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중, 페루 해군 함정 건조프로젝트 사업자 낙점...수출 수 조원대에 기대
국내 방산업체 70년 중남미 수출 역사상 최대규모...향후 30년간 독점권 확보

HD현대중공업이 페루에서 수주한 3400t급 호위함(가운데)와 원해경비함과 상륙함의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이 페루에서 수주한 3400t급 호위함(가운데)와 원해경비함과 상륙함의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유럽, 중동, 아시아 등에서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대한민국 방위산업, 즉 K-방산이 이제 문호를 중남미로 넓히고 있다.

미중간의 갈등을 계기로 신냉전시대가 도래하면서 군 전력 강화에 나선 중남미 국가에 K-방산 기업의 대량 수출길이 열린 것이다.
 
세계 1위의 조선기업인 HD현대중공업(이하 HD현중)이 K-방산 중남미 수출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군 함정 건조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북미와 유럽 방산 강국과 경쟁 끝에 거둔 쾌거
 
28일(현지시간) 페루 해군 국영 방산업체 시마 페루(SIMA PERU)와 외교 당국에 따르면 HD현중은 군함 공동생산 조선소 인프라 구축과 관련 기술 개선을 목표로 페루 정부에서 진행 중인 사업자에 최종 선정됐다.
 
HD현중도 시마 페루에 3400t급 호위함 1척, 2200t급 원해경비함 1척, 1500t급 상륙함 2척 등 4억6290만달러(약 6241억원) 규모의 함정 4척에 대한 현지 건조 공동생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29일 밝혔다.
 
페루가 해군 전력 강화와 유관 산업 강화를 위해 추진중인 차세대 함정 건조 프로젝트의 주 사업자로 HD현중을 낙점한 것으로 향후 수출 계약구모가 수 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HD현중은 이번 1차 함정 수주 규모만으로도 한국 방산기업의 중남미 수출 역사상 역대 최대 기록을 올리며 K-방산의 중남미 수출의 잭팟을 터트리며 새 역사를 만들었다. 국내 기업의 역대 함정 수출 실적으로 범위를 넓혀도 역대 5번째로 큰 규모다.
 
HD현중은 특히 단발성 수출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30년간 추가 독점 계약을 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향후 총 수출규모가 수 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중공업 본사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본사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중은 앞으로 시마 페루와 협력, 오는 2029년까지 이들 함정을 순차적으로 페루 해군에 인도할 계획이다.

HD현중이 함정 설계와 기자재 공급·기술 지원을 수행하고, 시마 페루가 최종 건조를 맡는 방식이다.
 
시마 페루측은 먼저 상륙함 2척과 OPV(원해경비함) 및 호위함(다목적함) 각각 1척을 HD현중과 공동 건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HD현중의 이번 프로젝트 수주는 여러면에서 의미가 크다. 우선 글로벌 방산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중인 방산 강국과 경합 끝에 거둔 성과란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시마 페루에 따르면 한국의 HD현중을 비롯해 독일, 스페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등 북미 유럽의 강국들이 치열하게 경합했다.
 
시마 페루는 관련 성명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여러 나라 대사관에 참여 의향을 요청했다"며 "신청 업체를 대상으로 기술 이전, 산업체 규모, 방산 참여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HD현중을 최종 사업자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기관·기업 '원팀'으로 만든 수주여서 의미 커
 
시마 페루는 이어 "모든 업체가 높은 수준의 경험을 갖춘 세계적 수준의 기업들이었다"며 관련 산업 활동에 있어서 우리와의 협력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점에 사업자 선정의 초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HD현중이 향후 30년 동안 시마 페루 측과 군함 건조 사업자로서 독점 계약할 수 있는 지배 사업자 지위도 얻었다는 점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 HD현중 측이 먼저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 사실상 페루 해군에 함정을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옵션이 붙었다는 뜻이다.
 
지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산협력 관계부처-주요 공관장 합동회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반
지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산협력 관계부처-주요 공관장 합동회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반

HD현중과 페루 정부는 이번 계약 과정에 향후 세부 계약 내용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서 페루 정부는 해군 함대를 현대화하기 위해 총 23척의 선박을 건조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HD현중이 다음달로 예정된 본계약 체결 이후 페루 해군 전력 증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서 협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점도 눈에띄는 부분이다.
 
경우에 따라 HD현중이 후속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이를 고려한 전체 사업비 규모가 기 수 조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HD현중의 이번 수주는 국방부, 방위사업청, 산업통상자원부, 주페루 한국대사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 민관이 원팀으로 거둔 성과란 점에서도 뜻깊다.
 
정부는 그간 시마 페루 측이 입찰 공고를 낸 이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다는 서한을 전달했고, 주페루 대사도 현지에서 한국의 조선 기술력을 알리는 등 지원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산업부도 현지 산업 협력, 기술 지원 등을 약속한다는 입장을 전하며 물밑에서 힘을 보탰다. 방사청 내 방산 관련 기관과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태스크포스(TF) '팀십'(Team ship)도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HD현중 측은 "페루 함정 수주는 사업 기업과 정부 기관이 하나의 팀으로 뭉쳐 합심해 일군 성과"라며 "앞으로도 팀코리아로 힘을 모아 K-방산 수출에 이바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28일 방산협력 관계부처 기관장과 주요 6개국 공관장들이 모인 가운데 6시간 30분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갖고 K-방산 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협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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