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저렴한 가격대에 형성돼 있던 탄소배출권 가격이 최근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의 환경 관련 부담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사진 Pixabay 제공
▲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저렴한 가격대에 형성돼 있던 탄소배출권 가격이 최근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의 환경 관련 부담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사진 Pixabay 제공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저렴한 가격대에 형성돼 있던 탄소배출권 가격이 최근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의 환경 관련 부담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탄소배출권은 기후 위기 주범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서, 허용되는 총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한 뒤 기업들이 할당된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모자라거나 남은 배출권은 그 필요에 따라 관련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끔 하는 제도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탄소배출권 중 가장 많이 거래되는 2021년물 배출권(KAU21)은 9월 23일 현재 톤당 28,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 8월 말부터 한 달 가까이 유지되고 있는 올해 들어 최고 수준의 가격대이다. 심지어 9월 9일에는 톤당 가격이 30,000원을 기록했는데, 6월에만 하더라도 톤당 평균 가격이 1만 원대 중반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3개월 사이 2배 가까이 껑충 뛴 셈이다. 톤당 가격이 20,000원 내외였던 올해 초와 비교하더라도 그 상승폭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배출권 가격이 이처럼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국내 배출권 시장은 현재 제3자(배출권거래중개회사)의 시장 참여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배출권 거래시장 배출권거래중개회사에 관한 고시' 제정안이 9월 8일부터 오는 28일까지 행정예고됨에 따라, 향후 제3자의 배출권 거래 참여로 인한 해당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배출권 가격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다.

다만, 근래의 가격 상승은 이외에도 경기 회복으로 인한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수요 증가, 환경 이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며 급증하기 시작한 투기적 거래, 올해부터 새로이 시작되는 배출권거래제 3차 계획 기간에 따라 상향조정된 유상할당 비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판단이다.

마지막 유상할당 비중 상향조정에 관해 덧붙이자면, 정부는 일찍이 2018년부터 올해까지 시행된 2차 계획 기간에 특정 기업들이 경매 등을 통해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유상할당 비중을 3%로 정한 바 있다. 하지만 3차 계획 기간부터는 이를 10%로 상향 조정함에 따라 대상 기업들은 더 많은 배출권을 돈을 지불하고 사야 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배출권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아직 적지 않은 수의 기업이 탄소저감 설비 및 인프라를 제대로 구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과도하게 치솟고 있다는 데 있다. 애초 탄소배출권 제도는 산업 전반에 걸쳐 기업들의 탄소배출 감축 노력을 촉진하고자 실시한 것이지만, 이대로라면 특정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돼 그 운영에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고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이 국내 시장에서만 관찰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전 세계적인 친환경 기조와 강화되는 환경규제로 인해 탄소배출권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배출권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투기적 거래 또한 급증하고 있다. 이에 지난 8월에는 EU 역내에서도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으로 기업의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에 투자자들의 탄소배출권 거래를 제한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금융시장에서 본말이 전도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당초 환경적 목표를 위해 시작된 탄소배출권이 이제는 또다시 수익성을 노리는 투기적 집단의 사냥감으로 전락할 위험에 빠졌다. 만약 이로 인해 탄소배출권의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가격 불안정이 지속된다면, 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른 친환경적 노력 역시 그 의미가 퇴색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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