖추고 있다.”라고 상찬했다.

정조도 장계향의 서첩이 있다는 말을 듣고 올리라고 명해서 보고 감탄해 마지않았다. 장계향은 그림에도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여 나비를 잘 그렸고, 인두를 불에 달구어 그리는 낙화(烙畵)에도 능했다.

장계향은 9편의 시와 각종 음식의 조리법을 적은 한글 요리책 <음식지미방(飮食知味方)>을 편찬했는데, 이는 ‘맛의 철학’을 음식으로 풀어낸 문화유산으로 현존하는 동아시아 최고의 한글 요리서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