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쏘아 올린 최초의 우주선은 바로 1957년 옛 소련이 우주로 보낸 스푸트니크 1호 인공위성이다. 이후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에도 우주를 향한 열망은 끊이지 않았다. 첨단기술 개발과 새로운 자원 확보 측면에서 우주탐사 필요성은 점점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주에 관심이 높은 미래 세대를 위해 수십 년의 장기 계획과 투자는 필수가 되고 있다.

지난 10월 21일, 우리나라도 우주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최초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시도했다. 발사는 성공적이었지만 위성 궤도 안착에는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낙심하기는 이르다. 오는 6월 15일, 누리호의 2차 시험발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1톤 이상 발사체를 자력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나라는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뿐이다. 우리나라가 이 반열에 올라 발사체를 순수 자체 기술로 쏘아 올리는 일곱 번째 국가가 될 수 있을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상률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상률 원장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상률 원장 

Q. 지난 2021년 3월부터 임기를 시작하셨으니, 이제 딱 1년 임기를 지내신 것 같습니다. 우선 그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원장에 취임하면서 임기 첫해 동안 내부혁신 시스템을 구축하고 패러다임의 전환, 국제경쟁력 확보와 미래 대비,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방향 아래 기관을 운영했습니다. 

우선 대형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기관 차원의 지원을 실질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 연구원은 주로 누리호, 달 탐사 등과 같은 대형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하는데 사업별로 책임자와 업무가 거의 독립적입니다. 이로 인해 여러 내부적인 갈등도 있었습니다만 국가사업의 성공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사업에 개입하는 것보다 과감하게 연구진에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기관 차원에서는 어떻게 지원해 나갈 지에 집중했습니다. 

국제경쟁력 확보와 미래에 대한 대비에도 중점을 두었습니다. 추격형에서 선도형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정부가 결정한 연구개발 과제를 실행하는 톱다운 방식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연구원 스스로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항공우주 기술, 인류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미래 기술을 먼저 발굴해 제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미래혁신기술을 연구하는 조직을 신설하여 미래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는 기반을 닦도록 노력했습니다.

기관의 체질을 개선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체질 개선에도 중점을 두었습니다. 연구개발 기관의 본령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를 창출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연구자들이 연구개발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열쇠를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연구 지원 행정입니다. 연구원 행정의 기능을 고도화하고 위상을 높여 행정 스스로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최근 행정 조직 일부를 추가로 개편하는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이러한 방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임기 시작과 동시에 원내에 3개 방향의 TF를 조직하였으며 세부적으로는 10개 이상의 TF를 만들어 개혁과제를 발굴하고 추진해 가고 있습니다.

 

Q. 언론에는 올해 8월 발사를 목표로 진행 중인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KPLO’ 개발이 진행되었다고 했는데, 현재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습니까? 

A. 현재 달 궤도선은 발사 전 최종 우주환경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열진공시험, 동적시험 등은 완료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전자파 환경시험을 수행 중입니다. 이후 태양전지판 최종 조립, 최종 점검 및 준비를 완료하고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 발사장으로 달 궤도선을 이송하게 됩니다. 

발사장에서 최종 발사 준비를 거친 후 8월 중에 스페이스엑스사의 팰컨-9 발사체로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달 궤도선은 8월 초부터 9월 초까지 발사되면 발사 일자에 상관없이 올해 12월 16일 달 궤도에 진입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달 궤도선이 차질 없이 발사될 수 있도록 항우연의 기술 역량을 모아서 철저히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Q. 달 탐사 프로젝트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달탐사사업의 의미, 기대효과 등 

A. 달 탐사 사업은 우리나라 최초로 달 궤도선을 개발하여 달에서 임무(100km 원궤도, 1년) 수행을 통한 우주탐사 기반 기술을 확보하고 검증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임무수행을 위해 달 궤도선에는 국내에서 개발한 고해상도 카메라, 광시야 편광 카메라, 감마선 분광기, 자기장 측정기 등 5개의 탑재체와 미국의 달 남극 유인착륙 후보지 검색을 위해 NASA가 제공하는 새도우 캠 등 6개의 탑재체가 있습니다. 

우주 사업은 그 특성상 국가의 과학기술 역량이 집약되어 표출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달 탐사에 성공하면 누리호 개발과 함께 우주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가 다양한 국제 우주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우주탐사는 막대한 예산과 오랜 시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국가의 역량만으로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가 달 탐사를 통해 우리의 우주 기술 역량을 과시한다면 향후 이루어질 국제 우주 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 누리호 1차 시험발사 전 발사대에 기립한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 누리호 1차 시험발사 전 발사대에 기립한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Q. 지난 번 누리호 발사에 대해 평가를 해주신다면?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고 계십니까?

A. 누리호는 목표 고도 700km까지 도달하였지만 아쉽게도 비행 속도가 부족해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투입하는 임무는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과정이 순조로워 보여도 최종 결과가 확인되는 순간까지 결코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것이 우주발사체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 모든 부품을 개발하고 첫 발사를 통해서 모든 단계를 검증하는 큰 성과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실패가 아쉽긴 하지만 단 기간 내에 실패의 원인을 아주 구체적으로 규명해 냈다는 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든 발사체를 온전히 우주로 보낼 실력을 확인했다는 점,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그 원인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 보완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점에서 우리 연구원들이 많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1차 발사 때 문제가 되었던 3단 산화제 탱크부의 보완작업을 진행하여 6월 15일 2차 발사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으며, 민간 기업이 만든 성능검증위성 및 4개의 큐브위성 등을 탑재하여 발사할 계획입니다. 발사가 성공한 이후에는 누리호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4차례의 추가 발사를 수행하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국내 기업과 함께 수행할 계획입니다.

Q. 항우연에 우주 분야 1호 엔지니어로 입사해 36년째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간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셨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A. 제가 항우연과 인연을 맺은 건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6년 천문우주과학연구소에 설립되고 우주 분야의 조직, 예산이 전혀 없던 상태에서 처음 업무를 시작하였습니다. 1989년 10월에 한국항공우주연구소가 설립되었고 우주개발업무가 항공우주연구소로 넘어오면서 소속이 변경되어 항우연 우주 분야 1호 엔지니어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1990년대 초반은 우리나라에 실용급 인공위성 기술이 전무하던 시절인데, 1993년에 다목적 실용위성 1호 개발 준비가 시작되면서 소속을 발사체 분야에서 인공위성 분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이후 고해상도 저궤도 광학위성 및 영상레이다(SAR) 위성, 정지궤도위성, 달 궤도선 등 다양한 인공위성을 개발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지금까지 개발한 실용급 인공위성 9기 개발 모두에 관여하였고 현재까지 개발된 9기 중 8기를 궤도상에서 운영 중인데 이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고 자랑스럽습니다. 특히, 다목적 실용위성 2호는 우리나라 실용급 인공위성의 기술자립을 이룬 첫 위성으로 2006년 7월 발사된 후 임무 수명 3년을 넘어 16년 이상 운영 중입니다. 

그동안 우리 연구원은 인공위성 부문만큼은 짧은 기간에 선진 수준에 올라서는 등 큰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주어진 목표만을 보느라 최근의 우주개발 패러다임 변화 등 미래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Q. 한국의 항공우주 분야는 늦게 시작되어 다소 글로벌 경쟁력은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반도체나 전자산업처럼 항공우주 분야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A. 항공우주는 각종 기술, 부품 등이 전략물자로 분류되어 국가 간 통상에 많은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려면 핵심 전략 기술 및 소재·부품·장비의 자립화를 높여 나가야 합니다. 해외 의존도가 높으면 기술 성능 향상이나 원가 절감에 많은 제약이 있고 예기치 못한 전염병이 창궐하거나 자연재해, 국제 분쟁 등이 발생할 경우 공급망 관리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부출연기관은 항공우주 연구개발을 점진적으로 미래 임무 및 선도기술 중심으로 전환해 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우주개발 범위는 우리나라 산업체 역할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면서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첨단기술, 고위험 및 기술 성숙도가 낮은 국가우주개발사업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수행하면서 미자립‧미확보 핵심기술의 자립화는 대학의 기초 연구 역량과 산업체의 설계‧제작 등의 능력을 키우는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앞으로도 예산과 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좀 더 공격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우리나라의 우주 R&D 규모가 역대 최대 규모가 되었지만 여전히 우주 선진국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202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우주 예산은 미국과 38배, 중국과 10배, 일본 및 독일과 4배, 인도 및 러시아와 3배가량 차이가 납니다. 주요 우주 전문기관의 연구인력 또한 미국(NASA) 17,894명, 인도(ISRO) 17,099명, 유럽우주기구(ESA) 2,381명, 그리고 일본(JAXA) 1,558명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KARI)는 약 1,000명에 불과합니다. 우주개발을 시작한 시기 역시 선진국에 비해 수 십 년 정도 늦습니다.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려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국가 우주프로젝트가 가동되어야 합니다. 우주개발은 핵심 전략 기술로서 국가적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또한, 인공위성 등을 주기적으로 발사해야 하는 등의 지속적인 특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우리 정부가 주로 인공위성이나 우주발사체 분야에 집중해 왔으나, 앞으로는 달 탐사와 같은 우주 탐사를 비롯해 우주자원 채굴, 우주 쓰레기 제거, 인공위성 수명 연장, 우주 태양광 등과 같은 미래적이고 선도적인 기술 프로젝트 추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미래 도전적인 국가 프로젝트가 지속될 때 안정된 예산과 전문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Q. 내부 문제의 해결을 위한 혁신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행 과정과 성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우선,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내부 문제 개선을 위해 매일 아침 기관 운영 개선을 위한 간단한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성원들의 소통을 원활히 추진하고 갈등 구조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주니어 협의회, 시니어 협의회, 여성 자문 협의회 등 다양한 협의회도 구성하였습니다. 협의회에서는 기관에서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나 분야별 집중 관리하여야 할 사항에 대한 전문적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현황, 구성원들의 문제의식과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활발하게 논의하기 위해 패널 토론의 형태로 진행되는 연구혁신포럼 및 행정혁신 포럼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 및 연구 지원 과정에서 새로운 주제나 방식을 모색하고, 연구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논의를 통해 연구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익명게시판 제도와 경영진에게 직접 건의할 수 있는 그룹메일 제도도 도입하여 소수의 의견도 살펴보면서 구성원들의 통합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입구 및 본관 전경(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입구 및 본관 전경(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Q. 앞으로 2년의 임기가 남아 있습니다. 이 기간에 반드시 성취해내고 싶은 성과가 있으시다면? 

A. 향후 2년 동안 중요한 국가적 임무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선 오는 6월로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와, 8월 예정인 달 궤도선 발사가 있습니다. 누리호와 달 궤도선은 우리나라 우주 개발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아주 중요한 임무입니다. 또한 올해부터 2024년까지 다목적 실용위성 6호, 7호, 7A호의 발사도 순차적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대형 국가 임무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입니다. 

그동안 주어진 국가임무 목표만을 보느라 최근의 우주개발 패러다임 변화 등 미래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 만큼, 미래 도전적이고 선도형의 연구개발 체계를 위해 미래혁신연구센터를 활성화하고 안정적인 연구 기반을 마련하였으면 합니다.

또한 뉴스페이스의 시대 도래와 항공우주의 국가전략적 중요성 증대로 항공우주 연구개발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단순한 추격을 넘어서는 미래혁신연구 발굴을 위한 전략과 함께 예산, 인력, 인프라를 포괄하는 총체적인 연구개발 역량 강화 체계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 연구원이 하늘과 우주를 향한 대한민국의 꿈을 실현하는 최고의 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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