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장되는 가운데, 이들이 거둔 수익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일괄적으로 과세를 하는 방안이 최종 합의됐다. 이번 합의는 두 가지 핵심의제(필라)로 구성됐다. 고정 사업장과는 무관하게 시장이 있다면 새로운 과세권 배분 기준에 따라 해당 국가에 세금을 내게 하는 필라 1과,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최저한세를 적용하는 필라 2가 그것이다/사진 Pixabay 제공
▲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장되는 가운데, 이들이 거둔 수익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일괄적으로 과세를 하는 방안이 최종 합의됐다. 이번 합의는 두 가지 핵심의제(필라)로 구성됐다. 고정 사업장과는 무관하게 시장이 있다면 새로운 과세권 배분 기준에 따라 해당 국가에 세금을 내게 하는 필라 1과,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최저한세를 적용하는 필라 2가 그것이다/사진 Pixabay 제공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장되는 가운데, 이들이 거둔 수익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일괄적으로 과세를 하는 방안이 최종 합의됐다.

특정 국가 내 물리적 사업장이 없더라도 해당 국가에서 디지털 서비스 사업 등을 통해 매출이 발생했을 경우 세금을 부과하는 '디지털세'가 10월 8일 OECD IF(Inclusive Framework, 포괄적 이행체계) 13차 총회에서 136개국의 동의를 얻어 마침내 최종 합의에 이른 것이다.

국제 조세 원칙상 법인세는 고정 사업장이 있는 곳에 부과하는데, IT 기업은 서버 소재지를 고정 사업장으로 간주한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서버 소재지와는 무관하게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 어디서든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이들 IT 기업은 저세율 국가에 서버를 놓은 뒤 온라인 광고, 데이터 판매 등 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고세율 국가에서 매출을 올리더라도 달리 세금 의무를 지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체계적인 국제적 합의가 부재해 이러한 소득 이전 행위를 규제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사업을 영위하는 국가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서는 과세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국제적 동조 하에 디지털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고, 마침내 이번에 최종 합의된 것이다.

이번 합의는 두 가지 핵심의제(필라)로 구성됐다. 고정 사업장과는 무관하게 시장이 있다면 새로운 과세권 배분 기준에 따라 해당 국가에 세금을 내게 하는 필라 1과,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최저한세를 적용하는 필라 2가 그것이다.

먼저 필라 1은 다국적 기업의 고정 사업장이 부재하더라도 매출이 발생하는 시장이 있다면 시장소재국의 과세권을 인정하는 법안이다. 과세 대상이 되는 기업은 매출액 200억 유로, 이익률이 10%를 초과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시장소재국은 10%를 초과하는 이익의 25%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시장소재국이 다수라면 매출 비중에 따라 배분율이 정해진다.

본래 디지털세는 구글, 애플 등 다국적 IT 기업을 목표로 한 법안이었다. 하지만 논의가 진행되면서 최종 합의안에서는 산업과는 무관하게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세 대상 기업을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금융, 석유, 광업 등 일부 업종은 제외됐다.

협정 발효 시점은 2023년 12월부터이며, 시행 7년 후에는 매출 100억 유로 이상 기업으로 과세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개별국이 시행하던 비슷한 내용의 디지털 서비스세는 법안 발효 전까지 도입이 금지된다.

필라2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법안이다. 각 나라의 법인세 비율이 다르다는 사실을 이용해 다국적 기업이 낮은 세율 국가로 사업장을 옮겨 저세율을 적용받는 경우를 막고자 글로벌 최저세율로 15%를 정했다. 대상 기업은 매출액 7억 5,000만 유로 이상의 기업이다.

15% 최저한세율은 소득산입규칙과 비용공제부인규칙에 기반한다. 소득산입규칙은 다국적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특정 국가에서 최저한세율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으면 모회사가 위치한 국가에서 그 차액만큼을 모회사 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제도이다.

비용공제부인규칙은 거꾸로 모회사가 최저한세율인 15%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은 경우, 공제한 비용을 일부 부인하고 추가 세액을 자회사들에 배분해 최저한세까지 과세하는 제도이다. 비용공제부인규칙은 소득산입규칙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안전장치로서 역할한다.

다만, 해외 진출 초기 기업의 경우 비용공제부인규칙에서 5년 동안 제외되며, 최소기준인 매출액 1,000만 유로, 순이익 100만 유로 미만의 기업도 관할국의 적용에서 배제된다. 국제운송업 역시 최저법인세 대상 업종에서 제외된다. 

이번 합의안은 오는 10월 30일 G20 정상회의에서 추인될 예정이다. 추인 후 각국은 합의 발효 시점인 2023년까지 국내 비준 절차를 거쳐 실질적인 법제화를 끝내야 한다.

한편, 합의안에 대한 각국 입장은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13일 `최근 디지털세 논의 동향과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합의안 도출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에서의 갈등 양상에 따라 디지털세 합의안에 대한 국가별 비준 단계에서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은 여전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디지털세 이행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이 다시 점화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했다. 

미국의 경우, 공화당이 미국의 세수를 다른 나라로 돌리고 미국 기업의 이익을 침해할 것으로 판단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는 만큼 의회 내 비준 과정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의 경우 당초 법인세가 이번에 새로이 적용될 15%보다 낮은 아일랜드와 헝가리에서 반대가 예상됐으나 협상을 거쳐 합의를 이끌어낸 상황이다. 다만 두 국가의 경우 각국의 예외적 요청이 있었고, 이를 인정받았다.

이번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나이지리아, 케냐, 스리랑카, 파키스탄 4개국과 다른 개발도상국들은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가 다국적 기업이 이미 거대 시장을 형성했거나 법인이 소재해 있는 선진국들 간의 부의 재분배일 뿐, 그 외 국가는 이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인도, 중국, 브라질도 끝까지 합의안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의 관건은 각 국가의 실효세율에 대한 전면 공개이다. 다국적 기업이 모회사와 자회사가 위치한 국가에 납부한 세금, 세율 등에 관한 정확한 세무 정보가 원활하게 소통돼야만 제대로 된 과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2014년 개발된 OECD 표준 모델인 공통 보고기준(CRS)에 따라 서로 간 금융정보를 교환하고 있으나, 법인 실효세율 계산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법적 절차와 다자 협약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각국에서 진행될 비준 절차 외에도 국제적 표준 확립과 법제화가 이번 합의에 참여한 모든 나라의 주요 과제이다. 더불어 이미 개별 국가 차원에서 시행하는 디지털 서비스세를 얼마나 원활히 새로운 합의안으로 전환할 것인지도 각국이 풀어야 할 난제이다. 이에 이번 합의안이 어떤 절차를 거쳐 성공리에 이행에 이르게 될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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