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 7월 1일부터 주택금융기관을 통해 만기가 최장 40년에 달하는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시범 출시했다/사진 데일리뉴스 DB
▲ 정부가 지난 7월 1일부터 주택금융기관을 통해 만기가 최장 40년에 달하는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시범 출시했다/사진 데일리뉴스 DB

정부가 지난 7월 1일부터 주택금융기관을 통해 만기가 최장 40년에 달하는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시범 출시했다.

만 39세 이하 미혼 청년, 또는 결혼한 지 7년 이내인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며,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주택담보대출의 월 상환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취지로 운영된다.

단,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의 담보 대상 주택가격은 각각 6억 원과 9억 원으로 제한된다. 최근 급등한 아파트 가격을 고려하면 대상 주택이 지나치게 한정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한편 이러한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출시는 국내만의 특이 사례는 아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근래 전 세계적인 주택가격 상승이 관찰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이미 30년 만기 상품이 일반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만기까지 고정금리‧균등분할 상환을 원칙으로 하는 데다 저금리 상품이므로 소비자로서는 매우 매력적이다.

캐나다는 주로 분할 상환 기간 25년‧만기 5년인 고정금리 상품 `25/5 FRM`을 시장에 유통하고 있다. 5년 고정금리를 25년 동안 분할 상환에 적용해 매기 상환금액을 계산한 후 이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5년이 지나면 남은 대출금을 일시 상환해 대출을 종료하거나, 남은 대출금을 재계약해 연장할 수 있다.

유럽에서도 최근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기대여명 및 은퇴 나이 연장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영국에서는 2019년 기준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57%를 차지했다.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에서는 50년, 핀란드에서는 60년, 스웨덴에서는 105년 만기를 가진 초장기 상품도 유통되고 있다.

이런 중에 우리 정부가 지난 7월 1일 만기가 최장 40년에 이르는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시범 출시한 것이다.

만약 30년 만기, 2.85%의 고정금리로 3억 원을 대출한 금융소비자가 있다면 월 상환금액은 124.1만 원이다. 이를 이번에 시범 출시한 40년 만기, 2.9%의 고정금리로 전환하게 되면 월 상환금액은 105.7만 원으로 이전보다 14.8% 감소하게 된다.

문제는 상환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은퇴 시점에 도달하더라도 여전히 상환을 계속해야 한다는 부담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월 납부 부담은 감소하지만, 상환 기간이 길어지면서 총 상환금에서 이자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게 된다. 특히 상환 초기에는 원금상환보다 이자 상환 부분이 많은 것도 문제이다. 설령 몇 년에 걸쳐 꾸준히 상환했다 하더라도 원금이 상대적으로 줄지 않으므로 중도 상환 부담은 여전히 큰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최근 급등한 아파트 가격에 비하면 대상 주택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소비자뿐 아니라,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기관으로서도 금리변동에 따른 중장기적 위험관리의 필요성이 커진다는 문제가 있다.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금리변동 위험을 금융기관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이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은 최장 35년 만기의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이는 변동금리형 상품이므로 금리상승에 따른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이번 출시된 40년 만기 상품은 고정금리 방식이므로 시중금리 상승 시 그 부담을 은행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역으로 시중금리가 하락하더라도 금융소비자가 조기상환을 하면 은행으로서는 예정된 현금흐름보다 지나치게 일찍 현금을 상환받아 저금리로 재투자해야 한다. 역시 조기상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금리가 상승하든 하락하든 시중은행 입장에서 위험관리의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이다.

이에 따라 해당 상품이 향후 중장기적으로 국내 주택시장 및 은행 재무 건전성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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