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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임시직이 대세가 되는 ‘긱 이코노미’의 시대가 왔다
  • 기사등록 2020-12-31 10:17:32
  • 기사수정 2020-12-31 10: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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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은 반드시 사라져야할 노동의 형태로 인식되곤 한다. 현 정부 역시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깨지는 시대가 왔다. 미국의 경우 이미 직원의 60%가 프리랜서에 가까운 비정규직이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이러한 비정규 임시직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게 정규직의 월급은 지나친 부담이 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경영을 해치는 불안전한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를 ‘노동자에게 불리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누군가에게 불리하거나 혹은 유리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미 ‘경제의 구조’ 자체가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빠른 시대변와 혁신의 필요성
전 세계 고용시장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긱’이라는 말은 1920년대 재즈계에서 연주자를 즉석에서 섭외해 단기간만 함께 일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이것이 노동시장에 적용되면서 이른바 ‘긱 워커(Gig Worker)’가 탄생했다. 단기적으로 일을 하는 비정규 임시직을 의미한다. 
이러한 노동의 형태가 생기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시대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올해 A라는 기술이 유망해 관련 전문가를 정규직으로 뽑았는데, 2년이 지나자 A라는 기술을 완전히 대체하는 새로운 기술이 부상했다고 해보자. 기업의 입장에서는 A라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노동자가 별로 의미가 없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고를 하지 않는 이상은 계속해서 월급을 주어야 하고 또 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발빠르게 기술 발전을 쫒아갈 수가 없게 된다. 만약 해당 노동자를 비정규 임시직으로 고용했었다면 어떨까? 계약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기업은 그 시대에 맞는 또다른 노동자를 고용하면서 계속해서 기술발전을 따라갈 수 있게 된다. 
또한 지금의 코로나19 사태 역시 이러한 긱 이코노미를 더욱 빠르게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이제 더 이상 ‘안전한 경영환경’이라는 것을 믿지 않게 됐다. 지난 수십년간 감염병으로 인해 이렇게 위기가 도래한 상황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기업들은 이러한 위험이 얼마든지 다시 도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따라서 ‘정규직’, ‘정식채용’이라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게 됐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비정규 임시직의 근로 형태를 ‘가상체험’하고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검증했다. 재택근무의 경우 회사에 출근하지도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기존의 일을 수행해낼 수 있음을 증명해주었다. 따라서 향후 비정규 임시직을 고용해 이렇게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업무 수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알게 됐다.
그런데 이러한 긱 이코노미를 볼 때 매우 중요한 한가지 관점이 있다. 이것을 단순히 기업의 입장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노동자들은 한낱 ‘파리목숨’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든 짤릴 수 있는 입장’이라는 것은 매우 불안한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우리는 ‘일의 수준’이라는 것을 함께 봐야 한다. 

 

 

경영자에게 필요한 편집자의 능력
예를 들어 매우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인공지능에 통달한 전문가가 있다고 해보자. 많은 기업들은 그를 고용하려고 하겠지만, 그런 인재가 필요한 기업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해당 전문가는 차라리 비정규 임시직으로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 이 회사에서 단기 계약을 하고 또 다른 회사에서 단기계약으로 일을 하면 월급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에 스케줄을 본인에 맞게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생활의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긱 이코노미는 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일하는 사람에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 문제는 누구나 이러한 고도의 전문성을 가질 수는 없다는 점이다. 만약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사람이라면 이 긱 이코노미는 공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해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이 긱 이코노미의 본질은 ‘자유롭게 고용하고 해고하는 노동의 시대’가 아니라 ‘전문가가 더욱 각광받는 노동의 시대’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상태라면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만 한다. 전문적 능력을 지닌 사람은 계속해서 노동으로 인한 부(富)를 늘려나갈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빈곤을 면치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에게는 절체절명의 과제인 ‘혁신’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전문가의 능력이 더욱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노동과 자본을 투입하면 일정한 결과물이 산출되는 과거의 ‘인풋-아웃풋’의 방식으로는 혁신을 이뤄낼 수가 없는 시대이다. 1을 투입해서 2만 생산되는 시스템이라면 시대의 혁신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 따라서 1을 투입해 10, 20의 결과물이 나와야만 한다. 그렇다면 여러 명의 비숙련 정규직을 쓰느니 차라리 한명의 전문가를 쓰는 것이 훨씬 혁신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상대적으로 비용도 적게 들 뿐만 아니라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혁신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러한 긱 이코노미의 시대가 본격 도래하게 되면 이제 경영자의 역할 역시 바뀔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채용공고-면접-채용-교육-현장투입’이라는 과정을 겪어야 하지만, 앞으로의 시대는 ‘인재 리서치-계약-현장투입’이라는 전혀 다른 과정이 펼쳐진다. 따라서 경영자에게는 과거와 다른 ‘편집자’의 역할이 부여된다. 편집자는 필요없는 것을 빼고, 필요한 것을 더하는 절묘한 플러스(+), 마이너스(-)의 역할을 수행해 내야만 한다. 그리고 또한 무엇이 본질적이고, 어떤 것이 비본질적인가를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어야만 한다. 
트위터의 창립자인 잭 도시(Jack Dorsey)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최고경영자는 회사 업무의 편집장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가운데 정말로 중요한 일은 한두 가지에 불과하다. 수많은 것들을 검토하고 그중에서 정말로 중요한 소수의 것들을 골라내는 일을 해야한다.”
이제는 노동의 형태도, 경영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는 시대이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미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노동자도, 경영자도 바뀌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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