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실리콘밸리 베어로보틱스에 6천만달러 '전략 투자'...로봇 역량 고도화
"오픈 플랫폼 기반 로봇 개발 역량은 글로벌톱"...'클로이'와 시너지 효과 기대

LG전자 로봇브랜드 '클로이'의 주요 라인업. 사진=LG전자
LG전자 로봇브랜드 '클로이'의 주요 라인업. 사진=LG전자

로봇 사업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LG전자가 미국 벤처의 요람 실리콘밸리 소재 자율주행로봇기술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800억원대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고 12일 밝혔다.

조주완 대표가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쇼 'CES2024'에서 상업용 로봇사업 강화를 위해 관련 기술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이나 지분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 첫번째 결과물이다.
LG전자는 현재 '클로이'(CLOi)란 브랜드로 다양한 배송 및 물류 로봇을 출시하며 생활가전, 전장에 이어 로봇부문이 또 하나의 캐시카우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 LG전자가 전략적 투자 대상으로 첫번째 픽을 한 베어로보틱스가 어떤 회사이고, 무엇을 노리고 6천만달러의 뭉칫돈을 투자했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구글 출신이 창업한 한국계...자율주행 등 기술력 탁월
 
LG전자의 이번 베어로보틱스 투자(신주 인수)는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재무적 투자(FI)가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관점에서 진행하는 전략적 투자의 일환이다. 주식매매거래가 종결되면 LG는 단일주주 기준 베어로보틱스의 최대 지분 보유자로 올라선다.
 
LG전자가 이처럼 베이로보틱스에 거금을 배팅하며 핵심 파트너로 선택한 것은 여러각도에서 해석 가능하다. 우선 이 회사의 높은 기술력을 인정한 때문이다. 베어로보틱스는 현재 실리콘밸리에선 탁월한 기술력을 갖춘 유망 로봇 스타트업으로 불린다.
 
미국의 세계적인 빅테크기업 구글 출신 엔지니어들이 뭉쳐 2017년 설립한 이후 자율주행 로봇에 특화된 연구 개발에 집중,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엔지니어들의 프로필도 화려하다.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인 하정우 대표를 필두로 공동 창업자인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빅테크 출신 엔지니어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베어로보틱스는 일찌감치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주행 실내배송 로봇을 집중적으로 개발,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지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물류현장에 서비스중인 LG전자의 물류 로봇. 사진=LG전자
물류현장에 서비스중인 LG전자의 물류 로봇. 사진=LG전자

이 회사는 특히 오픈 플랫폼 기반의 로봇 개발 역량은 글로벌톱 수준이다. 상업용 로봇 소프트웨어의 플랫폼화, 다수의 로봇을 제어하는 군집 제어 기술, 클라우드 기반 관제 솔루션 분야 등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업 전략도 여느 로봇기업과는 사뭇 다르다. 단품 위주의 로봇판매에 국한하지 않고 오픈 플랫폼에 기반한 로봇 네트워크, 즉 '로봇 생태계'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하정우 대표는 "구글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시대를 연 것처럼 로봇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표준화된 오픈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계 스타트업인만큼 베어로보틱스의 생산기지는 한국이다. 베어로보틱스는 서비스 로봇 기업 최초로 2020년부터 서빙 로봇 ‘서비(Servi)’의 국내 양산을 시작했다. 작년 3월엔 2세대 AI자율주행 로봇 ‘서비플러스(Servi+)’를 내놓았다.
 
주요 해외시장에서도 교두보를 확보해 놓고 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 본사가 맡고, 유럽은 아일랜드법인이, 일본은 소프트뱅크가 파트너이다. 국내는 KT와 베어로보틱코리아가 전담한다.
 
◆양사 시너지효과 바탕 글로벌  로봇플랫폼 표준 주도
 
이처럼 LG전자 입장에선 로봇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데 있어서 베어로보틱스는 매우 궁합이 잘 맞는 전략적 파트너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만큼 LG전자는 베어로보틱스에 대한 투자를 계기로 상업용 로봇 사업의 역량 고도화에 보다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로봇 시장이 예상보다 앞서 활짝 열림에 따라 상업용 로봇 사업의 생태계 확장과 조기 전력화를 통한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다.
 
서비스 로봇 시장은 AI, 5G통신, IoT(사물인터넷) 등 관련 기술의 급진전과 생산활동 인구 감소세가 맞물리며 폭발적인 성장세에 진입했다.
 
관련 기관 추정에 따름변 글로벌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362억달러(약 48조원)에서 2026년엔 1033억달러(약 137조원)도 3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주완 LG전자 CEO가 지난 1월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2024에서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조주완 LG전자 CEO가 지난 1월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2024에서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LG는 이에 따라 베어로보틱스이 전략적 제휴를 바탕으로 양사가 갖고 있는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유기적으로 결합, 다양한 시너지효과 창출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LG는 향후 상업용 로봇 패러다임이 AI기반의 소프트웨어 중심, 즉 SDR(Software Defined Robot)으로 전환될 것으로 확산하고 있다.
 
베어로보틱스 특유의 개방형 구조의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접목된다면, 서비스 로봇 클로이의 확장성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판단이다.
 
LG는 특히 AI 기반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의 표준화가 중요한 만큼, 이번 투자가 미래 신사업으로 육성 중인 로봇 사업의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는 베어로보틱스가 보유한 글로벌 연구개발(R&D)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플랫폼 역량을 더할 경우 국제 로봇 플랫폼 표준화를 주도하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LG는 또 베어로보틱스의 광범위한 글로벌 마켓 네트워크를 활용, 클로이 브랜드의 다양한 상업 로봇의 해외 시징 진입 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어 사업 효율과 시너지가 극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업용 로봇 시장에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클로이가 날개를 달았다는 의미이다.
 
이같은 시너지효과는 베어로보틱스의 입장도 비슷하다. LG만의 로봇 기술 노하우와 SW기술, 그리고 세계 최대 생활가전 메이커로서의 브랜드 인지도 등을 결합하면, 세계 자율주행 AI로봇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삼수 LG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이번 지분투자는 성장기에 접어든 서비스로봇 사업의 '이기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중장기 관점에서 '임바디드(Embodied) AI'(시각·언어·행동모델 기반 신체를 가진 AI)나 로봇 매니퓰레이션 고도화 등 차별화 기술 영역과 접목해 다양한 기회를 탐색하며 로봇 사업을 미래 성장 엔진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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