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사진=연합뉴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며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나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스텝이 꼬이고 있다. 각종 구설이 잇따르면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잦은 실언과 선대위 갈등, 부인 김건희씨 허위경력 논란 등도 원인이지만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검증을 회피하려는 태도가 중도층과 청년세대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대선의 핵심은 검증이고, 이 과정은 혹독하다. 후보 자신은 물론 가족과 친지들과 관련된 모든 것이 검증 대상이다. 검증은 주로 토론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의 최근 행보는 정권을 심판하고 권력을 되찾아오겠다는 일반적인 야당 후보의 자세와 사뭇 다르다. 통상 야당 후보는 현 정부의 실정을 공격하기 위해 토론을 요구하는 반면 여당 후보는 최대한 토론을 피하고 조직선거에 주력하는 게 지금까지의 대선 문화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8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MBC 정강정책 방송연설에서 "이 자리를 빌려 국민의힘과 윤 후보께 다시 한번 정중히 요청드린다. 국민들이 보시고 판단하실 수 있도록 주 1회 정책토론을 제안한다"며 "어떤 정책으로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누가 그런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를 국민들께 보여드리는 것이 국민의 일꾼이 되겠다는 후보의 도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현행법으로 정해진 토론 3회 이외에는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28일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중범죄 혐의가 확정적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후보가 물타기하려는 정치공세적 토론 제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야당 후보로서 취하기 어려운 태도"라며 이재명 후보의 제안을 거부했다.

▲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사진=데일리뉴스)
▲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사진=데일리뉴스)

토론과 관련된 윤석열 후보의 태도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우선 후보 토론은 최대한 많을 수록 좋다. 그래야 각 후보의 장단점을 국민이 올바로 파악할 수 있고, 언론을 통해 드러난 문제의 진실을 제대로 알 수 있다. 

둘째, 토론 회피는 공정과 상식에 반한다. 과거 선거는 돈선거이자 조직선거였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니 이를 마련하기 위해 부정한 자금조달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권력형 비리의 원천이었다. 민주주의가 숙성된 지금의 선거는 말 선거이자 토론 선거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등장도 토론배틀의 결과였다. 공정한 민주주의 선거는 토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이제는 상식인 시대다.

셋째, 토론은 단순한 말의 싸움이 아니다. TV와 인터넷으로 중계되는 토론은 정책과 신상에 대한 전면적인 검증과 비교는 물론 태도와 표정, 의상 코디 등 전체적인 모습을 통해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말 잘하는 후보가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윤 후보의 또다른 문제는 부인 김건희씨 등판을 회피한다는 점이다. 김종인씨는 "후보 부인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라는 말로 이 사안을 호도했지만, 후보 부인은 후보와 일심동체인 '1호 가족'이라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검증 대상이다. 김건희씨가 갖고 있는 의혹은 '7분 짜리 사과'로 그칠 일이 아니다. 허위경력과 이를 사용한 문제로 일가족이 풍비박산 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경우를 보더라도 보다 철저히 검증하고 알아야할 사안이다. 

윤석열 후보는 상식을 내세워 대선판에 등장했다. 민주주의 선거에서 토론은 상식이다. 후보는 양자 토론이든 다자 토론이든 회피하면 안된다. 정정당당하게 토론에 임하는 것이 후보의 올바른 자세이자 국민에 대한 예의이다. 후보 부인의 등판도 상식이다. 윤 후보가 당당한 모습으로 국민 검증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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