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문제는 꽤 ‘오래된’ 이야기다. 물론 본격적으로 합당 이야기가 나온 것은 지난 3월이지만, 양측의 공방이 지루하게 이어진다는 점에서 피로함이 더해지고 ‘합당은 도대체 언제 되는 거냐’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합당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합당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심지어 대선이 있는 내년 3월까지 계속해서 합당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 당명 변경을 두고 또다시 합당 논의가 불발되고 있는 양측의 논의를 살펴보고 합당을 전망해 본다.

▲  국민의당 안철수 당대표와 국민의 이준석 당대표(사진=국회기자단 제공)
▲  국민의당 안철수 당대표와 국민의 이준석 당대표(사진=국회기자단 제공)

■ 양두구육…거친 비난 쏟아져

지난 3월 서울시장 선거를 위한 유세 당시, 안철수 대표는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가 되면 국민의힘과 합당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합당의 이유에 대해서는 범야권의 대통합을 추진함으로써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합당의 명분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무성 전 대표 역시 최근 의원들의 모임에서 “야권통합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만약 합당이 되지 않을 경우, 내년 대선 가도에서 혼선이 빚어진다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윤석열 전 총장의 입당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까지 합당이 되지 않으면,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야권의 강력한 중심으로서 힘을 쓸 수가 없게 된다. 대통령 후보들이 난립하게 되고 대국민 메시지가 단일화되지 않으면 선거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이지 않을 수 없다.

최근의 합당 논의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당명 변경’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합당을 하면서 당명을 바꿀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식당 잘되고 있는데 간판을 내리나?”라고 맞서고 있고, 정진석 의원 역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젊은 엔진을 새로 장착하고 힘찬 활력을 되찾아 사기도 드높다. 젊은 당원들의 입당러쉬를 보게 되면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갑자기 당명을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과욕이다.”

현재의 분위기로는 국민의힘에서 당명까지 바꾸며 합당을 추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또 최근에는 당명 변경에 이어 채무변제, 고용 승계까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사무처는 입장문을 통해서 이렇게 밝혔다.

“합당 결의에는 찬성하나, 그 외 어떤 합당 조건에도 동의한 적 없다. 국민의당의 양두구육(羊頭狗肉·겉과 속이 다름) 행태를 규탄한다. 당명 변경, 사무처 직원 전원 고용 승계, 당 채무변제 등 합당을 볼모로 한 과도한 요구는 국민적 기대를 악용하는 파렴치한 불공정 행위이자 꼼수이다.”

양두구육은 ‘문에는 소머리를 걸어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다’라는 의미이다. 다소 심하게 해석하면 ‘사기를 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게까지 격한 말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과연 합당이 제대로 될까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물론 국민의당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양두구육의 행태라고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대기업(국민의힘)이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단가 후려치기를 하는 행태의 전형이다.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사진=국회기자단 제공)
▲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사진=국회기자단 제공)

■ 대선 가도에서의 부담스러운 문제들

 중요한 점은 현재 두 당의 합당을 추동할 만한 마땅한 계기가 없다는 점이다. 서울시장 선거라는 거대한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합당 이야기가 처음 나왔던 것은 합당에 있어서 ‘계기’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런데 서울시와 부산시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함으로써 현시점에는 굳이 빠른 합당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거기다가 의석수로만 봐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국민의힘 의석수는 최근 홍준표 의원의 복당으로 인해 103석인 데다가, 국민의당은 3석에 불과하다. 무려 100석 차이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굳이 당명까지 변경하면서 합당을 할 이유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기본적으로 국민의힘 측에서는 국민의당을 ‘내려보는’ 태도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당이 지역위원장을 공모하자 이를 비판하며 이준석 대표가 “솟값은 후하게 쳐 드리겠다”라고 말한 것이 단적인 사례이다. 우선 이 말 자체에 소를 구입하는 사람(국민의힘)의 우월적인 위치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도 그냥 합당하기에는 다소 억울한 부분이 없지 않다. 만약 당명 변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합당한다는 것은 국민의당의 존재감이 영원히 사라지는 ‘흡수통합’에 불과하다. 이것은 곧 안철수 대표의 존재감과도 연결된다. 그렇지 않아도 윤석열 전 총장이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여기에 홍준표 의원까지 가세하게 되었으니, 내부에서 안철수 대표가 내년 대선후보로 나설 수 있는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이 상태에서의 흡수통합이란 안 대표의 정치 인생을 더 짧게 만드는 일에 다름이 아니다.

따라서 국민의당은 자신들의 의견이 관철될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시점은 바로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내년 3월 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 선거라는 엄청난 정치 이벤트가 다가오게 되면, 아무래도 마음이 급해지는 쪽은 국민의힘일 수밖에 없으며,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국민의당이 좀 더 우월한 위치에서 협상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선거가 다가올수록 주변의 압박이 국민의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왜 빨리 합당을 하지 않느냐. 야권분열을 조장하느냐?”는 비난이 시작되면 이준석 대표 역시 수수방관만 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합당이 되지 않으면 그 책임은 오롯이 이준석 대표에게 향하기 때문이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당 대표자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당과의 합당이 무산되면 그 책임의 대부분을 이준석 후보가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에서 안철수 대표가 해줄 수 있는 활약까지 염두에 둔다면 비록 국회의원이 3석밖에 되지는 않지만, 결코 완전히 무시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간이 점차 흘러갈수록 합당 논의는 더 치열해지고, 더 많은 변수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안철수 대표의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달려있고, 국민의힘 측에서는 ‘야권통합이냐, 야권분열이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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