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당대표가 지난 6월 11일부터 국민의힘 수장을 맡은 지 이제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그간 언론들은 ‘이준석 돌풍’이 한국 정치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했으며, 이로써 ‘20·30세대의 정치참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또한, 초반 이준석 대표는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는 등 매우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로 정책적인 면과 당 운영에서 파격이 있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의 지난 한 달을 되돌아보고 ‘30대 당 대표자의 미래’를 예상해본다. 

▲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당의 정체성 넘어서기 힘들 수도

최근 이준석 대표의 행보에서 매우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황교안 전 대표를 만나 ‘대선에서 힘을 합치자’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둘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단독으로 만나고 있는 사진은 꽤 인상적이기까지 했다. 과거 태극기 세력과도 연대했던 황교안 전 대표와 ‘신선한 당 대표’라는 이준석 대표가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준석 대표는 “작년에 황 대표님을 모시고 많은 것을 배웠다. 당시 당내 통합이 다소 미완이었다면 이제 그걸 완성하고 좋은 성과를 내야 할 단계”라고 말했고, 황 전 대표는 “같이 힘을 합쳐서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자”라고 말했다. 

언론에서는 이를 ‘실용 행보’, ‘양 날개 전략’이라고 칭했고, 또 이준석 대표는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면 누구든 만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일견 그의 의견은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정말로 국민의힘이 황교안 전 대표까지 껴안으면서 하나가 될 수 있을까에는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이제 이준석 당 대표의 당선으로 인해서 20·30세대에게 어필을 하기 시작했고, 외연을 넓힐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모멘텀을 확보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과거 강경보수 세력이 힘을 합친다면, 그것은 오히려 지금의 모멘텀을 잃어버릴 수도 있게 된다. 

더 나아가 홍준표 의원도 복당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당에서 배제되었던 사람을 다시 당으로 들이는 것은 겉으로는 ‘단합이자 화합’으로 비칠 수는 있겠지만, 홍준표 의원의 막말은 또다시 당을 분열 상태로 몰아갈 수도 있다. 여기에 최근 이준석 대표는 김구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만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물론 막 당 대표가 된 상태에서는 누구든 만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가 있다. 그러나 누군가를 만나거나 특정 묘소를 간다고 해서 ‘현실정치의 해법’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이벤트’일 수는 있겠지만, 진정한 ‘솔루션’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또한, 설사 이준석 대표가 다소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의힘이라는 당의 정체성을 벗어나는 것은 힘겨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수술실 CCTV와 차별금지법이다. 

우선 차별금지법의 경우에는 입법 논의만 해도 무려 14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야당은 이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으며, 이는 이준석 대표도 마찬가지다. 과거 이준석 대표의 거침없는 발언과 보수당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정책을 내놓았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사회적으로 합의가 충분하지 않으며 아직 시기상조다”라는 그의 발언은 군색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수술실 CCTV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국민 10명 중 8명이 CCTV 설치를 찬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의사들조차 “CCTV를 단다고 해서 의료 행위가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상황이며, 심지어는 “의료사고를 대비해 차라리 당당하게 CCTV를 다는 것이 낫다”라고 말하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역시 이준석 대표는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CCTV를 선악 구도로 가면 안 된다’라는 명분으로 입법을 주저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보수당의 논리로서, 이준석 대표 역시 당의 정체성을 따를 수밖에 없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사진=국회기자단 제공)
▲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사진=국회기자단 제공)

경선 버스, 제 시간에 출발할까?

또한, 이준석 대표가 말하는 ‘능력주의’가 과연 진정한 공정이냐는 점에서도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그 역시 좋은 환경에 자랐으며, 그 덕으로 하버드대학까지 나온 사람이 ‘능력주의’를 외친다면 과연 진정성이 있겠느냐는 점이다. 특히 ‘능력으로 승패를 가른다’라는 것은 일견 매우 공정해 보이지만, 지금과 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능력주의란 곧 또 다른 승자독식의 구조를 공고히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미 수십 년간 경쟁에 기반한 능력주의로 인해 지금의 양극화가 생겨났다. 

무엇보다 애초 당 대표에 당선된 것 자체가 ‘돌풍’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견해도 있다. 당 대표로 당선될 때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은 42%였다. 하지만 나경원 후보(31%), 주호영 후보(14%), 조경태 후보(6%), 홍문표 후보(5%)를 모두 합산하면 56%에 달한다. 결국, 당 대표 후보에 당내 기성세대가 많아서 이준석 후보가 당선된 것이지, 객관적인 의미에서 민심과 당심이 이준석 후보에게 완전히 쏠렸다고 보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에게는 대선과 관련해서 또 하나의 큰 난제가 앞에 놓여 있다. 바로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것이다. 이미 이 대표는 여러 차례 ‘경선 버스 정시 출발론’을 공언했다. 그의 입장은 매우 확고하지만, 윤석열 전 총장이 버스 시간표에 맞춰서 입당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꽃가마’를 타고 야당의 대선 제1후보로 나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특히 윤 전 총장이 말한 ‘압도적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자신이 먼저 고개를 숙이면서 국민의힘에 들어가 다른 야당 후보들로부터 검증을 받고 서로 격렬한 공방을 주고받는 일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윤 전 총장이 계속해서 외곽에 머무를 경우 이준석 대표는 난감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윤 전 총장은 현재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가장 유력한 여당의 대권 후보인 이재명 지사를 오차 범위 밖에서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방관하면서 자체적으로 ‘경선 버스’를 출발시켰다가는 당내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와서 이 대표가 ‘정시 출발론’을 포기하기도 힘든 상태이다. 따라서 그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 난제와 같은 대선 후보 문제 때문에 더욱 골치 아픈 순간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급부상한 야권의 대선후보인 최재형 감사원장 역시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단 감사원장을 중도 사퇴한 그가 곧바로 특정 정당에 입당하게 되면 그 역시 중립성에 대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을 것이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준석 대표의 출발은 ‘돌풍’이었지만, 그의 행보는 그 돌풍의 힘이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나라의 시스템이 한꺼번에 바뀔 수 없듯, 당 대표 한 명이 바뀐다고 해서 당의 정체성과 기본적인 성향이 그리 쉽게 바뀌지도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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