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사회 정홍수 회장

지난 2020년 2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구를 강타했다. 아직 바이러스의 정체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구시민은 물론, 전 국민이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이후 대구시민과 대구지역 의사들은 자발적인 방역수칙 준수로 극적으로 환자들을 줄여나갔으며, 지금까지도 방역에 성공한 지자체 중의 한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러한 방역 성공의 배경에는 대구시의사회가 있었다. 환자가 생긴 첫날부터 의사들은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정보를 교환하고 장비를 지원하면서 자발적인 활동에 나선 것이다. 74년의 오랜 전통을 지닌 대구시의사회는 지난 3월 25일 정기대의원총회를 열고 정홍수 신임 회장 당선을 인준했다. 

오랜 전통에서 발현되는 단단한 결집력

대구시의사회가 발족된 것은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대구광역시’가 아니었고 ‘경상북도 대구시’였다. 광역시로 독립한 이후에도 그 오랜 역사를 계승하고 있다. 이러한 오랜 전통 덕분에 대구시의사회는 선후배간의 전통이 확실하고 대학병원, 의과대학과의 관계도 매우 돈독하다. 대구시의사회의 자리라는 것이 자신에게 개인적인 이득이 있거나 혹은 정치적인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순수하게 6,000여 의사 회원들에게 봉사하고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단체로 성장해왔다. 

향후 3년간의 임기로 대구시의사회를 이끌어 나갈 정홍수 회장은 대구고와 경북대 의과대학을 거쳐 영남대 의과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1999년 정홍수내과의원을 개원했다. 2000년 서구의사회 임원 활동을 시작으로 2015년 서구의사회 회장,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대구의사회 봉사단장,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백서발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9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정홍수 회장은 ‘어려운 시기에 부족한 사람이 회장으로 취임하게 됐다’며 취임 소감을 밝혔다. 

“오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구광역시의사회의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 것은 저에게는 너무나 큰 영광입니다. 한편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 회원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대구광역시의사회와 회원들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에 마음의 부담 또한 작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온 대구광역시의사회의 빛나는 전통과 역사를 자양분 삼고 거기에 제 미력을 보태어 혼신의 노력과 열정을 실천하며 곧게 나아가고자 합니다.”

대구시의사회의 위상은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더욱 빛났다. 당시 대구에서 바이러스가 급격하게 확산되자 의사회에서는 눈물로 호소하는 긴급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존경하는 의사 선생님들, 지금 바로 선별 진료소로, 대구의료원으로, 격리병원으로 그리고 응급실로 와주십시오.”

이러한 호소문으로 인해 대구에서만 350명의 의사들이 자원을 했고 전국에서는 몇 명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은 많은 의사들이 동참했다. 한마디로 과거의 ‘의병’과 같은 기세로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의사들이 달려왔던 것이다. 

또 단체 카톡방에서의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대처를 한 것은 물론이고 ‘백서발간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코로나19 확산 추이와 의료진의 대처, 시민들의 방역에 대한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자료들이 중요한 것은 향후 그 어떤 감염병에도 대처할 수 있는 기본적인 프로세서를 갖추고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 여름 내내 자료와 사진을 모으고, 의사들을 인터뷰해서 올해 1월에 발간했으며,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도 발표를 했다. 

 

▲ 대구시의사회 정홍수 회장(사진=유미라기자)
▲ 대구시의사회 정홍수 회장(사진=유미라기자)

‘닥터 집안’에서 자라며 의사의 꿈 키워

“향후 또 다른 의료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지역의 자체적인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소통하고 대구시와 보건소, 대학병원과 의사회가 하나되는 상설기구를 만들어 즉각적인 대응을 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구시의사회는 ‘열린 의사회, 강한 의사회, 시민속의 의사회’를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의사회 본연의 기능인 ‘회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서는 소통과 협력에 사활을 걸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으며, 코로나19의 긴 터널에서 고통받는 의사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겠다는 의지이다. 

“저희 대구시의사회는 항상 회원을 위해, 회원과 함께 소통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비록 힘든 회원분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대구시의사회와 6,000명의 회원이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런 회원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의사회는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대구시의사회는 이렇듯 회원들의 권익보호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만, 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한 활동도 꾸준하게 펼치고 있다. 이주민을 위한 무료 진료는 지난 10년간 이어오고 있으며, 보험이 없는 외국인들도 누구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봄과 가을에는 대구지역 산업공단을 찾아 각종 예방주사를 놔주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산부인과 진료, 이비인후과 진료, 노숙자들을 위한 진료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매년 1~2회 정도 해외로 의료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또한 향후 의사회는 원칙을 지키되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의사회 조직을 개편하여 빠른 의료 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으로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또 대한의사협회와 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대구시의사회 회원들의 의견이 잘 반영되도록 선도적으로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정홍수 회장은 ‘절전지훈(折箭之訓)’의 고사를 실천해 나가겠다는 것. ‘가는 화살도 여러 개가 모이면 꺾기가 힘들 듯 여러 형제가 협력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의사회에서의 이러한 활동과 더불어 정홍수 회장은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도 의사로서의 활동에 더욱 충실하고자 한다. 이는 그 스스로 ‘의사를 천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닥터집안’에서 자라왔고 생활했다. 아버님도 의사고, 큰 형님은 경북의사회장을 지냈으며, 형수님도 내과의사이다. 둘째 형님도 치과의사이며, 친척들 중에 의사를 다 손꼽기도 힘들 정도다. 어려서부터 늘 의사들 사이에서 커왔으니 정 회장 역시 자연스럽게 의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또한 그는 의사로서 환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제일 소중하다고 한다. 그는 ‘능력이 있는 한 환자들과 함께 있는 것이 나의 소망’이라고 말한다.  

 

▲ 대구시의사회 정홍수 회장(사진=유미라기자)
▲ 대구시의사회 정홍수 회장(사진=유미라기자)

구국의 전통으로 의사회 이끌 것

“의사란 직업은 환자와 함께 있을 때에 빛이 나는 직업입니다. 어려운 질환을 찾아내고, 치료해주는 것은 제가 할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주실 때 정말로 큰 보람을 느끼고 감동을 하게 됩니다. 그저 저는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그렇게 감사해주시니 저에게도 큰 힘이 됩니다. 고령이 되어 의사생활에서 은퇴를 하는 선생님들도 많지만, 저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환자들과 함께 하는 여생을 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정홍수 회장은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믿지 말고 적극적으로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했다. 

“백신에 대한 불신이 일각에서는 일어나고 있으나 백신은 절대적으로 맞아야 합니다. 사망률을 낮춰줄 수 있기 때문이죠. 부작용 때문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더 큰 화를 자초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 능력은 전 세계 최고의 수준입니다. 향후 백신 확보만 잘 이뤄지면 전 국민 접종 50%에 달하는 것도 시간 문제일 뿐입니다. 대구시의사회, 대구시민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 전부가 단결해 코로나19를 하루 빨리 종식시키길 희망합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의사들의 역할은 단순히 병을 고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의사출신의 독립운동가들도 한 두명이 아니었고, 적십자사를 만들어 가난한 민중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정홍수 회장이 이끌어 가는 대구시의사회가 이러한 구국의 전통을 이어받아 시민들과 함께 의술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데일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