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에서 제조한 자전거들이 세계적인 사이클 대회에서 많은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이탈리아는 자전거 강국으로서 면모를 보여왔다/사진 비앙키 페이스북에서 발췌
▲ 이탈리아에서 제조한 자전거들이 세계적인 사이클 대회에서 많은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이탈리아는 자전거 강국으로서 면모를 보여왔다/사진 비앙키 페이스북에서 발췌

이탈리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전거 회사 비앙키(Bianchi)가 있다. 또 연장 없이도 바퀴를 쉽게 탈부착할 수 있는 퀵릴리즈, 기아 변속기 등 자전거 분야의 많은 혁신 제품들이 이탈리아에서 나왔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제조한 자전거들이 세계적인 사이클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이탈리아는 그동안 자전거 강국으로서 면모를 보여왔다.

그러나 그 명성이 늘 탄탄하게 유지돼온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산악용 자전거 붐은 이후로 근 20년 동안 사이클 자전거에 대한 수요를 지속적으로 감소시켰다.

또 이탈리아가 강점을 가진 알루미늄 또는 크로몰리 프레임에서 카본 프레임으로 넘어가는 전환기 역시 이탈리아 자전거 시장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했다. 카본 프레임 자전거는 제조공정이 노동집약적인 성격이 강해 이탈리아 제조사들이 대만과 중국 등지로 생산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이탈리아 내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8년, 전기자전거(E-Bike)의 등장으로 이탈리아 내 노령층에서 다시 한번 자전거 여행 붐이 일면서, 자전거 여행 강국인 이탈리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018년을 기점으로 이탈리아 내 자전거 생산량이 다시 꾸준히 상승했고, 수출량 역시 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전기자전거에 대한 EU의 반덤핑 관세 부과로 중국산 저가 제품의 유입이 차단된 것도 한 몫 했다.

2020년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사태는 또 다른 분기점을 마련했다. 밀집된 대중교통보다 안전한 출퇴근 수단이란 측면에서, 또 비교적 감염에서 자유로운 운동이란 측면에서 자전거와 사이클링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내 자전거 수요와 판매, 생산이 동시에 증가했다.

여기에 최근 전 세계, 대부분의 산업에 걸쳐 기업의 ESG 경영과 친환경적 의무 이행이 요구되고 있는 데다 각국이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이행해가면서, 지속 가능한 운송 수단으로서 자전거는 또 한차례 주목받고 있다. 또 자전거 공유 서비스도 활발해지면서, 현재 밀라노는 300여 대의 자전거 대여소를 시내 곳곳에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풀어야 할 난제도 있다. 자전거 카본 프레임과 타이어는 생산 과정에서뿐 아니라 폐기 시에도 환경오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 이에 관해 제조업체들의 연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이탈리아 내 대부분의 자전거 제조사가 프레임의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 영역에서 해외 기업들의 참여 여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자전거 폐기로 인한 오염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소재·첨단 소재 분야, 전기자전거용 배터리와 부품, IT 기반 디지털 통합솔루션 등의 영역에서도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 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관련 업계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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