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은 미국·유로 지역 등 선진국 경제가 소비와 고용이 개선되는 등 견조한 회복 흐름을 보이는 것과 달리, 신흥국 경제는 아세안 5개국(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을 중심으로 회복이 더딘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호치민 시/사진 Unsplash 제공
▲ 한국은행은 미국·유로 지역 등 선진국 경제가 소비와 고용이 개선되는 등 견조한 회복 흐름을 보이는 것과 달리, 신흥국 경제는 아세안 5개국(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을 중심으로 회복이 더딘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호치민 시/사진 Unsplash 제공

신흥국 경제가 코로나19 회복 속도에 있어 선진국에 비해 더디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22일 `최근 신흥국 경기흐름의 특징과 리스크 요인 점검`이란 보고서를 통해, 미국·유로 지역 등 선진국 경제가 소비와 고용이 개선되는 등 견조한 회복 흐름을 보이는 것과 달리, 신흥국 경제는 아세안 5개국(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을 중심으로 회복이 더딘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백신 접종률이 높은 선진국은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낮아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는 추세인 반면, 신흥국은 그러지 못해 내수가 부진하고 생산 차질로 수출이 영향을 받는 등 낮은 백신 접종률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실제로 10월 26일 기준 백신 접종률을 살펴보면, 인도네시아 24.8%, 태국 37.9%, 필리핀 22.2%, 베트남 21.6%에 불과했다. 이는 대개 60%를 넘는 선진국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오직 아세안 5개국 중 말레이시아만 73.4%의 높은 접종률을 나타냈다.

▲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아세안 5개국은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 8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아세안 5개국은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 8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아세안 5개국은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 8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방역 조치를 강화한 베트남은 인력 부족 사태로 최대 컨테이너 항구인 깟라이항 화물 입항을 한 주간 중단해야 했고, 말레이시아도 확진자 증가로 반도체 공장 가동률이 20%대까지 떨어지며 글로벌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초래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7월 15일 일일 확진자 수가 5만 7천여 명까지 치솟는 등 5개국 중에서도 현저한 폭증세를 보이며 한때 전 세계적인 우려를 불러왔다.

더 큰 문제는 이들 5개국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재정적자가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재정정책 여력이 축소됐고, 오는 연말로 기정사실화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산매입축소,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인해 완화적인 통화정책 역시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재정적자뿐 아니라 민간 부채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크게 증가함에 따라 민간부문 재정 건전성도 우려되고 있다.

더구나 국제노동기구(ILO)자료에 따르면, 신흥국의 경우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 모두 코로나19 이전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노동시장에서의 이탈 정도가 선진국에 비해 컸다. 이러한 현상은 저숙련과 고숙련직 모두에서 관찰됐으며, 특히 고용률의 경우 청년층(15~24세)에서의 감소폭이 선진국의 2배 수준이었다. 또 학교 임시 폐쇄 지속, 원격 교육 서비스 여건 미비 등으로 향후 청년층·고숙련 근로자의 노동시장 유입이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판단이다.

신흥국 대부분이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높은 물가상승률을 지속하는 것도 문제였다. 일반적으로는 경기가 부진하면 물가 역시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선진국의 빠른 경기 회복세로 인한 세계 수요 증가, 신흥국의 생산 차질로 인한 공급 부족, 전 세계적인 에너지 및 식품 가격의 상승 등으로 인해 물가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었다. 

이에 브라질, 러시아 등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올해 2월부터 꾸준히 정책금리를 인상해 왔다. 브라질은 올해 2월 2%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9월 23일 6.25%까지 올렸고, 러시아는 올해 2월 4.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9월 10일 6.75%까지 올렸다.

한편 신흥국 내에서도 경기 회복세는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러시아 등 자원수출국은 선진국으로부터의 원자재 수요 증가와 최근 급등한 국제원자재 가격에 힘입어 양호한 회복 흐름을 보였지만, 태국, 필리핀 등 여행서비스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는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상품수출국은 방역 조치의 빈번한 시행과 내수 부진으로 경제회복이 더디긴 하나, 선진국으로부터의 상품 수요 증대로 수출은 양호한 편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의 경우 회복세가 가속화되며 2022년경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GDP 추세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신흥국의 경우는 2024년까지도 코로나19 사태 이전 GDP 추세를 상당한 수준으로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 역시 동남아시아 5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의 재정 및 통화정책이 제한되는 만큼, 이들 국가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이들 국가의 경기회복뿐 아니라 성장잠재력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전 세계 병목 현상 역시 장기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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