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섬유 윤춘근 대표

코로나19가 국내 중소기업의 심장을 현재까지도 얼어붙게 하고 있다. 특히 제조한 상품을 해외로 수출해야 하는 기업의 경우 더욱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지역 중소기업들의 수출길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녹록찮은 현실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불구하고 포천시 신북면에 위치한 포천섬유는 미국 몽고메리주와 한 해 40억원의 수출 포문을 열어 많은 기업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 포천섬유 윤춘근 대표 
▲ 포천섬유 윤춘근 대표 

포천섬유, 포천을 대표할 글로벌 기업 ‘기대’

포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동갈비와 막걸리, 군부대일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섬유’도 포천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구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 이유는 포천섬유 덕분이다. 지난 2일 포천섬유는 미국 몽고메리주 한인회와 매년 40억원 규모의 양말과 장갑 등 700만 개 수출의 포문을 열었고, 약 30~4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조기업이 가장 많이 조성된 곳으로 꼽히고 있는 포천에 위치한 포천섬유는 25년의 설립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기업으로, 국내 유명 메이커의 양말을 주로 생산해 왔으며, 타월 등 각종 기념품을 OEM(주문자생산방식)으로 제조 및 납품 등을 해오고 있다.

연매출 600억원 규모의 미국 그레이스 사를 통해 몽고매리와 앨라배마 등 12개주로 양말과 장갑 등 연 700만개를 본격적으로 수출하게 된 윤춘근 포천섬유 대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지역 사회에 나누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 한 복병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포천섬유 역시도 코로나19로 각종 행사가 줄어드는 등 문제로 주문이 감소됐고, 이로 인한 극심한 경영위기를 온 몸으로 맞게 됐다. 그러나 25년 동안 성실하고, 근면하게 제조라는 한 우물만 파고든 윤춘근 대표는 뜻하지 않게 미국을 방문할 기회를 접하면서 수출 시장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어려운 시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이 따라준 것 같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코로나19라는 시국에 미국을 방문하게 됐고, 지난 2월 온라인을 통해 40억원 정도의 계약을 체결해 양말과 장갑을 출고하게 됐습니다. 처음으로 거대한 컨테이너에 우리 회사가 만든 양말과 장갑 수십만kg이 실릴 때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회가 벅찼습니다.”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제기한 미국 몽고메리주

윤춘근 대표가 미국과 인연이 닿게 된 것은 조창원 미국 몽고메리주 한인회장 덕분이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을 통해 조 회장을 소개받은 윤춘근 대표는 그의 초청으로 미국 몽고메리주를 직접 방문하게 됐다. 이곳에서 체류하는 동안 그는 4천km에 육박하는 미 대륙을 오가면서 이곳의 환경 등을 몸소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 나름의 사업적 느낌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이곳 12곳의 뷰티샵 등을 직접 방문하는 것으로, 6곳의 뷰티샵에 말과 장갑, 박스테이프 등 생활용품과 칼라렌즈, 눈썹 다듬는 칼 등 뷰티용품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포천섬유는 이곳 현지 매장과 무스 50만개를 발주했고, 칼라렌즈 30만개를 판매하는데 성공했다. 

그 날 이후로 윤춘근 대표는 몸이 두 세 개로도 모자랄 정도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게 됐다. 수시로 미국 현지와 통화를 하는 것으로 그들이 원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상품을 어떻게 생산하면 좋을 것인지 등 의논을 주고받았고, 포천시 기업지원과의 협조를 통해 상품을 생산해 줄 공장을 직접 찾아다녔다. 그 결과 포천 관내 양말공장 4곳과 장갑공장 3곳 총 7곳의 공장과 체휴를 맺었고, 다음 달에는 조창원 몽고메리주 한인회장과 임원 일행이 직접 포천을 방문해 양말공장과 장갑 공장의 생산 라인을 돌아볼 예정이다. 이어 포천시와 미국 몽고메리주 한인회와 자매결연 등을 주선할 계획이다. 

윤춘근 대표는 미국에서 직접 보고 듣고 체감한 것을 통해 사업가로써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소회했다. 특히 양말의 경우 중국산이 대부분 점유를 하고 있는데, 가격 면에서는 중국산과 비등했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국내서도 얼마든지 해외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몰라서 하지 못 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죠. 가격이 비싼 이유는 중간 에이전시들에게 20~30% 정도의 수수료가 지급되다보니 금액이 맞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에이전시를 끼지 않고 직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 수수료라는 것이 없죠”라고 말했다. 

 

중국산보다 더 좋은 제품 확신 서게 하다

현재 미국은 중국과 무역 갈등을 겪고 있다. 통상 관세는 25%로 적용되는데, 중국 상품이 미국으로 가려면 이 정도 관세는 필시 지불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윤춘근 대표는 잘 이해하게 됐고, 에이전시의 수수료 문제만 없다면 국내 중소기업들도 얼마든지 좋은 제품을 수출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춘근 대표는 절대 비싸지 않은 가격에 질 좋은 품질을 앞세우기로 결심했다. 양말 등 공산품의 경우 중국산이 미국에서 대부분 점거하고 있다. 그가 처음 미국 뷰티샵을 방문했을 때 점주들은 중국산 양말을 보여주며 한결같이 ‘이렇게 만들면 절대 안 된다’는 당부를 했다. 

포천섬유의 양말이 중국산과 비슷한 가격대이지만, 품질면과 중간 수수료가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교할 수 없었다. 월등한 품질을 목격한 현지 점주들은 에이전시를 통하지 않고 윤춘근 대표에게 직접 주문을 하는 것으로 직거래를 하고 있는 추세다. 

생각지도 못 한 호재 속에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윤춘근 대표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포천 관내 소기업들과 ‘잘 되는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 그는 포천시로부터 기업현황목록을 제공받아 현지에서 원하는 물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방문하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았다. 해당 공장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가동을 하지 않았지만, 윤춘근 대표를 통해 다시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어 일면식이 없어도 언론 기사를 보고 자신에게 연락하는 사람들과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윤춘근 대표가 ‘나눔’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포천시각장애인협회과 포천노인회, 보훈단체 등 봉사단체 활동과 기부를 오랫동안 실천하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금전이든 물품이든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주는 삶을 보람으로 삼고 있는 그는 지역 업체들과의 협업이 장기간 지속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윤 대표는 포천독수리유격대기념사업회 회장을 역임하고 포천시 재향군인회 회장을 역임했고 포천보훈단체 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있다.

올해 계획에 대해 윤춘근 대표는 “올 가을에 미국을 한 번 더 방문할 생각입니다. 요즘은 일이 많아 너무 즐겁습니다. 그러나 감당하지 못 할 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양말과 장갑 등과 같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집중하고 나머지 것들은 차근차근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만약 내가 잘 못 되기라도 한다면 나를 믿고 의지하는 주변 분들도 따라서 무너질 수 있죠. 차차 포천섬유가 포천시에 수출역군으로 기여 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