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 메타버스라는 또 하나의 세상이 창조되고 있다.

미국의 SF 소설가인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1992년에 발간한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는 ‘아바타’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지금 ‘인터넷의 미래’라고 불리는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말도 최초로 사용됐다.

그리스어 메타(Meta)와 세상(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생생한 현실감을 느끼게 하는 온라인 세상을 의미한다. 가상현실, 혹은 가상세계는 그의 소설이 나온 이후 오랫동안 회자되었지만, 가상세계에서의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VR 기기의 사용이 불편했기 때문에 활용성이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점들도 개선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메타버스의 세상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메타버스는 현실 생활과 비슷한 온라인 세상을 의미한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이 대표적이다. 이 게임에서 이용자들은 자신만의 섬을 꾸미고 다른 섬을 방문하고 돈도 벌고 취미생활도 즐긴다. 심지어는 결혼식을 올리거나 자신의 생일파티를 열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또 하나의 인생’이 그대로 펼쳐진다.

메타버스는 현실 생활을 그대로 옮겨놓은 복사판이자, 각 개인이 스스로 창조한 또 하나의 세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이용자들은 스스로 조물주가 되고, 현실에서와는 다르게 자신의 외모를 선택하며, 또 다른 인간관계를 맺어 간다.

메타버스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개념은 VR 기기로 즐기는 생생한 현실이다. VR 기기로 마치 자신이 가상공간에 완전히 들어가 무엇인가를 체험하는 것이 메타버스이다. 예를 들어 ‘경매 출품작 VR 전시’와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참여자들이 VR 기기를 쓰면 마치 진짜 전시회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된다. 그 안에서 작품을 보고 경매에 응모하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게 된다.

2020년 9월 26일,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3억 5천만 명이 즐기는 게임 ‘포트 나이트’에서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현실 공간이 아닌 온라인 공간에서, 온라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공개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포트 나이트는 그저 일반적인 3인칭 슈팅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메타버스로서의 기능도 하고 있다. 단순히 게임만 즐기는 곳이 아니라 서로 대화를 하고 관계를 맺어 나가기 때문에 ‘또 하나의 사회’가 형성되어 있다.

이곳에서 뮤직비디오를 공개한다는 공지가 뜨자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일정한 공간에 모여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영상을 즐겼다.

바이든은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선거 유세를 펼치기도 했다. 대통령 후보의 선거유세가 가지고 있는 엄중함과 진정성에 비춰본다면, 이제 메타버스는 부인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메타버스는 한마디로 ‘리얼리티(Reality)’에 대한 거대한 혁명이고 현실의 세계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며 현실의 비즈니스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약 5년 후 지금보다 6배나 많은 300조 원의 메타버스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미 인터넷 세상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이 이보다 훨씬 생생한 현실감을 가지고 있는 메타버스의 세계로 몰려갈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VR 기기를 활용한 메타버스는 가장 전형적인 ‘비대면, 비접촉’의 시대라서 코로나19의 사태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대면과 접촉을 피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메타버스의 확산은 ‘현실의 나’라는 정체성에서 혼란을 겪게 되고 가상의 세계가 아니면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온라인에서의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현실에서의 관계가 악화되거나, 혹은 관계 맺기 그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메타버스는 인류에게 다가온 또 하나의 신세계이자 사업적 기회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세계가 무조건 아름답다고 보기는 힘든 면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세계를 이제 어떻게 관리하고 적응해 나가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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