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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10-12 21:21 (월)
오피니언

Culumn 무량수(無量數)의 우주, 찰나의 인연이 반짝이는 순간

억(億) 너머에 펼쳐진 수의 바다

인간은 고작 백 년 남짓한 세월을 살다 갑니다.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이 거대한 가치를 이야기할 때 흔히 ‘억(億)’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수의 세계에서 억은 그저 시작일 뿐입니다. 조(兆), 경(京), 해(垓), 자(秭), 양(壤), 구(溝), 간(涧), 정(正), 재(載), 극(極)을 지나 인도 강가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항하사(恒河沙)’, 상상조차 불가능한 ‘아승기’와 ‘나유타’, ‘불가사의’를 넘어 셀 수조차 없는 ‘무량수(無量數)’에 이르면, 인간이 가늠하는 수의 한계는 이미 까마득히 아득해집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격려하며 던지는 “참 잘했다”라는 짧은 한마디의 ‘잘’조차 0이 무려 40개나 붙는 ‘정(正)’이라는 거대한 수의 단위를 품고 있습니다. 이처럼 무한히 확장하는 수의 세계를 마주할 때, 100년이라는 인간의 삶은 수식의 소수점 아래 어디쯤엔가 겨우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지는 지극히 미미한 존재에 불과합니다.

무변광대한 세월 속, 허무를 넘어서는 인생의 철학

힌두교에서는 가로, 세로 15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화강암을 100년에 한 번씩 고운 천으로 문질러 그 바위가 다 마모되어 사라지는 시간을 ‘1겁(劫)’이라 부릅니다. 하물며 하나의 ‘겁’이 이러할진대, 우주가 흘려보낸 무량대수(無量大數)의 시간과 끝이 없는 공간 속에서 인간의 일생이란 한갓 먼지 한 알의 찰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그토록 짧고 허무하다 해서 우리의 삶은 가치가 없는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한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아주 잠시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의 순간이기에, 그 속에서 누리는 한 호흡과 한 걸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귀한 의미를 갖습니다. 찰나 속에서 참된 가치를 찾아내고 스스로의 존재를 밝히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생이 가진 고유한 철학이자 진리입니다.

확률을 뛰어넘은 ‘우리의 인연’이라는 기적

이 광대한 천지간, 끝없이 흐르는 세월의 한 지점에서 같은 시대를 호흡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과연 어느 정도의 가능성일까요? 억과 경, 불가사의와 무량수의 숫자로도 다 계산할 수 없는 극적인 기적입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습니다. 세상사의 얽히고설킨 틈새 속에서 같은 언어로 소통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는 지금 내 곁의 사람들은 그 어떤 보물보다 소중한 존재입니다. 수많은 사람 중에서 마음을 트고 지내는 소중한 지인과의 만남은 그 수많은 수의 우주가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교차점입니다.

오늘을 사랑하고 내 곁의 사람을 보듬는 일

1년이라는 세월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우리의 백 년 삶도 머지않아 우주의 이치 속으로 조용히 돌아갈 것입니다. 삶이 허무하게 느껴질 때일수록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것은 아득한 수의 저편이 아니라, 바로 지금 내 곁에서 숨 쉬고 있는 사람들의 따뜻한 체온입니다.

 무량수의 우주 속에서 찰나를 사는 우리에게 부여된 가장 위대한 사명은, '나'라는 작은 존재를 가치 있게 가꾸고 '너'라는 소중한 인연을 진심으로 보듬어 안는 것입니다. 오늘 누군가에게 건네는 따뜻한 눈빛 한 줄기, 친절한 말 한마디가 이 무한한 세월 속에서 영원히 빛날 우리의 가장 찬란한 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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