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주요 기술기업의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둔화할 경우 국내 반도체 수출이 기존 전망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안도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대형 기술기업의 AI 인프라 투자가 축소되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국내 반도체 수출은 기존 전망보다 500억~1,000억 달러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분석은 미국 기술기업들이 AI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상황을 가정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 것이다.
한국은행은 해당 시나리오에 국내 반도체 수출 단가가 10% 하락하는 조건도 반영했다. AI 관련 투자 축소와 반도체 가격 하락이 함께 발생할 경우를 가정한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반도체 수출 감소가 2027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약 0.4%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기존 전망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제시됐다. 경상수지는 상품과 서비스, 소득 등 대외 거래에서 벌어들인 금액과 지급한 금액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은행은 2027년 경상수지 흑자를 기존에 4,300억 달러로 전망했지만, 이번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반도체 수출 감소로 흑자 규모가 그보다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는 국내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이다. 수출 규모와 가격의 변화가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특히 AI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이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반시설과 반도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AI는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컴퓨팅 장비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장비에는 연산을 수행하는 반도체와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메모리 반도체 등이 사용된다.
기술기업들이 AI 서비스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에 투자하는 규모가 달라지면 관련 반도체에 대한 수요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한국은행 자료는 미국 주요 기술기업의 설비투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흐름에도 주목했다.
자료에 포함된 기업은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등 5곳이다. 이들 기업은 AI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이를 운영하기 위한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다.
기술기업의 투자가 이어질 경우 관련 장비와 부품에 대한 수요가 유지될 수 있지만, 반대로 투자가 예상보다 줄어들면 반도체 시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분석에서 제시된 수치는 투자 축소와 가격 하락 등을 가정한 결과다. 미국 기업의 투자가 실제로 줄어들거나 국내 수출이 반드시 해당 규모만큼 감소한다는 뜻은 아니다.
비관적 시나리오는 불리한 조건이 발생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영향을 살펴보는 데 의미가 있다. 실제 경제 상황은 가정한 조건이 얼마나 현실화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은행도 향후 AI 수요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어떻게 변할지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봤다.
AI 산업의 성장 기대가 반도체 수요를 뒷받침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투자 속도와 반도체 가격 흐름이 국내 수출 전망을 살피는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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