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동남아 항로 컨테이너 해상운송 선사들이 운임을 담합함으로써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 5월 해당 선사들에게 과징금 납부 명령과 고발 조치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사진 HMM 제공
▲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동남아 항로 컨테이너 해상운송 선사들이 운임을 담합함으로써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 5월 해당 선사들에게 과징금 납부 명령과 고발 조치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사진 HMM 제공

해상운임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관세물류협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7월 16일 기준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 지수(SCFI)는 4054.42, 중국 컨테이너운임지수(CCFI)는 2771.54였다. 발틱운임지수(BDI) 역시 7월 15일 기준 3073을 기록했다. SCFI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BDI 역시 10여 년 만에 최고치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 사태 이후 급증한 물품 수요에 더해 항만 병목현상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아 전 세계 공급망에 심각한 정체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업계로서는 해상운임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해운업계 입장에서는 실로 오랜만에 맞는 호황이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한국-동남아 항로 컨테이너 해상운송 선사들이 운임을 담합함으로써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 5월 해당 선사들에게 과징금 납부 명령과 고발 조치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HMM, SM상선, 흥아해운, 장금상선, 고려해운 등 국내 컨테이너선사 등 12개 국적선사와 외국적 선사들은 각각 약 5,600억 원과 2,300억 원의 과징금을 단기간에 내야 한다. 이는 국내 선사뿐 아니라 외국적 선사에게도 막대한 타격을 주리라는 전망이다.

더하여 향후 외국 해운 당국과의 심각한 국제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된다. 가령, 이번 조치를 근거로 외국 화주가 한국 선주에게 부당이득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국내 선사들은 과징금 폭탄에 더해 또 한 번의 타격을 받는 셈이다.

한편, 공정위의 이번 조치가 해운업이 갖는 국제적 자유경쟁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주장도 거세다.

해운은 한 국가의 시황 예측과 그에 따른 선박 수 조절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다. 일국의 선박 건조 상황만이 아닌 세계적인 선박의 공급과 화물 수요에 의해 운임시장이 자유롭게 형성되는 자유경쟁 시장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해운업에는 `동맹`이라는 국제적 공동행위가 허용됐고, 자율적인 조절 능력이 허가됐다. 적정한 가격 형성과 양질의 해운 서비스를 지속해서 공급하는 것이 전 세계 무역의 중장기적인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UN은 1974년 3월 ‘정기선 동맹행동 헌장조약’을 공포해 이러한 공동행위를 독과점 금지법의 예외로 인정했고, 우리나라도 1978년 해운법을 통해 국내 정기선사의 공동행위에 적법성을 부여했다. 이는 공정거래법이 제정된 1980년보다 이전의 일이다.

아울러 2012년 말부터 2018년까지 아시아 역내 투입 선박량은 83% 증가했는데, 이는 동 기간 전 세계 투입 선박량 증가율이 불과 38%인 것에 비춰볼 때 지나친 공급과잉이다. 

이런 공급과잉 상황에서는 선사들이 과점을 통해 과도한 이윤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 즉,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UN 헌장 및 국내 해운법에도, 또 현실적인 측면에도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 해상운임 급등 상황은 해운업체로서는 실로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해운업체의 등에 날개를 붙여주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과연 적합한 조처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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