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만, ‘GRDP’는 다소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시도별 지역 내 총생산’으로 각 지역의 경제 수준을 짐작케 하는 지표이다. 우리나라 17대 광역시 중에서 GRDP가 115조 원으로 세 번째로 높은 곳이 바로 충남지역이다. 뿐만 아니라 수출 역시 경기도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충남이 대한민국 경제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이렇게 한 국가의 경쟁력이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에 기반한 토양이 제대로 자리잡지 않으면 안 된다. 충남과학기술연구원은 이러한 지방의 과학기술 연구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의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2021년 2월에 개원했다. 이후 충남과학기술진흥원의 전 직원들은 1년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오면서 다양한 고민과 실천을 해왔다. 창립 후 충남과학기술진흥원을 이끌어온 김광선 원장으로부터 그간의 성과와 미래의 비전에 관해 들어보았다.

▲ 충남과학기술진흥원 김광선 원장(사진=데일리뉴스 DB)
▲ 충남과학기술진흥원 김광선 원장(사진=데일리뉴스 DB)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1년

충남과학기술진흥원은 ‘도민이 행동한 과학기술사회 구현’이라는 비전을 토대로 1년 전에 개원했다. 당시 충남과학기술의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하고, 충남 산업경제의 고도화 및 새로운 기회 창출 선도, 그리고 충남의 스마트 균형성장 및 글로벌 혁신역량의 확보라는 3대 목표를 가지고 창립됐다. 창립 때부터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관심도 적지 않았고 비슷한 규모의 지자체에서도 많은 기대를 하곤 했다. 특히 김광선 원장은 진흥원을 이끌 최적의 경력과 이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한양대에서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캔자스대학교 대학원에서 기계공학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78년에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해 국방부 방위산업국에 근무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삼성항공 부장,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 한국공학교육학회 회장,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심의위원을 거쳤다. 2019년에는 옥조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김 원장은 현재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메카트로닉스공학부 명예교수이며, 미국기계학회 석학회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충남과학기술진흥원을 이끌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을 갖췄기에 지난 1년이란 짧은 기간에도 적지 않은 성과를 만들어 냈다. 

“그간 지방에서의 과학기술이란 중앙정부에서 내려온 연구과제를 매칭펀드로 해서 참여시키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한마디로 지역에 특화된 혁신 기술, 그리고 미래 발전의 동력을 만들기는 힘들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지역의 거버넌스와도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충남과학기술진흥원은 바로 이러한 기존의 패러다임에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창립되었습니다. 지난 1년간 수많은 전문가들과 충남지역의 동력산업, 미래 산업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간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실제 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또 산업화가 되기 위한 제반 여건, 즉 인력, 재원, 도민의 동의 등에 대해서도 다방면의 종합적인 검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발표된 것이 최근 1주년을 기념한 ‘충청남도 과학기술혁신 어젠다 10’입니다.”

이 보고 자료에서는 우선 ‘1주년 발자취’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 1년간 진흥원이 해왔던 일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간 진흥원은 충남지역 대학 산학 협력단장 협의회를 구성하고, 기술혁신 포럼을 출범시켰다. 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자동차연구원 등과 다양한 교류협력 협약도 체결했고 충남 분야별 사회지표에 미래산업 지표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특히 그간 각종 성장동력 발굴 및 혁신전략 수립 보고서를 34종이나 발간하고, 2022년 행안부 재난 안전 R&D 문제 해결 지원사업에 선정되고 3년간 총 20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더 나아가 지역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기관으로 지정되면서 많은 일들을 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지방 분권화를 위해

“지난 1년간 많은 고민을 하면서 10대 어젠다를 도출했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수정, 보강되어야 할 것들이 있지만, 이렇게 체계적인 어젠다를 뽑을 수 있었다는 것만 해도 저희가 해왔던 고민과 실천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향후 이에 대한 적절한 전략과 세부 과제를 도출해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면 충남의 과학기술은 물론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진흥원이 도출한 10대 어젠다는 총 5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진다. ▲지역 혁신 역량 강화 ▲디지털 및 그린 경제 가속화 대응 ▲과학기술 거점 조성 ▲ 지역혁신체계 활성화 ▲과학기술 문화 확산 등이다. 이러한 어젠다는 ‘실행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 김광선 원장의 설명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워도 실행이 불가능하고, 성과를 내는 데에 너무 긴 시간이 든다면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 1년은 충남지역의 과학기술 수준을 파악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단지 피상적인 파악이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향후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무엇이 절실하게 필요한지를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충남이 가진 힘을 확인했다고 한다. 현재 충남지역 내에는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등에 소재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있고, 2차전지 양극음극 분리막을 공급하는 회사도 있다. 또 소형 저궤도 인공위성에 대한 기술도 발전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잘 활용하면 향후 중앙정부와의 협업에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진흥원의 활동이 중요한 것은 이제까지 지방의 과학기술 활동이 지나치게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되어 완전한 지역 밀착형 과제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 의해서 지방분권이 엄청나게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유독 과학기술 분야에서만 지방 분권화가 힘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일단 ‘과학기술은 중앙에서 한다’는 인식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 심혈을 기울이지를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산의 문제도 매우 컸습니다. 예산을 중앙정부에서 받다 보니 지방에서 자체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여지가 크게 부족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5년 전에 부산에서 한번 시도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너무 앞서 나간 탓에 잘 정착되지 못했고, 이제 저희 충남과 대전 지역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과학기술 지방 분권화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대전의 경우 ‘과학 부시장’까지 둘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충남 역시 진흥원을 중심으로 중앙정부와의 쌍방향 소통 창구를 만들고 이를 다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충남지식산업센터 조감도(사진=충남도)
▲ 충남지식산업센터 조감도(사진=충남도)

미래를 위한 탄탄한 계획
특히 충남과학기술진흥원의 창립은 중앙정부에도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제까지 생각지도 못했는데, 지방에 진흥원이 설립되자 이제는 ‘파트너’로서 대우를 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미래전략포럼’을 과기부와 함께 만들어 힘을 쏟고 있다.

김광선 원장은 이러한 다양한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이미 알차게 계획을 세워놓았다. 

“처음 생긴 조직을 이끌어왔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나름대로는 성공적이었다고 자평을 해봅니다. 최소한 앞으로 전진할 바탕을 만들어 놓았고, 초기에는 인원이 너무 적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충원을 해 놓았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4~5년을 일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조직이라는 것도 결국은 생명체와 같습니다. 계속 움직이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향후 미래의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순발력 있게 대응해야 합니다. 경직되지 않는 시스템으로 더욱 강해지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제 임기 내에 이루고 싶은 목표입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나라의 미래 경쟁력과도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제까지 한국은 수출주도형 경제를 발전시켜왔고, 여기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바로 ‘빠른 추격자’의 역할이었다. 재빨리 모방하고 벤치마킹해서 기술 수준을 높여왔던 것이 한국 경제 발전의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빠른 추격자’의 역할만으로 수출주도형 경제를 이끌어가기에는 부족한 시대가 되었다. 수출을 한다는 것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가격이 싸다고 수출이 잘 되는 것도 아니고, 또한 이미 우리나라는 인건비가 높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한 제품을 만들기에도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혁신적인 기술로 새로운 제품, 최고의 제품을 끊임없이 만들어야만 한국 경제가 유지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혁신을 요구받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충남과학기술진흥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지방에서부터 불붙는 과학기술의 혁신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광선 원장이 이끄는 진흥원의 활동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100년지대계’를 준비하는 소중한 과정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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