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사회적 담론을 휩쓸던 시대가 있었다. 어쩌면 지금도 여전히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다시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 바로 ‘알파(α)세대’다. 이들은 1995∼2009년에 출생한 세대로 Z세대를 잇는 그 다음 세대이다. 이들이 온전히 ‘21세기’에 태어났다는 점에서 그리스 문자의 첫 글자인 ‘알파’에서 유래됐다. 이들은 ‘온전한 디지털 원주민’으로서의 성장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신체적, 정신적으로도 빠르게 성장했으며, 그 결과 구매력도 남다르다. 이들의 세대적 특징과 앞으로 사회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소비의 풍요 속에 자라난 알파세대

알파세대는 매우 다채로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양육환경, 시대적 배경 등이 총체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언급할 필요가 있는 것은 디지털 기기에서의 부담없는 구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펴낸 <알파세대의 등장과 미디어 이용행태 분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알파세대 중 앱에서 아이템을 구매한 경험은 15.3%였다. Z세대의 0.5%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유료로 된 앱을 구매한 경험도 5.8%로 Z세대의 1%보다 훨씬 더 많다. 사용 금액도 큰 차이가 난다. Z세대의 경우 5천원 이상 1만 5천원 미만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알파세대는 전체의 25%가 3만 원 이상을 구매했다. 이러한 구매력은 알파세대가 자라난 환경에서 기인한다. 아이패드가 세상에 출시된 시기는 2010년도부터다. 바로 알파세대의 다수가 어린 시절을 보내는 시기와 절묘하게 일치한다. 따라서 알파세대를 ‘온전한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이들은 ‘소비의 풍요’ 속에서 자라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토스에서 출시한 만 7세에서 16세를 대상으로 한 '토스 유스카드'와 어린이와 청소년이 송금, 결제, 투자를 경험할 수 있는 하나카드 앱 '아이부자'
▲ 토스에서 출시한 만 7세에서 16세를 대상으로 한 '토스 유스카드'와 어린이와 청소년이 송금, 결제, 투자를 경험할 수 있는 하나카드 앱 '아이부자'

그들의 부모세대인 M세대들은 막강한 지출을 자랑해왔다. 2021년 아동복 시장은 1조 6천억원을 넘어서 전년도에 비해 7.5%나 상승했다. 대한민국이 불경기로 치닫고 있을 때에도 알파세대는 경제적 풍요에서 배제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그들의 성장배경은 향후 지출에 있어서 그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들이 부모세대에게 영향을 받은 것은 단지 경제적인 측면만은 아니다. 그들의 부모세대들은 지역적 한계를 벗어난 글로벌 감각에 익숙하고, 자녀들을 최대한 민주적으로 키우려고 했으며, 남녀의 차이를 별로 두지 않았다. 또한 권위적인 모습을 최대한 배제한 채 ‘친구같은 부모’가 되려고 애를 쓴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이러한 양육환경은 인류가 탄생한 이후 가장 좋은 조건이라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알파세대는 그 어느 때보다 성숙한 인류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알파세대는 ‘비대면’에 무척 익숙하다. 어린 시절 펜데믹을 거쳤기 때문에 각자의 집에서 온라인으로 만나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SNS로 근황을 알리며 톡으로 대화하는 것에 매우 익숙하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러한 행위들이 전혀 거북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성시대들 역시 비대면에 익숙하기는 하지만, 그들은 과거 대면에서 느꼈던 즐거움을 잊지 않고 있는 세대이다. 따라서 아무리 비대면이 익숙해져도 어느 정도 아쉬움을 갖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알파세대에게 그런 아쉬움은 기억에조차 없는 일이다. 또한 그들의 이러한 특성은 일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평생직장’이나 ‘아침출근’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재택근무가 매우 익숙해질 것으로 보이며, 노동의 유연화가 더 많이 이루어져서 언제든 회사를 떠나 자신의 능력을 더 높이 평가해주는 회사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유연한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환경문제 민감하지만 창의력 떨어질 수도

알파세대는 과거와는 다른 의식을 가질 가능성도 매우 크다. 그들이 겪어온 시대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기후변화에 의한 재난이 매우 익숙하다. 부모들과 식사시간이나 학교 수업에서도 이러한 주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 결과 이들은 기후환경, 바이러스 감염을 비롯한 전 인류의 공통적인 주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과거세대처럼 환경파괴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알파세대가 모든 면에서 축복받은 세대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들의 양육환경이 만들어낸 어두운 면은 분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스마트 기기 중독을 들 수 있다. 이런 기기들이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종의 ‘금단증상’을 느낄 수도 있으며, 과도하게 몰입해서 그로 인한 여러 가지 정신적인 문제도 생겨날 수 있다. 또한 온라인 상에서 상당부분의 인간관계가 유지되다보니 그 안에서의 사이버 괴롭핌 등의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 더구나 각종 정보의 유통이 매우 원활하다보니 가짜뉴스, 포르노 등에서도 문제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창의력과 통찰력이 떨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21년 초, 헝가리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나이가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지나치게 작은 세부 사항에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곧 알파세대의 주의력과 인지력을 예측해볼 수 있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특성들이 창의적 사고를 제약하고 융통성을 부족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사회적 능력의 발휘나 혹은 인간관계에서도 맹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두뇌발달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스마트 기기에 익숙했다는 점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미래를 보면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는 것에서도 취약할 수 있다. 특히 부족함이 없이 자랐기 때문에 인내심이 부족하고, 당장 만족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이 클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 지금 알파세대의 부모들이 참고해야할 점이 많다. 일정한 시간 동안에는 스마트 기기의 사용을 절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비대면보다는 대면의 즐거움을 더욱 많이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은 전두엽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좌뇌와 우뇌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인내심과 절제력 등 세대가 달라져도 결코 변하지 않는 인성의 가치를 기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부모가 해야할 역할이기도 하다. 

알파세대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세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매주 280만 명이 태어나서 2025년에 이미 전 세계인구 중 22억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세대이다. 특히 이들은 국경에 상관없이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이 세상의 흐름을 혁신적으로 바꿔나갈 가능성도 매우 크다. 이 말은 곧 다음 세대의 흐름은 이들이 주도한다는 의미이다. 

세상은 언제나 새로운 세대에 의해서 변화돼왔다. 그리고 알파세대 이후에 또 어떤 세대나 출현해서 세상을 바꿀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당분간의 인류는 이 알파세대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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