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에 시작된 제21대 국회에서는 유난히 많은 초선이 대거 입성했다.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에서 초선의원이 무려 151명으로 50.3%에 해당한다. 이는 제17대 국회의원의 62.5% 다음으로 높은 수치이다. 본지에서는 올 한해 출신별로 이색적이거나 자신만의 전문성을 지닌 초선을 선정, 집중적으로 인물을 분석한다. 

초선이지만, 중진 같은 인지도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등장에서부터 파란을 일으켰다. 서울 광진을에서 오세훈 전 시장을 누르고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11살 연상인 조기영 시인과 결혼을 한 것으로도 이목을 끌었다. 경희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뒤 2004년 KBS 30기 공채 아나운서도 입사했다. 차분한 어투와 정갈한 외모로 ‘무한지대 큐’, ‘생로병사의 비밀’, ‘국악한마당’, ‘소비자 리포트’ 등 다수의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러던 그녀는 2017년 사직을 했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저서인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주제로 한 북콘서트의 진행을 맡았다. 대선 캠프에 영입된 뒤에는 중앙선대위 공보단 대변인의 맡으면서 존재감을 키우기 시작했고, 문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했다. 하지만 그녀는 직접 정치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통감, 결국 총선출마를 결심했다. 

고 의원이 화려하게 정치계에 입문하고, 문재인 정부의 수호에 적극적으로 앞장 서기 시작하자, 야당으로부터 공격도 적지 않게 받았다. 올해 1월, 고민정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에 ‘조건부 출마’를 밝힌 오세훈 전 시장을 공격하자,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고 의원을 ‘후궁’에 비유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야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난 이번 사건으로 결국 조수진 의원을 사과를 해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의원은 고민정 의원을 향해 ‘파블로프의 강아지처럼 반사적으로 오세훈 후보를 때린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당시 그녀는 “어떤 모멸감과 비난이 있어도 꿋꿋하게 견뎌내고 버티는 게 국회의원의 소명이라고 다짐했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선거 운동을 하던 중 지지자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던 모습도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야당에서는 ‘권력 말고 (박원순 전 시장의) 피해자 위해 눈물을 흘려라’, ‘낯 뜨겁고 민망하다’, ‘최악의 감성팔이’라는 힐난을 들어야 했다. 

특히 고 의원은 ‘피해호소인 3인방’으로 낙인찍혀 박영선 캠프에서도 하차하는 일을 겪어야만 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재 고민정 의원은 꾸준히 입법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녀는 두 자녀의 어머니 답게 아동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이것이 입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20년 7월,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입법 간담회’를 개최하고 실질적인 법의 개선방향을 모색했다. 또 민주당 내에 ‘우리 아이 함께 키우는 의원 모임’의 실무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 모임은 양육의 사회적 책임, 국가적 책임성을 중장기이고 다각적인 대안마련을 위해 결성된 것이다. 하지만 입법 활동이 꼭 아동분야만은 아니다. 올해 1월 그녀는 조정식 의원과 함께 산업디지털전환촉진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산업데이터의 권리를 정의하고 산업데이터, 인공지능 등 지능정보기술의 활용을 촉진,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법안이다. 

고민정 의원은 그 어떤 초선의원보다 인지도가 높고 열혈 지지층도 많지만, 아직 ‘정치인 고민정’으로서의 영향력이 그리 강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향후 보다 많은 입법활동에 노력하고, 전략가적 기질을 통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진짜 정치인’의 모습을 만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가로서의 실력 발휘

서울 서초갑에 당선된 윤희숙 의원은 2020년 8월 개최된 국회 본회의에서“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한 5분 연설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무엇보다 이 연설은 본회의에서 윤 의원의 공식적인 첫 연설이었다. 그녀는 임대차보호법의 시행으로 인해 전세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후 그녀의 발언을 지지하는 반응들이 이어졌고 “속이 뻥 뚫린다”, “이제야 제대로 한다”, “국토부 장관으로 보내야 한다” 등의 지지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SNS에서 “옮다고 생각한 바를 이야기했을 뿐인데, 많이 공감해주셔서 조금은 놀랐다”는 반응을 올리기도 했다. 

윤 의원이 이러한 예견과 연설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시간 경제를 연구하고 현장에서 활약해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경제학 박사이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복지·재정 연구부장을 거친 경제통이다. 그런데 그녀의 발언은 학자차고는 좀 센편이다. 예를 들어 “4년 동안 별의별 꼴을 다보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경험한 국민들은 이제 신물이 난다. 제발 상식적으로 좀 살자”, “(고민정 의원을 향해) 정신상태가 걱정된다”는 등의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윤 의원이 가지고 있는 열정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 윤 의원은 2020년 12월에 이뤄진 야당의원들의 필리버스터에서 12시간 47분으로 신기록을 세웠고 당시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녀는 KDI 재직 시절부터 정치 쪽의 제안을 적지 않게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연구직이 자신에게 딱 맞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편을 드는 일’이 달갑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보면서 자신이 아무 편도 들지 않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생각이 들었고 ‘과연 나라가 제대로 가고 있는가’라는 생각에 정치에 뛰어 들게 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윤 의원은 탄탄한 경제학적 지식으로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단순한 고함지르기나 말싸움이 아닌, 경제적 논리와 이론을 가지고 대응을 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향후 윤희숙 의원은 당내에서도 기대하는 바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전문가’라는 입지가 그녀에 대한 평가를 더욱 공고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그녀의 정치적 미래가 매우 밝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다만 윤 의원의 비판의 강도가 다소 도를 넘는 경우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사람들이 ‘갈라치기’를 한다면서 “20대부터 이런 것만 연구한 사람들이다”라는 한 인터뷰의 내용은 다소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더구나 향후 국내 경제가 심하면 ‘국가부도에 처할 수도 있다’는 내용도 다소 너무 앞서 나간 내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야당 내에서 윤희숙 의원만큼의 전문성을 가지고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도 드문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향후 윤희숙 의원의 활약은 더욱 세지고,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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