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마린(주) 강석심 회장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이제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 특히 운송 분야는 해운산업의 필수적인 토대이며 그간 국가 경제성장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지난 6월 4일 거제도에서 치러진 ‘제26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산업포장을 수상한 하나마린(주)의 강석심 회장 역시 지난 40년간 고군분투하며 대한민국의 해운업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특히 강 회장은 1970년대 중반부터 2021년 현재까지 40년 이상을 석유화학제품의 해상운송에 투신해 온 한국 케미컬 해운시장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를 직접 만나 그간의 사업 이야기와 성공비결에 관해 들어보았다. 

▲  하나마린(주) 강석심 회장(사진=데일리뉴스)
▲  하나마린(주) 강석심 회장(사진=데일리뉴스)

특수 운반은 매우 까다로운 조건 갖춰야

강석심 회장은 1970년대 중반 천우사 해운부에 입사한 후, 현 ㈜KSS의 전신인 한국케미칼해운에서 케미컬 화물 영업을 담당했고, 1970년대 말 새한해운의 창립멤버로 회사를 설립해 영업과 총무 업무까지 도맡아 신설법인이 제대로 뿌리내리도록 했다. 1987년에는 자신만의 회사를 창업하기 위해 독립, 현 하나마린 주식회사의 전신인 하나선박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이제까지 석유화학제품 등 국가 필수물자와 특수케미컬 시장의 활성화 및 연관산업과의 상생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 이번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산업포장을 수상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선 강 회장의 수상소감부터 들었다.

“제가 상을 받으리라고는 전혀 예상 못 했습니다. 지난 40년간 직원들과 함께 회사를 일궈온 큰 보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주변 지인분들의 축하 전화도 많이 받았는데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특히 저희는 일본, 중국 선주들과 같은 바다에서 경쟁하며 국가 기간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산업의 주춧돌 역할을 해왔습니다. 한국을 중심으로 일본, 중국을 연결하는 동북아시아의 해상운송 인프라스트럭쳐의 역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물량이 많을 경우에는 선박 한 척이 한 달에 11번씩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직원들과 열심히 회사를 운영하고 그 결과 국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강 회장은 창업 당시 한 척의 중고선과 10명의 육상직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총 26척에 육상직원은 50명, 해상직원은 무려 330명에 달하는 중견 선사로 발전했고 현재 내항 화물 운송시장에서 운송 중인 물동량은 연 약 40만 톤, 외항시장에서는 그 몇 배에 달하는 물동량을 운송하고 있다. 특히 그는 석유화학산업과 그 해상운송 시장을 오랫동안 선도하며 장악해 온 일본으로부터 선진화된 기술과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배우고 익혀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집중해왔다. 더 나아가 한일간의 특수 케미컬 운송시장에서도 일본의 선도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운송사업은 매우 위험하고 다루기 까다로운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운송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나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특수 케미컬 제품들은 그 관리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말합니다. 항해 중 온도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하고, 산화나 중합반응 같은 변질 방지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또 독성화물과 그 가스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밀폐 관리된 상태에서 모든 화물 작업을 실시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요구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설비가 있어야함은 물론이고 선원들도 높은 수준의 숙련도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현재 하나마린은 동북아시아 석유화학제품 운송시장의 특성상 국내뿐 아니라 일본 시장에서도 매우 높은 평판을 얻고 있으며 일본의 주요 상사들과 정유사, 석유 화학회사들을 주요 거래처로 두고 있다. 주요고객은 일본기업인 미츠이(MITSUI), 미쯔비씨(MITSUBISHI), 스미토모 (SUMITOMO) 상사 등과 국내기업으로는 LG, 롯데, 삼성, GS 등이 있다. 

▲ (사진=하나마린 제공)
▲ (사진=하나마린 제공)

‘사회에 공헌하는 해운회사’ 지향

이러한 고난도의 사업을 수행하기까지 강 회장의 탁월한 사업능력이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해운업 자체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와 통찰력이 전제되어야 했다. 그는 2010년 서울대학교 해양정책 최고 과정을 수료하고 그간의 생각과 한국 해운산업에 대한 통찰을 담은 논문을 썼으며, ‘해양수산부장관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논문은 일본의 해운인들도 스스로 번역을 해서 볼 정도로 그 수준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렇게 지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해운업계의 가장 큰 어려움인 선원 문제의 실질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에도 앞장서왔다. 외국인 선원 공급제도를 지원하고 해당 제도 정착을 이끌어 온 것은 물론이고 외국인 선원의 수준 향상, 안정적인 근무, 안전의식과 안전활동 및 교육 강화, 선원의 양성과 교육, 선원 면허제도 관리 강화, 내항선에 승선할 외국 선원의 교육기관 설립 등 소프트웨어적인 면의 개선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개선 활동에 참여했다. 최근까지는 국립 인천해사고등학교 학교운영위원장을 맡아 선원 양성의 뿌리 단계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왔다. 

다만 강 회장은 정부의 정책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다소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은 특유의 특수성, 다양성, 개방성이 있습니다. 선박의 종류도 매우 많아 각각의 특수성이 있으며, 업종의 개방적 성격 때문에 빠르게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국제간 경쟁에 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이해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본, 중국 등 외국 선주와의 경쟁에서도 불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정부는 대형선 위주의 정책을 많이 지원하기 때문에 저희와 같은 중소형 선사 같은 경우에는 좀 답답한 감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겪은 실무상의 각종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규제와 업무 절차의 개선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왔다. 2000년대 초반 일부 외항선사가 대안도 없이 제기한 ‘내항 선사들의 일시자격변경 후 외항 구간 운송에 대한 전면 폐지안’이 공청회도 없이 입법 추진되었던 것을 문제를 제기해 막아낸 경우도 있다. 또 강 회장은 사회공헌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 회사는 설립 그 자체에 사회공헌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나마린의 미션은 ‘창조적 사고로 회사를 발전시키고 사회에 공헌하는 해운회사’이며 비전은 ‘특수화물 운송의 차별화로 시장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해운회사’입니다. 이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합니다.”

그는 직원들 간의 소통에 무척 심혈을 기울이며 이를 ‘밀착경영’(Close Management: Close Monitoring, Close Education & Training, Close Communication의 3C Policy) 으로 부르고 있다. 매주 금요일에는 전 직원이 화상회의를 통해 회사의 내부 상황을 주고받으며, 특히 안전사고 등에 대한 경각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하나마린(주) 강석심 회장과 직원들(사진=데일리뉴스)
▲  하나마린(주) 강석심 회장과 직원들(사진=데일리뉴스)

현장에서는 명분보다는 실사구시(實事求是) 스타일

그는 후배들을 위해서는 자신만의 ‘자석론’을 펼친다.

“내가 상대방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받아내려고 하지 말고, 나 스스로가 자석이 되어 상대방을 끌어당길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를 주장하기에 앞서 남의 주장을 잘 들어야 하죠. 아마도 이런 부분만 잘 지켜도 훌륭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또한, 우리 회사 역시 앞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되어서 이제까지 사회로부터 받은 것들에 대한 감사를 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강 회장이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방식은 어떤 스타일일까? 함께 일하는 경영진들에게 물어보았다. 

“저희 회장님은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스타일입니다. 겉치레나 명분보다는 실질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핵심 본질에 집중하십니다. 그런 부분을 많이 배우게 됩니다. 또 아주 디테일한 것까지 다 알고 계시고 챙기는 스타일이셔서 처음에 직원들이 일을 배울 때는 그 보폭을 쫓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그 방식에 익숙해지게 되면 스스로의 일하는 능력이 상당히 발전할 수밖에 없습니다.(박주현 전무)”

“저는 과거 일본 해운회사에서 7년 이상 영업을 하면서 일본 상사들과 신뢰를 깊게 쌓을 수 있었고 일본 화주와의 관계에는 누구보다 자신감을 갖고 영업에 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자신감이 때로는 자만심이 되기도 하고 업무를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장님께서는 하나의 계약을 하더라도 매우 신중하고 다방면의 리스크를 많이 생각하십니다. 그러다보니 방만한 경영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 회장님께 상당히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강성구 전무)”

 

해상 운송업은 전 세계의 선주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소리 없는 전쟁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그 싸움의 한 가운데에서 우뚝 선 하나마린의 강석심 회장. 그가 초심을 유지하며 대한민국 해운업의 발전에 더 많은 기여를 해 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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