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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왜 유독 한국에서 중요해졌을까?
  • 기사등록 2021-09-15 11: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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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칭으로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ESG 경영을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고 있다. 투자기관 및 자산운용사들은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게 관심을 갖고 있으며, 소비자들 역시 ESG를 실천하는 ‘착한 기업’의 물건을 사는 경향이 강해졌다. 결국 ESG는 차세대 경영에 있어서 생존의 방법이자, 발전을 위한 필살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나라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이러한 ESG 경영에 대한 요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충북 진천군이 운영하는 진천몰의 감사인사와 배송지연 안내문(사진=진천몰 캡쳐)

갑질, 반기업 정서 영향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에 대한 글로벌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올해 초, 한국은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에서 전체 5개 등급 가운데 최고인 1등급을 받았다. 미국은 2등급, 중국과 일본은 3등급으로 평가됐다. 무디스 ESG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독일, 스위스 등 11개다. 1등급은 ESG 수준이 국가신용등급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정도로 높다는 의미다. 하지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정반대의 평가를 했다. ESG 평가 대상인 국내 35개 산업의 98개 기업 중 65.3%의 기업이 세계적인 평균 ESG 등급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등급의 개선 속도 역시 늦다고 평가했다. 이런 엇갈린 분석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을 향한 의지는 낮지 않다. 다만 여기에는 몇 가지 독특한 한국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한국인들은 ESG 경영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으며, 따라서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의 물건을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국민 300명을 대상으로 ‘ESG 경영과 기업 역할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했다. 조사에서 기업의 ESG 활동이 제품 구매에 영향을 주는지를 묻는 질문에 전체의 63%는 ‘영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ESG에 부정적인 기업의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하지 않은 경험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려 70.3%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런 경향은 최근 ‘돈쭐’이라는 말로 입증이 된다. 이 말은 ‘돈+혼쭐’이라는 말로, 착한 기업의 물건을 의도적으로 소비해주는 것을 말한다. 초등학생에게 무료로 피자를 준 자영업자의 가게에 주문이 폭주해 ‘돈쭐’을 당한 바 있다. 또 이번 아프간인을 따뜻하게 맞아준 진천시의 쇼핑몰 ‘진천몰’ 역시 주문이 폭주해 배달이 늦어질 것을 우려해 더 이상 상품 주문을 받지 못할 정도였다. 이렇게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돈쭐’을 한다는 말은 곧 그렇지 않은 기업에게는 ‘혼쭐’을 내겠다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은 상당수가 SNS를 사용하고, 그 전파 속도가 빠른 만큼, 기업의 ESG 관련 이슈 역시 빠르고 쉽게 서로에게 공유되는 경향이 있다. 

전통적인 기업 갑질 역시 ESG 경영의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있을 정도로 사내의 갑질이 많으며, 또 대리점, 소비자들을 향한 갑질도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특히 남양유업의 경우에는 8년째 ‘갑질 기업’으로 낙인이 찍혔으며, 기업가치 역시 4분의 1토막 난 상태이다. 이외 마켓컬리는 일용직 출퇴근 버스 유보, 근로자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고, 쿠팡 역시 김범석 전 이사회 의장이 한국인을 비하하고 외국인을 우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특히 최근에는 스타트업, IT 기업들에서도 직장 내 갑질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린딜(European Green Deal)’ 로드맵

탄소 국경세로 기업 경쟁력 약화

이러한 갑질은 소비자의 분노를 불러서 불매운동으로 번지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장기간 갑질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있으면 회사가 휘청거릴 정도의 타격을 입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갑질 역시 ESG 경영의 과정에서 하루빨리 청산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러한 갑질은 기업에 손실 비용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변화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괴롭힘 1건으로 기업에 발생하는 손실 비용은 최소 1,550만 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제조업 전체에서는 9,647억 원, 도소매업에서도 6,56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손실 비용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업에 좋지 않은 감정을 품는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ESG 경영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 반기업 정서는 유독 우리나라에서 매우 강한 경향을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올해 민간기업 109곳을 대상으로 ‘반기업정서 기업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반기업 정서가 존재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 응답 기업의 93.6%에 달했다. 체감되는 반기업 정서가 과거에 비해 어떻게 변화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심화됐다’가 42%, ‘비슷하다’가 34%를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과거보다 개선이 되지 않고, 일부는 더 심화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반기업 정서가 계속되면 기업에도 역시 피해가 가기 때문에 ESG 경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제구조 자체에서도 ESG 경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되는 만큼, 환경을 파괴하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면 무역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탄소 국경세’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규제가 제대로 마련된 국가에 수출할 때 탄소 비용만큼 세금이 부과되는 제도이다. 2019년 12월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 제로’를 선언하면서 ‘그린딜(European Green Deal)’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는 이 탄소 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무역을 위해 지출해야 할 금액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유럽연합이 전 분야에서 이산화탄소 1톤당 30유로를 과세했을 경우, 우리나라는 1.9%의 추가적인 관세율을 적용받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또 국내 기업인들 역시 약 73%가 경쟁력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 어떤 면에서 봤을 때 지금의 ESG 경영은 세계적인 트렌드에 어쩔 수 없이 맞춰나가는 부분도 있다. 이를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전담 인력도 필요하고 비용도 별도로 들어가기 때문에 근본적인 개혁을 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ESG 경영은 더 이상 무늬만 흉내 낼 수는 없는 경영의 대세이다.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이익이 줄어들고, 수출에 타격을 입어 경쟁력이 약화되면 기업은 더 이상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부에서도 더 적극적인 ESG 경영의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말 2021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친환경·저탄소 경제 전환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우수기업에는 인센티브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이제 국내 기업은 이러한 정부의 지원 아래 하루라도 빨리 더 진정성 있는 ESG 경영에 돌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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