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남북관계의 핵심적인 변수는 ‘북한과 미국의 협상’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진짜 복병은 중국일 수도 있다. 최근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마찰을 빚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그 와중에 중국은 북한과 더욱 밀착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격한 대립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과 하나의 몸인 남한’과 북한 간의 평화모드를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남북평화의 문제에서 중국의 영향력과 미래에 대해서 알아본다.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2019.06.)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사진=CCTV 화면 캡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2019.06.)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사진=CCTV 화면 캡쳐)

2018년 이전에는 소원한 상태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에 대화를 위한 신호를 보냈다. 그는 지난 6월 17일 ‘전원 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최근 들어 ‘대화’를 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전문가들 역시 ‘대결보다는 대화에 방점이 찍혀 있으며 이는 미국과의 협상을 의미한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북한이 먼저 대화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그간의 강경한 태도에 비춰본다면 지나치게 갑작스러운 변화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여전히 중국과 밀착 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발표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분석 자료는 향후 북한과 중국이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다시 시작한다면, 그 전에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중국을 방문하거나, 혹은 북-중 간의 고위급 교류가 먼저 이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이러한 말과 행동은 ‘미국과 대화를 원하지만, 그렇다고 중국을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현실에서 가능한 일일까?

사실 미국이나 중국과의 관계에서, 남한과 북한의 입장은 매우 유사하다. 남한이 ‘중국이냐, 미국이냐’라는 양자택일을 강요받으면서 계속해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 같이, 북한 역시 ‘미국과 대화할 것인가, 중국의 눈치를 볼 것이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은 같은 사회주의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지금만큼이나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중국은 지난 2018년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해 왔고, 세계적인 차원의 대북제재에도 참여해왔다. 따라서 북한은 심각한 고립상태에 처해왔으며, 중국에서 먼저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소강상태’라고 해야 정확하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2020년 1월 북한은 중국 관광객의 북한 입국을 전격적으로 금지했다. 이로써 북한과 중국 간의 거의 모든 교류와 협력은 일시에 중단되고 말았다.

하지만 중국과 북한은 자신들의 상황에 따라 서로를 원하는 처지가 되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갈등이 하루가 다르게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중국은 자신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일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가치가 큰 북한을 보듬어서 미국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북한도 중국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극심한 식량난까지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남한과 미국과 대화를 할 필요성이 있지만, 무작정 혼자서 나서기에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통해서 믿을 수 있고 든든한 ‘뒷배’를 원한다는 이야기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은 더 이상 미사일 실험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비핵화에 대한 국제적인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입지가 더욱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정말’ 한반도 평화를 원할까?

중국과 북한이 가까워질수록 한반도 평화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비록 현재 대북제재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중국은 이러한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북한을 얼마든지 지원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지금 당장 남한이나 미국과 대화를 할 필요성이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중국으로서는 ‘북한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가능하고, 남한과 미국과의 급격한 대화를 저지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오로지 중국만 믿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중국이 비핵화 입장을 견지해왔으며 대북제재에도 참여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리가 없다. 여기에 남한과 중국도 적절한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상호 이익이 크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북한 자신의 편을 들어준다고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북한이라고 해서 중국이라는 품에 안겨 일방적으로 자신의 미래 행보를 결정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어떻게 해서든 자력으로 지금의 어려움을 타개해야 하고, 그런 상황에서 가장 좋은 파트너는 역시나 경제력으로 무장한 남한과 미국일 수밖에 없으며, 더군다나 남한과는 ‘한민족’이라는 최후의 정서적인 보루까지 있다. 누군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중국보다는 차라리 남한을 택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은 가난한 제3국을 지원한 후 그 영향력을 극대화하면서 좌지우지하려는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에, 이러한 중국의 행보를 알고 있는 북한이 중국의 지원을 아무런 의심도 없이 고스란히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반면, 남한에 대해서는 충분히 상호협력이 가능하고, 심지어 우월한 위치에서 협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에 휘둘리느니, 차라리 남한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훨씬 더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공식적으로 남북관계의 개선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 속내야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이제까지 취해왔던 입장을 한순간에 바꾸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남한과 북한은 중국의 이러한 공식적인 입장을 지렛대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중국이 ‘진심으로’ 남북한의 관계개선을 원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제까지 북-남-미의 관계는 매우 지지부진해 왔다. 이런 상태라면 중국이 굳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으며 겉으로는 느긋하게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북-남-미의 관계가 급격하게 진전되고 북한의 입장이 남한과 미국 측으로 기울어진다면, 이를 중국이 과연 수수방관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때 중국이 매우 교묘한 방법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방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남한이든 북한이든 제대로 된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중국과 미국이라는 강대국을 어떻게 지혜롭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