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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녹색분류체계'의 허(虛)…EU와 달리 LNG발전을 친환경 산업으로
  • 기사등록 2021-10-28 03: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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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최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 및 적용 가이드안(녹색분류체계 수정안)을 관계 기관에 배포하며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해당 수정안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포함한 화석연료 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 LNG기지/사진 한국가스공사 제공

환경부가 최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 및 적용 가이드안(녹색분류체계 수정안)을 관계 기관에 배포하며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해당 수정안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포함한 화석연료 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환경부는 연내로 녹색분류체계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녹색분류체계(Taxonomy)란, 산업별로 친환경 여부를 판별하는 분류체계를 말한다. 특정 산업을 친환경 산업에 포함할지 말지를 결정해 체계적으로 분류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친환경 산업에 포함될 경우, 화석연료 산업을 축소하고 친환경 산업을 확대하려는 정부로부터 보조금 등 각종 정책 지원을 받는 것은 물론, 민관으로부터 많은 투자금을 유치할 가능성도 커진다.

 

그런데 환경부가 제시한 2021년 10월 20일자 초안을 살펴보면, "전력·열 중 하나 이상을 생산, 공급하기 위하여 액화천연가스나 혼합가스를 이용하여 발전설비, 열병합설비, 열생산설비 등을 구축·운영하는 활동"을 2030년까지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기술적인 인정 기준으로 “에너지 생산량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320gCO2eq/kWh 이내에 해당”하면 된다고 명시했는데, 현재 노후 발전소를 포함한 국내 가스발전 평균 배출량이 389gCO2eq/kWh 수준임을 고려한다면, 신형 가스발전 설비를 이용하거나 열병합발전으로 진행할 경우 신규 가스발전소 사업이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받을 여지는 충분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녹색분류체계 수립을 먼저 시작한 유럽연합(EU)의 경우에는 현재 기술 기준에서 석유·석탄 발전뿐 아니라 가스발전까지 친환경 사업에서 제외한 채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천연가스가 연소 과정에서는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으나, 생산, 가공, 운송 단계에서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시추, 생산 단계에서 16~34%, 정제, 액화 단계에서 6~10%, 운송 단계에서 2~11%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천연가스의 생산부터 최종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은 석탄발전소의 7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따라서 이대로 수정안이 확정될 경우, 온실가스 대량 배출 사업이 '친환경 산업'으로 인정받아 민관으로부터 많은 투자를 받을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의 이번 수정안은 발전소에서의 연소 시 배출량만 산정한 것이다. 발전 부문에 대해 일괄적으로 전 과정 평가를 요구한 EU의 녹색분류체계와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LNG 발전은 기존 화석연료 발전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환하는 과도기의 가교역할로서는 의미가 있다. 당장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확대가 어려운 경우, 전력 공급 부족분을 LNG 발전으로 충족하면서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추세를 고려한다면, LNG 발전도 다른 화석연료 발전과 같이 좌초자산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환경단체 기후솔루션과 영국의 비영리 싱크탱크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Carbon Tracker Initiative)가 지난해 4월 공동으로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국내에서 2034년까지 폐쇄 예정 석탄화력발전소가 LNG 발전소로 대체될 경우, 2060년까지 600억 달러가량의 좌초자산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석탄발전소가 가스발전소로 대체되지 않을 경우, 좌초자산 위험이 그 절반 수준인 300억 달러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발전설비는 대개 설치 후부터 25~30년간 가동되므로 현시점에서 신규 화석연료 발전소를 지을 경우 좌초자산 규모도 그만큼 불어나는 셈이다.


이에 기후솔루션 윤세종 변호사는 "녹색분류체계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방지하기 위해 만드는 기준인 만큼 환경 목표에 확실히 이바지하는 사업만 포함해야 한다"라면서, "한국이 앞서서 분류체계 수립에 나서고 있는 만큼 잘못된 선례가 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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