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 치과클리닉 이규환 교수

21살 창창한 나이에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스티븐 호킹 박사는 장애와 편견 등 여러 악조건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명성을 떨쳤다. 한국에도 스티븐 호킹처럼 몸을 온전히 사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극복하고 치과의사의 길을 걷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분당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 치과클리닉 이규환 교수가 그렇다. 이규환 교수 역시 스티븐 호킹처럼 대학 재학 시절 갑작스럽게 경추를 다쳐 사지가 마비된 인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희망을 말하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만의 희망을 만들기로 결심했고, 고난 속에서도 이를 악 물고 마침내 치과 전문의가 됐다. 스스로 ‘부끄러운 봉사’를 하고 있다며 겸손함까지 갖춘 이규환 교수를 통해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던 그만의 비결과 나눔이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 분당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 치과클리닉 이규환 교수(사진=최운정기자)
▲ 분당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 치과클리닉 이규환 교수(사진=최운정기자)

전도유망한 청년에게 갑자기 다가온 ‘시련’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는 특별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바로 이규환 교수다. 경기도가 주최한 제19회 으뜸장애인상, 제41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진행된 대통령상인 올해의 장애인상,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와 치과의사협회, 스마일재단 등이 주관한 스마일 봉사상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 등의 영예를 안은 이규환 교수는 앞으로도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꾸준한 봉사를 실천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열심히 살아왔던 것이 수상의 비결이 된 것 같습니다. 처음에 봉사를 시작했을 때 스스로의 자랑처럼 느껴졌지만, 저보다 더 악한 조건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정도로 봉사를 하시는 분들을 바라보면서 부끄러워지더군요. 그래서 살아가면서 더욱 더 꾸준한 봉사를 펼칠 계획이고, 이번 수상은 저에게 더 열심히 봉사하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건강증진센터 치과클리닉 치의학 박사인 이규환 교수는 처음부터 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치과대학 재학 시절 여느 때처럼 취미로 즐겨하던 수영을 하다가 경추 3,4,5,6번을 한꺼번에 다치게 되면서 사지마비 장애인의 길을 걷게 됐다. 본인을 비롯한 그 누구도 그가 장애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지 못 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자신이 장애를 입었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한다.

명석한 두뇌와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자라온 이규환 교수는 다시 한 번 새로 태어난 인생이라 마음먹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그가 그토록 바라던 것은 치과 의사로써의 삶이었다. 치의대 학장과 학과장, 일선 교수들에게 눈물로 도움을 구할 정도로 배움의 열정을 보여줬으나 그들은 한 결 같이 고개를 저었다. 이규환 교수와 같은 전례가 현재까지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들이 안 된다고 할수록 이규환 교수는 단 0.01%의 가능성을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굳혔다. 

 

불편한 몸 극복했으나 편견과 날선 시선에 ‘마음고생’

그들은 이규환 교수의 완고한 뜻에 결국 허락을 했지만, 마지 못 해 든 백기나 마찬가지였다. 그의 가능성보다는 현재 처해져 있는 현실만을 보고 며칠 지나지 않아 스스로 나가떨어질 것이라 예측했다. 의대와 치의대 등은 총 6년의 학습 과정 후 혹독한 수련 과정을 거쳐야 했고, 국가고시를 통해 정식으로 치과의사 자격증 및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일반인들도 교육 과정이 힘들어 도중 포기하는 경우도 더러 있을 정도다. 그렇지만 이규환 교수는 ‘반드시 해내고 말 것’이라는 각오 속에서 스스로에게 가혹할 정도로 채찍질 했다. 

하루 대부분을 앉거나 누워서 보내는 일이 많은 전신마비 장애인들은 피부 욕창 등이 자주 발생될 수 있다. 이규환 교수 역시도 욕창 때문에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 적이 있었다. 복학 후 공부를 하는 것에 집중한 탓에 자신의 몸에 욕창이 생긴 줄도 모르고 있다가 이것 때문에 고통과 심적 부담 등을 겪은 사건도 있었다. 이규환 교수는 뼈까지 파고 든 욕창으로 인해 앉으면 죽는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몰래 병원으로 가 환자 진료와 시험 준비 등을 긴박하게 진행해나갔다. 이것들은 전부 졸업 점수에 부합되기 때문에 반드시 그가 수행해야 할 것 중 하나였다. 결국 동기와 선후배들의 도움을 받아 이 모든 일을 수행하게 됐고, 무사히 이 과정을 넘기는데 성공하면서 성취감과 뿌듯함을 만끽했다.

국가고시에 합격해 치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이규환 교수는 '당시의 뿌듯함과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소회했다. 그토록 원하는 자격증을 취득한 것에 그치지 않고 치과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거치기로 했고, 이 뜻도 이뤄냈다. 그러나 시련은 그의 뒤를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바로 장애인 치과의사가 치료를 하고 있다는 환자들의 날선 시선과 편견이었다. 그 역시 환자들의 이러한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속된 말로 ‘병신이 치료하고 있다’고 말하는 환자도 있었고, 제가 보는 앞에서 침을 뱉고 나가는 환자도 있었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돈을 내고 치료를 받는 것이니 기왕이면 비장애인 의사에게 받고 싶지 않겠어요. 치과진료에 관련한 모든 일들을 직접 수행하면서 공부를 했지만, 편견을 깨는 건 쉽지는 않았죠. 가령 스케일링처럼 단 30분 이내로 되는 치료 조차도 저는 한 시간 정도가 걸려요”

하지만 환자들 중에서는 느리지만 오히려 그것을 세심하고 꼼꼼하다고 받아들이는 환자도 생겨나게 됐고, 그에게 진료를 보기 위해 일부러 분당서울대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많이 생겨났다. 그 덕분에 이제는 예약 없이는 그를 만날 수 없게 됐다. 

 

▲ 구강건강증진관리
▲ 구강건강증진관리

장애인 구강건강을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 많아지길…

이규환 교수는 하늘이 자신에게 이런 길을 가도록 만든 뜻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장애를 가지게 되면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그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바탕으로 의료봉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장애인 구강건강 증진 및 재활 등을 위한 장애인 단체나 복지관 등을 방문해 교육과 강연 활동, 구강건강관리 용품을 후원하는 등 나눔을 적극 실천하게 됐고, 표창 등을 받게 된 배경이 됐다.

이규환 교수는 장애인들의 구강을 진료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다 말하지 못 했다. 음식을 잘 씹어야 만이 소화가 잘 되고, 그것을 통해 건강한 삶이 유지될 수 있는데, 장애인들의 경우 치아가 아파도 치과를 마음 편히 방문 하지 못한다. 막대한 비용과 불편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구강 관리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양치질은 기본이고, 더불어 치실과 치간칫솔 등을 사용해야 합니다. 장애가 있던 없건 저는 평소에도 사람들에게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도 강조합니다. 건강을 잃어버리면 단 0.01%의 가능성을 가진 일이라도 목표 달성을 할 수 없다고 봅니다. 정부 등에서 앞으로 장애인 구강 건강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음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건강을 챙길 수 없는 많은 장애인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그리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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